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길게 설하신 가르침 〈디가 니까야〉

부처님께서 만나게 되는 모든 이들에게 정법을 가르치며 외도의 그릇된 주장들을 논리적으로 물리치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경이 바로 〈디가 니까야〉다. 〈디가 니까야〉는 34경은 〈계온품〉, 〈대품〉, 〈빠띠카품〉으로 구성되어져 있고, 부처님이 28개를 설하시고 제자들이 5개, 신(神)이 1개를 설했다. 우리가 잘 아는 〈법망경〉, 〈사문과경〉, 〈대반열반경〉, 〈대념처경〉,〈세기경〉, 〈선생경〉등이 바로 길게 설하는 가르침인 〈디가 니까야〉에 속해 있다.

천한, 고귀한 사람의 차이 〈암밧타경〉
34개의 〈디가 니까야〉에서 추천할 경은 바로 〈암밧타경〉이다. 이 경은 장아함에서는 〈아마주경〉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500여명의 비구들과 꼬살라지방의 바라문 마을에 도착하여 잇차낭낄라의 깊은 숲속에 머무셨다. 그 무렵 지혜로운 바라문인 뽁카라사띠는 가장 사랑하는 제자이며 동시에 뛰어난 천재인 암밧타를 불렀다.

“얘야, 암밧타야, 이곳에 사문 고타마가 500명의 제자들과 오셨다더라. 모두들 그 분을 아라한이시며, 완전히 깨달으신 분이라 하니 그 분에게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임을 나타내는 32가지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꼭 보고 오너라.”

“스승이시여. 제가 아직 부족하여 32상을 지닌 성인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내가 너에게 만뜨라를 주마, 이것으로 그의 특질을 파악하거라. 보통 32가지 모습을 지닌 분은 딱 2가지 길을 선택해서 살 수 있다. 왕위를 계승하여 평화로 세계를 통일하는 전륜성왕이거나, 만약 출가한다면 부처님이 되어 세상을 광명으로 빛나게 한다. 너는 보자마자 알게 된다.”

암밧타는 스승에게 절하고 500명의 도반들과 부처님이 계신 숲에 이르러 위풍당당 소리치며,

“존자들이여. 지금 그 분 고타마존자는 어디에 계십니까? 우리는 그 분을 뵙고자 왔습니다.”

비구들은 부처님을 존자라 부르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들을 부처님께 안내 했다. 그런데 참 가관인 것은 암밧타가 부처님이 서시면 앉고, 부처님이 앉으시면 서서 오만불손하게 웃으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부처님이 암밧타에게 물었다.

“그대는 나이가 많고 덕이 높은 모든 바라문들과 평소에 이렇게 대화하는가? 이것이 자네 스승의 법도인가?”

“아니요! 그럴리가요. 저희 스승님이 앉으시면 저희도 앉고, 스승님이 서서 걸으시면 저희도 따라 걸으며 이야기하고 듣습니다. 그런데 고타마존자는 사문이며 석가족이잖습니까? 사문들은 바라문법을 위배해 머리를 깍고 홀아비이며 비루하고 하열해서 어두운 법을 익히고 있고, 또 석가족은 우리 조상의 발에서 태어난 자들이라 그들과 말 할 때는 지금 고타마에게 하듯 합니다.”

부처님은 마음을 진정하고 온 목적을 생각해보라한다. 이 말에 더욱 모욕감을 느낀 암밧타는 카스트제도권 내의 제 1의 신분을 내세워 석가족의 비천함을 거듭 말하자, 일촉즉발 500대 500의 싸움이 일어날 순간이었다. 이 때 부처님은 암밧타를 진정시키며 참으로 존귀한 사람, 진정한 바라문이 되려면 먼저 도덕성(戒)과 고귀한 인품(定), 높은 식견(慧)을 갖춰야 한다. 만약 옛 바라문선조들의 이름아래 숨어 직업바라문이 되는 경우는 최악의 천한 사람이 된다고 엄하게 꾸짖는다.

“암밧타여, 혈통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얼마나 지혜와 실천을 구족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점을 잊지 말아라.”

암밧타는 돌아와 부처님을 만난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뽁카라사띠는 벌떡 일어나 32상을 지닌 분을 함부로 대했다며 암밧타를 발로 차버렸다. 그리고 당장 부처님을 뵈러가 법을 청하자 부처님은 32상을 모두 드러내어 보여주셨다. 그는 부처님께 사성제의 가르침을 듣고 법안(法眼)을 성취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