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오정심관(五停心觀)-오문선(五門禪)

오정심관(五停心觀)-오문선(五門禪)
(오정심관은 사람들의 근기 및 상태에 맞게 설해진 초기 선법이다)

오정심관(五停心觀)은 오종관법의 명칭으로 중국에서 비교적 초기 선법에 해당되며, 역시 달마 이전의 선법 중 하나로 장기간 유행했던 선법이다. 오정심관은 오문선(五門禪)이라고도 하는데, 즉 다섯 가지 과실과 번뇌를 멈추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선정(禪定)수행 방법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창조하신 것은 아니다. 즉 불교에서 창조한 것은 아닌 것이다. 선정의 원류는 인도의 고유 종교인 바라문 및 기타 외도유가(瑜伽ㆍ요가)로부터 유래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도 성불하시기 전에 일찍이 외도들이 수행하는 ‘사선(四禪)과 사무색정(四無色定)’을 배우신 적이 있다. 즉 부처님이 불교수행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외도들의 수행 방법과 일종의 요가수행법을 일부 불교에 흡수함과 동시에 상당 부분을 개조해서 불교의 체계적인 선법을 창시했다. ‘선(禪)’은 본래 특수한 삼매의 일종으로, 불교의 ‘선(禪)’은 대체로 ‘삼학(三學ㆍ계,정,혜)’ 중 ‘정(定)’을 말한다.

소승불교와 원시불교의 선관(禪觀)의 문제에서 매우 큰 차별이 존재한다. 소승선관의 관법은 종류가 매우 많다. 중요한 몇 가지만 열거해 보겠다. 즉 사제(四諦), 오정심관(五停心觀ㆍ오문선), 팔념(八念ㆍ念佛 念法 念僧 念戒 念舍 念天 念出入息 念死), 팔배사(八背捨ㆍ팔해탈, 팔승처(八勝處), 구상관(九想觀), 십상(十想), 십육특성(十六特性) 등이다.
그러나 많은 소승선관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 중심은 수식관과 부정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수식관과 부정관을 ‘두 가지의 감로문’이라고 불렀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오정심관에 포함된 선법이다. 소승선의 최고의 경지는 ‘멸진정(滅盡定)’이라고 한다. 소승은 ‘회신멸지(灰身滅智), 혹은 외고염신(畏苦厭身ㆍ고를 두려워하고 신체를 싫어한다)’하는 개인적 해탈에 목적을 두는 것을 강조한다.
여기서는 오정심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겠다. 오정심관은 ①안반(安般) ②부정(不淨) ③자비(慈悲) ④관연(觀緣) ⑤염불관(念佛觀)을 가리킨다. 또는 ①부정관 ②자비관 ③인연관 ④계분별관 ⑤수식관 등의 순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즉 오정심관은 번역본마다 조금씩 순서가 다른 이본이 존재한다. 물론 약간의 기타 경전도 인용하겠지만, 전체적인 사상의 흐름은 〈오문선경요용법(五門禪經要用法)〉’에 나타난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하겠다.
오정심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이 다섯 가지의 선법이 함축하고 있는 내용은 사람의 근기 혹은 그 사람의 성향에 맞도록 잘 짜인 선법이라는 것이다. 먼저 안반선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호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고, 동시에 중복되는 내용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그림. 강병호

오문선(오정심관), 달마 이전 선법  
5가지 과실, 번뇌 멈추게 함
선정 원류는 바라문·외도유가
불교전파 과정에서 일부 흡수·개조

소승선관의 관법 종류 다양
중심은 수식관과 부정관
소승선의 최고 경지 ‘滅盡定’

<오정심관·五停心觀>
안반선 - 산만한 사람에 필요
부정관 - 신체의 부정을 관함
자비관 - 분노를 대치하는 수행
관연관 - 윤회 멈추는 수행
염불관 - 부처님 念하는 수행

 

