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신불

남지심 지음/모과나무 펴냄/1만 3천원

이 책은 불교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는 남지심 작가〈오른쪽 사진〉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글로써 세상과 소통한 지 40여 년, 남 작가는 이번 책 〈화신불〉을 통해 의상대사와 원효대사를 다시 생각한다. 명성 스님의 유발상좌로 소설 〈명성〉 〈한암〉을 집필한 작가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큰스님 두 분 이야기를 우리 시대에 맞게 의미를 되살려 재구성했다. 그러면서 두 스님보다 더 우리 귀에 익숙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의 참뜻을 헤아려본다. 어쩌면 1천 년 전부터 이어진 인연으로 우리 모두 하나하나의 화신불이 되어 세상을 밝히려는 꽃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의상과 원효, 자비와 공덕으로 가득한 두 세계가 만났다

의상대사를 연구하는 강현표 교수는 강의를 위해 낙산사에 갔다가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난다. 바다를 마주하고 관세음보살을 찬탄하는 게송을 읊고 있는 여인에게서 묘한 느낌을 받는다. 다음날 자신의 강의 시간에 그 여인을 다시 만나게 되는데, 여인의 이름은 유향이다. 천 년 전 인물인 의상대사를 이야기하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 이들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이어진 것일까? 강현표와 유향은 과연 처음 만나는 인연인 것일까?

“여러분들은 지금 제가 거명한 왕들의 이름을 들으면서 의상 스님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가장 역동적인 시기에 사셨음을 알았을 겁니다. 스님의 청년기는 신라 백제 고구려가 서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고, 장년기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전쟁의 후유증을 안던 시기였으며, 노년기는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새로운 통치 이념을 갈망하던 시기였습니다. 1,300년 전 이 땅에 사셨던 위대한 고승 의상대사를 공부하면서 작금의 현실이 별로 다를 바가 없는 오늘을 직시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삼국통일의 역동기에 의상대사가 보여주셨던 행(行)을, 남북통일을 성취해야 하는 오늘의 우리들은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를 같이 고민해보려 합니다. 유익한 공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천 년 전에도 지금도 자비가 가장 절실한 이들은 ‘없는 사람’들이다. 기댈 곳이 없고, 마음 둘 곳이 없고, 하루하루 연명하느라 벅찬 이들이야말로 관세음보살의 자비와 공덕이 필요하다. 남 작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자비의 관세음보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쩌면 〈화신불〉의 진짜 주인공은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민초들이겠다. 의상대사와 원효대사 역시 홀로 위대해진 것이 아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세상은 괴로운 것인지, 왜 공덕을 베풀며 살아야 하는지, 왜 다시 일어서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부딪혀온 중생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남지심 작가는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천 년 전의 사람들을 눈앞에 보이듯이 그려내고 있다. 사랑에 아파하고 기약 없는 미래에 힘들어하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에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남지심 작가는 생활 속에서 '관세음보살 화신불 운동'을 펼치자고 제안한다.

남 작가는 “〈관세음보살 화신불 운동〉은 불자 스스로가 관세음보살이 되어 주위를 맑히고 세상을 밝히며 살아가자는 취지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선행되는 것이 자비심이다. 내 마음 안에 사랑과 연민이 샘물처럼 끝없이 솟아나기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도반들이 모여 서로 격려하고 탁마하면서 자신을 맑히고 세상을 밝혀 나가는 일을 함께하자는 것이 화신불 운동이다. 한 그루의 나무가 홀로 서있는 것보다는 서로 모여 숲을 이루었을 때 자신도 보호되고 전체도 장엄되는 이치이다”

사랑과 연민의 꽃이 되어 살아가고자 한다면 〈화신불〉속에 나와있는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보자. 나 자신,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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