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100인 대중공사 3년, 성과와 과제

조계종이 3년간 실시해온 100인 대중공사는 교계 소통문화 확산에 공을 세웠다는 긍정적 평가와 제안에 그쳐 아쉽다는 부정적 평가가 혼재한다. 사진은 2015년 7월 서울 불광사서 열린 5차 대중공사.

2015년 1월 조계종 前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가 출범 만 3년을 맞았다. 100인 대중공사를 주관하는 백년대계본부는 올해 △사회 △미래 △공동체 △정체성으로 분야를 나눠 대중공의를 수렴해 집행부에 전할 방침이다. 제35대 총무원장 설정 스님 역시 종단 운영기조로 ‘대중공사에 입각한 종단 쇄신’을 강조한 만큼 대중공사의 중요성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3년간의 100인 대중공사 성과와 향후 과제 등을 정리했다.

‘정치적 이벤트’ 오명에도
교계 소통문화 발전 기여
사부대중 개개인 지위 떠나
한국불교 미래 함께 고민

집단지성 심도 있는 논의
제안에 그친 사례 아쉬워
향후 권한 확보에 힘 써야

‘현대판 결집’ 소통문화 확산
100인 대중공사는 첫해 출범을 앞두고 ‘정치적 이벤트’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지만 점차 자리 잡아가며 교계 소통문화 확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승속과 지위, 나이를 떠나 모두가 평등하게 논의하고, 집단지성의 안목으로 현안을 해결하는 공론의 장으로서 전국에 확산됐다. 대중공사 문화는 2015년 4월 전북불교계를 시작으로 광주전남·창원 등 각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의성 고운사는 도청 포교당 건립을 위해 대중의 지혜를 모았고, 순천 송광사는 대중수행처 건립불사에 대중 의견을 수렴하는 등 지역불교 현안 해결에 대중공사가 활용됐다.

아울러 100인 대중공사는 한국불교 미래를 모색하는 데 불교전통의 열린 광장서 종단 구성원들이 함께 뜻을 모으고, 성찰과 탁마하며 논의결과를 일부 반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100인 대중공사는 다양한 분야서 논의를 거쳐 집행부에 제안, △사찰재정 공개 △미래세대위원회 출범 △승가청규 성안 △서의현 前총무원장 재심파동관련 재심호계위원 사퇴 권고 △주지인사고과 사찰운영위원회 반영 △노동위원회 ‘사회노동위원회’로 확대 등의 성과를 냈다.

이처럼 입법·행정 등 특별한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사부대중 조직의 의견이 종단차원의 과제로 도출되고, 종무에 반영되면서 대중공사는 현재 한국불교계 주요 소통수단이 됐다.

제안기능 한계, 미완과제 多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100인 대중공사는 순수하게 ‘제안’의 기능만 할 수 있어 한계가 분명했다. 특히 정치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의 경우 당사자들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특정 결과를 도출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다.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도 많았다.

100인 대중공사는 승가청규를 성안했지만 종단차원의 적극적인 시행이 뒷받침되지 않았고, 서의현 前총무원장 재심결정 무효화와 멸빈 등 사법제도 개선안 마련을 제안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100인 대중공사의 총무원장 선거제도 논의는 중앙종회서 ‘직선제 특위’를 구성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 ‘원점 재검토’ 중이다. 해종언론 문제와 선학원 대화, 총무원장 선거에 앞선 종단현안 대화의 장 제안도 무산됐다. 이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적 피로도가 높아 위원들의 참석률이 낮아진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위원회 권위·실천의지 관건
따라서 향후 100인 대중공사는 논의결과에 대한 종무 반영을 위한 권위 확보와 종단적 실천의지가 성공열쇠로 꼽힌다. 특히 다수의 위원들이 지혜를 모아 제안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는 “대중공사 결과가 아무리 제언에 불과하더라도 종단차원의 무게감 있는 검토와 피드백이 뒤따라야 대중이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대중공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의제에 주의하면서 위원들의 참석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은 “대중공사는 사부대중이 모여 미래를 고민한다는 게 가장 큰 의미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그들만의 모임’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종단 집행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동력이 한풀 꺾인 것 같다. 정말 좋은 논의의 장을 살리고, 관망하던 사람도 참여하고 싶도록 만드는 데 모두가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년대계본부 역시 그간 종단 정치상황 등의 영향으로 논의에 그친 의제가 발생해 종도들의 신뢰를 잃은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종단서 의제를 공식적으로 제안 받아 100인 대중공사의 권위를 확보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백년대계본부 관계자는 “올해는 분야별로 풀뿌리 대중공사를 실시해 의제를 마련하는 한편, 최대한 논의결과가 반영되도록 집행부와의 협의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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