①안반선(安般禪)은 수식관이라고도 하는데, 즉 산만한 사람들이 이 선법으로 수행하기를 권하고 있다. 즉 산만한 사람들에게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이 수행을 하면 반드시 16단계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때문에 십육특성(十六特性)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②부정관(不淨觀)은 사람의 신체가 부정하다고 관하는 선관으로, 특히 남자가 여색을 탐하거나 혹은 여자가 남자에 대한 욕정이 많은 사람, 지나치게 재물을 탐하는 사람들에게 권하는 수행법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구마라집이 번역한 〈선법요해경(禪法要解經)〉에서 ‘중생에게는 6종의 욕이 있다. 색(남녀가 서로를 탐착하는 것)에 집착하고, 모양(形容ㆍ아름답고 잘 생기고)에 집착하고, 위의(威儀ㆍ자태에 대한)에 집착하고, 소리에 집착하고, 피부(細滑ㆍ피부가 매끄럽고 등)에 집착하고, 인상(人相)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전의 5종에 집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람의 신체의 부정함을 관하게 하고, 마지막 인상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백골관을 관하기를 권했다. 이 외에도 〈대지도론〉에서는 신체의 오종부정(五種不淨)을 관하기를 권하고 있다. 즉 생처부정(生處不淨ㆍ태중에 있을 때, 어머니의 더러운 오물과 함께 주한다), 종자부정(種子不淨ㆍ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종자가 된다), 자성부정(自性不淨ㆍ신체의 전체가 부정하다), 자상부정(自相不淨ㆍ몸의 아홉 개의 구멍이 모두 부정하다), 구경부정(究竟不淨ㆍ사망 후에 신체가 소멸되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부정한 모양) 등이다. 이 외에도 부정관에 대한 다른 내용이 많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③자비관(慈悲觀) 혹은 자민관(慈愍觀)이다. 화내고 분노하는 것을 대치하는 수행법으로, 자비관은 불교수행의 근본 덕목이기도 하다. 본래 자비가 함축하고 있는 언어 개념을 심층 분석해 보면 자(慈)는 고를 벗어나게 해주고, 비(悲)는 즐거움을 준다는 뜻을 함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왕왕 타인과 나를 비교해서 타인이 나보다 좀 더 유리한 조건을 가졌거나, 혹은 유리한 위치에 있거나, 재물이 많거나, 나보다 인물이 출중하거나 하면 그 사람을 질투하거나 싫어하고 심지어는 비방하고 헐뜯는다. 그러다보면 자신은 더욱 괴로워지고 고통 속에서 지내게 된다. 질투, 분노, 성냄으로 인한 고통이 가중되고 심하면 우울증까지 이르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멈추게 하고 벗어나게 하는 수행관법으로 불교에서는 자비수행법을 적극 권장한다.
또 〈좌선삼매경〉에서는 ‘처음에 이 선법을 수습하는 자는 반드시 자비와 친애를 가르칠 것’을 강조한다. 즉 자기와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들을 중심으로, 곧 부모 형제자매 친척, 멀리는 타인에게까지, 더 나아가서 일체 모든 중생들과 심지어는 원수에게까지 자애로운 마음을 확장시켜가는 관법이다. 특히 선정을 닦는 가운데서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영원히 부귀와 행복, 편안하기 등 긍정적인 염원을 그들을 위해서 발원하는 관법이기도 하다. 온전히 이타심이 충만한 상태로 완성해가는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자비관 관법이 소승관법수행이라고는 하지만, 자세히 관찰하고 분석해 보면 대승불교의 ‘이타행’ 내지 보살도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즉 대승불교에서 주장하는 무량중생들이 모두 이고득락하기를 주장하는 사상을 관통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 자비관 수행선법은 안으로는 자기의 진애심(瞋?心ㆍ화내는 마음), 즉 분노의 마음을 소멸시켜주고, 밖으로는 타인을 위한 이타행, 애민심을 양육하는 좋은 수행법이다. 특히 화가 많고 자주 분노하거나 분노조절장애인들에게 권할 만한 수행법이다.

④관연관(觀緣觀) 혹은 인연관(因緣觀)은 윤회의 근본 원인인 무명의 어리석음(愚痴ㆍ우치)을 멈추게 하는 수행법이다. 인연관은 생사의 근본 도리를 일깨워주면서 생사의 근본 도리인 12인연을 관찰하게 해서 삼세(과거 현재 미래)를 상속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관하게 하고, 세상의 일체법이 모두 인(因)으로부터 연(緣)이 생하는 과정 및 전인후과(前因後果)가 분명함을 알게 하는 관법이다. 이 세상의 만물이 절대적인 존재도 영원한 존재도 아니며, 서로 상대적으로 의존하는 관계이다. 이러한 인과관계의 이치를 깨닫고 어리석은 대장정의 윤회를 멈추게 하고 종식시키는 관법수행이다. 즉 12인연을 통해서 인생의 현상이 많은 인연화합으로 서로 의존하고 생존하는, 잠시 인연으로 이루어진 무상한 현상임을 통찰하게 하는 선법이기도 하다.

⑤염불관(念佛觀)은 부처님을 염하는 것으로 혼침암새장(昏暗塞障ㆍ혼침을 막게 한다), 악념사유장(惡念思惟障ㆍ삿되고 악한 생각을 멈추게 한다), 경계핍박장(境界逼迫障ㆍ어떠한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게 한다) 등 세 가지의 장애를 대치하기도 한다. 그래서 〈坐禪三昧經〉에서 염불문은 “등분행(等分行) 및 중죄인(重罪人)을 위해서 시설한 법문이다”고 하고 있다. 처음 이 염불문을 닦는 자는 불상 앞에서 일념으로 부처님의 장엄하고 훌륭한 상호를 관함으로서 분명해지면, 곧 눈을 감고 명료해진 부처님의 장엄한 상호를 마음 새긴다. 만약에 명료해지지 않으면, 눈을 뜨고 불상을 명료해 질 때까지 관해서 명료해지면, 고요한 곳에 이르러 하나하나 상호를 관하면서 불상을 바라보고 불상의 상호를 일념으로 놓지 않고 이어가다보면, 자신이 곧 진불색신(?佛色身)과 다름이 없는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염불관은 관상(觀像ㆍ장엄한 상을 관하는 것)과 관상(觀想)의 염불을 말한다.
송ㆍ명 이후의 지명염불(持名念佛ㆍ나무아미타불 명호 및 기타 불보살 명호를 부르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나 그 염불의 공덕은 모두 염불 삼매를 얻을 수 있다. 또 송대 이후의 이 염불명호의 염불선은 송대 선종의 화두인 염불시수(念佛是)라는 화두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한편 〈五門禪經要用法〉에서 염불관(念佛觀)을 계분별관(界分別觀)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계분별관은 또 계차별관(界差別觀)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중생의 구성 요소 및 생존하는 환경인 18계(六根ㆍ六識ㆍ六境) 등을 관상하게 해서 사대(四大ㆍ지수화풍) 오온(五蘊ㆍ색수상행식)으로 이루어진 ‘아(我)’에 대한 한계성 내지 무상성을 관찰 분석하게 하는 관상법(觀想法)으로, ‘아(我)’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하는 수행법이다.

비록 오정심관의 수행법이 초기 선법이라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승불교의 경전 가운데서 이 오정심관(五停心觀)의 수행법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부정관과 수식관이 그러하다. 오정심관의 수행법은 현대 사회에도 매우 유용하다고 본다. 특히 현대인들의 다양한 특성 및 다양한 근기에 적용 시킬 수 있는 적당한 선법이며,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다양한 명상에서도 오정심관을 응용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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