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선지식과의 만남3

백 박사님 가르침의 골자는 〈금강경〉에 있었다. 〈금강경〉의 부처님 말씀을 올바르게 믿고 아침저녁 직접 석가여래 부처님 앞에서 강의 듣는 마음으로 금강경을 독송하라(信). 〈금강경〉을 독송하되 뜻을 알려고 하면서 독송해라. 뜻을 알려고 하다보면 결국은 알아질 것이다(解). 그 다음 〈금강경〉을 실천해라(行). 〈금강경〉의 실천 방법은 〈금강경〉 3분에 나와 있다.

실천의 구체적인 핵심은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각종 생각을 가지지 말고 부처님 하는 마음으로 바쳐라”하는 것이다. “무슨 생각이든지 부처님께 바쳐라. 이것이 〈금강경〉의 실천이다. 실천하면 분별이 사라지고 분별이 사라지면 어떤 깨달음이 올 것이며, 지혜가 날 것이다”라는 것, 그런데 이 깨달음과 지혜가 참다운 깨달음 참다운 지혜인가를 선지식한테 내놓고 검토를 받아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며 이것이 〈금강경〉의 신해행증(信解行證)을 통한 공부라는 가르침인 것이었다.

그리고 〈금강경〉 실천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즉, 다른 사람이 사랑스럽다거나 밉게 보인다면 사랑스러운 것 또는 미운 존재가 참으로 존재한다고 보지 말고 모두 자신의 마음이요, 분별심의 결과라는 것이다. 마음 밖에 사람이나 사물은 내 마음 속 분별심의 결과일 뿐 실체가 없다는 말씀인데 언제인가 조계사 법당에서 들었던 심외무법 법외무심의 말씀과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상대에게 붙은 마음을 부처님께 바쳐 떨어지게 한다면, 잃어버린 제 정신을 다시 찾음으로 지혜가 난다는 말씀이요 난제에 해답을 얻는 다는 말씀이었다.

정확한 해답을 알게 된다는 것은, 붙은 마음의 소멸 즉 갈등의 분별심이 사라진 결과라 할 것인데 분별심이 사라지고 지혜가 나타난 상태를 〈깨침〉 또는 〈깨달음〉이라 한다는 것이다. 작은 분별이 사라지면 작은 깨침이 되고 작은 지혜가 나타나게 된다. 작은 지혜가 나타나면 영웅호걸이 되는 것이고 큰 분별심이 사라지면 큰 지혜가 나타난다는 것인데 이때 도인이 되고 견성성불이 된다는 것이다.

당시 춘천에서 군대생활(R.O.T.C 제 3기)을 할 때였는데 주말이 되어 선생님을 찾아 뵈오면 “그간 깨친 것이 무엇이냐?”라고 질문을 하시곤 하셨다. 즉 분별심을 부처님께 바쳐 깨쳐진 것, 알아진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이 말씀처럼 군생활에서 올라오는 가지가지의 번민을 부처님께 바치니, 척박한 군생활이 기쁨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껄끄러웠던 사람과의 관계도 부드러워 지기 시작하였다. 군대 제대가 가까워 왔다. 집안 형편을 보면 나는 당연히 제대와 동시에 취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훌륭한 선생님을 만나 마음속의 지혜를 발굴해내는 방법을 듣고 보니 이러한 공부에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처럼 생각됐다. 이 두 마음으로 갈등 하다가 선지식께 장래에 대한 질문을 조심스럽게 드리게 되었다. “선생님, 제가 2개월 후면 군에서 제대를 합니다. 취직을 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출가해서 선생님 문중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진로를 택하는 것이 좋을 까요?”이런 질문을 드릴 때 내 마음속에는 선지식이라면 당연히 “당분간 법당에 출가하여 금강경을 본격적으로 배워라”라고 하실 것이다. 또는 “가정 형편을 고려해 취직 해라”고 하실 것이라 생각했다. “취직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그 마음을 부처님께 바쳐보아라.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도 그 마음을 부처님께 바쳐보아라”라는 선지식의 답변은 의외였다. 정답을 주시는 것이 아니요, 마음 속에 정답이 있으니 찾아보라는 말씀이었다. 마음 밖의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정답을 찾기보다는, 데이터로 인한 갈등의 분별심을 부처님께 바쳐 마음 속에서 드러나는 지혜를 따라 행동하라는 가르침이었다. 결국 제대와 동시에 갈등의 마음을 부처님께 바쳐 지혜를 발굴하는 출가생활의 길을 택하게 되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