이뭣꼬/법산 편저/운주사 펴냄/2만 8천원

불교에는 다양한 수행법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북방불교에서는 화두참선 수행법이, 남방불교에서는 위빠사나 수행법이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 그런데 간혹, 이 둘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놓아버려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화두참선은 대승불교의 수행법으로, 위빠사나는 소승불교의 수행법으로 우열을 매기기도 한다. 정녕 그런가? 이 책은 출가 후 오랫동안 참선 수행과 위빠사나 수행을 겸행한 저자가, 자신의 수행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이 두 길을 하나로 꿰어 보여주는 실제적이고 체계적인 수행 안내서이다.

나는 누구인가?” 불교에서 자기의 참 모습을 아는 일은, 존재의 근원에 대한 성찰이자 세상에 나온 내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도 큰 일이다. 그래서 일대사(一大事)라고 한다.

이 의문에 정면으로 맞닥뜨려 해결하고자 하는 과정과 노력이 수행이고, 이 의문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고 해탈이다.

그리고 ‘이뭣꼬?’는 오랫동안 참선수행의 대표적 화두로 수행자들에게 참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이미 많은 지적이 있었던 것처럼, 선사들의 법문이나 경론을 안내 삼아 수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막막하기 그지없다. 화두참선은 구체적,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쓰여졌다. 저자는 자신의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위빠사나와 화두참선이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 개념 등에서 간극이 있지만, 이 둘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알아차림’과 ‘이뭣꼬’를 융합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수행 방법을 보여 주는데, 이를 통해 수행의 입문(기초)부터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이끌어준다. 이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수행의 지침이 되어온 여러 경전과 논서들을 통해 이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현대 뇌과학의 다양한 이론과 연구 결과 등을 도입하여 자신이 제기하는 수행 방법의 올바름을 입증한다. 자신의 실제적 경험과 경론에서의 근거, 현대과학의 실증적 뒷받침,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참선은 이론이나 사상이 아닌 실참(實參)이다. 그래서 알음알이를 극도로 경계한다. 달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결국 ‘불립문자 교외별전’을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손가락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손가락이 정확하게 달을 가리키고 있어야 손가락을 따라서 달을 볼 수 있다. 가리키는 손가락이 중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많은 수행서들이 그저 달 주위만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 수행의 초보자나 입문자들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이 점을 철저히 배격한다. 오로지 수행의 기초부터 깊은 단계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이해하고 따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행법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강을 건넌 뒤의, 일반 수행자의 입장에서는 뜬구름 잡는 법문이 아니라 강을 건너는 과정을 체계적이고 상세히 엮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각 설명마다 칼라로 된 다양한 그림과 사진, 도표 등을 붙여 놓았는데, 이는 ‘문자 속에 그림이, 그림 속에 문자가’ 있는 도리로서, 읽는 이로 하여금 보다 쉽게 내용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친절함이다. 크고 작은 그림(사진)들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으니 내용과 함께 새겨보면 좋을 것이다. ‘읽으면서 보고, 보면서 읽는’ 수행서, 이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이처럼 이 책은 현재 참선 수행에 정진하는 수행자들에게는 자신의 수행길과 수행법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고 점검하는 수행의 참고서가, 일반 불자들에게는 기나긴 수행의 길을 정확하게 밝혀주고 이끌어주는 수행의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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