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배성근 서예가 9회 개인전

4.18~23 울산문화예술회관 개인전서 40여 점 전시
금문체 5천447자 <금강경> 원고 포함 1년 6개월 걸려 완성
지금까지 다양한 서체로 <금강경> 10 차례 옮겨

배성근 作, 〈금강반야바라밀경〉. 작가는 5천447자에 달하는 〈금강경〉을 한 자 한 자 금문체로 옮겨 완성하는 데 1년이 걸렸다.

금문체의 아름다운 조형미로 그려낸 〈금강경〉을 만난다. 14폭의 병풍에 담긴 〈금강경〉은 중견 서예가 배성근 씨의 작품으로, 1월 18일부터 23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장에서 열린 그의 아홉 번째 개인전을 통해 선보였다. 6개월의 원고 작업을 포함해 총 1년 6개월에 걸쳐 완성된 역작이다.

〈금강경〉 第十分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의 한 문장,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나무꾼이었던 육조 혜능은 우연히 듣게 된 이 한 문장으로 출가하게 된다. 오조 홍인은 “〈금강경〉만 몸에 지니고 있어도 곧 스스로 견성하고 성불하리라.”고 했다. 몸에 지니고만 있어도 ‘성불’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읽고 쓰기까지 한다면 그것은 더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해서 많은 불자들이 〈금강경〉을 수지, 독송하고 사경한다. 하지만 〈금강경〉 사경은 ‘일념’, ‘일심’이 아니면 완주하기 어려운 일이다.
중견 서예가 우보 배성근 씨는 ‘고전을 거부하지 않고,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를 주제로 이번 전시를 열었다. 병풍 4벌을 비롯해 대작, 소품 등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 때마다 새로운 주제와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선보였던 배 서예가는 이번 전시에서 〈금강경〉을 비롯해 〈동다송〉, 〈화엄경약찬게〉 등 불교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14폭 병풍에 담긴 금문체의 〈금강반야바라밀경〉은 사전 원고 작업을 포함해 총 1년 6개월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배 서예가는 모두 5천447자에 달하는 〈금강경〉을 금문체(청동기에 주조되거나 새긴 문자)로 완성했는데, 경전의 글자 한 자 한 자를 자전에서 찾아 금문체로 옮겼다. 특히 자주 반복되는 글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옮겨 적어 시각적인 지루함을 덜고 조형미를 극대화했다. 또한 오자와 탈자를 방지하기 위해 〈금강경〉을 금문체로 옮기기 전에 각 글자의 금문체를 자전으로 확인한 후 한 자 한 자 미리 적는 원고 작업을 거쳤다. 원고 작업만 6개월이 걸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 작품의 원고 초안도 함께 전시됐다.배 서예가는 지금까지 각기 다른 서체로 열 차례 〈금강경〉을 썼다.
“〈금강경〉은 힘든 작업입니다. 특히 금문체로 옮기는 작업은 그 중에서도 좀 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금강경〉을 씁니다. 힘든 만큼 보람도 크지요. 글씨를 쓰는 일 자체가 수행한다는 개념이 아니면 끝까지 할 수 없는 일이죠.”
배 서예가는 다른 글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금강경〉 등 경전을 옮기는 일은 단순히 글씨를 쓰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경전 한 자 한 자에 담긴 가르침을 따라가는 것이며, 법향을 그려내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금강경〉은 많은 글자를 써야하기 때문에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가 달라지지 않기 위해선 처음 마음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했다. 한 마음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 한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 작품은 날아가는 것이다. 그가 어렵지만 〈금강경〉을 여러 차례 써온 것은 여러 가지로 〈금강경〉이 가진 매력과 의미 때문이다.
이번 〈금강경〉은 금문체로 썼는데, 금문체는 조형미가 뛰어난 서체로 서예가들이 작품에 많이 쓰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상용되는 서체가 아니기 때문에 작업이 그 만큼 어렵다.
배 서예가는 이번 전시에서 〈금강경〉 외에도 전서, 예서, 행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존심’, ‘심곡’, ‘진실’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배 서예가는 앞서 말한 이번 전시의 주제에 대해 “서예의 기초와 기본을 지키되, 현재의 정서와 시대성을 수용하겠다는 다짐이다”며 “기와집에만 어울리는 서예가 아닌, 현대의 주택에도 어울릴 수 있는 서예를 하겠다.”고 했다.

행서, 예서, 전서 등 모든 서체를 섭렵한 배성근 서예가는 이번까지 아홉 차례 개인전과 20여 차례의 초대, 단체전을 열었다.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 전북서예대전 심사위원장, 대한민국 서예대전 행서 심사 분과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우보서실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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