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인력 양성, 템플스테이 발전 ‘초석’

일반인들에게 사찰의 생활은 생경할 수밖에 없다. 사찰에서 숙식하며 생활해보는 템플스테이(templestay)는 그런 벽을 허물어 버린 불교문화콘텐츠이다. 현재 템플스테이에는 사람들이 연령과 성별은 물론 종교를 떠나서 참여하고 있다. TV 예능프로그램의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템플스테이는 이제 불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거리감 없이 다가설 수 있는 불교문화상품이 되었다.

운영인력 2년內 이직 대부분
전문가 양성 위해 환경 개선해야
교육체제 수립·변화도 필수 요건
스님·재가, 기획·운영 능력 겸비해야

템플스테이는 본래 한국대표 관광상품으로 기획되었다. 2002년 월드컵 개최 시 방한 외국인들이 한국전통문화 체험상품의 일환으로 사찰에서 숙박하면서 불교문화를 경험하는 정부의 문화사업이었다. 그리고 그 사업주체로 대한불교조계종의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지정되었던 것이다. 외국인 특히 서양인에게 있어서 사찰은 막연히 품고 있던 동양에 대한 신비로움을 충족시켜주는 공간이 된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전통 건축물에 익숙한 서양인들에게 있어서 원색의 단청으로 채색된 목조 건축물은 동양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인 것이다.

템플스테이는 어느덧 내국인들에게는 지친 삶 속의 휴식 공간으로, 외국인들에게는 동양문화의 체험 장소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템플스테이가 불교문화콘텐츠의 아이콘(icon)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동력인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에 주목해야한다.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이라고 하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지도법사 스님과 재가실무자를 손꼽을 수 있다. 템플스테이를 여타의 숙박시설과 다르게 특화시켜주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이다. 만일 템플스테이에 불교 고유의 정체성을 살린 프로그램이 없다면 템플스테이는 일반 숙박상품이 되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와 사찰의 종교적 특성을 잘 갖춘 대중성 있는 프로그램의 중요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그 운영인력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다면 템플스테이 참가자의 만족도는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템플스테이 만족도는 재참가율로 일정 부분 추정할 수 있는데, 현재 재참가자는 매우 적은 실정이다.

스토리텡링 능력 키워야

그렇다면 템플스테이 만족도를 좌우하는 운영인력은 어떠한 업무 역량을 갖출 수 있어야 하는가?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의 업무 역량에서 중요한 것은 템플스테이의 정체성과 특수성을 살려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성이다.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의 전문 역량 중 손꼽을 수 있는 것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능력이다.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은 제반 프로그램들에 대한 각각의 불교적 의미를 부여하고 설명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템플스테이의 보편적 프로그램인 ‘108배와 염주 만들기’를 예로 들어보자. 흔히 이 프로그램은 절을 한 번하고 염주 한 알을 실에 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 행위는 자칫 참가자에게 있어서 지겹고 힘든 단순 반복적 행위로 느껴질 수도 있다.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은 이 단순 반복 행위에 불교적 의미를 부여하여 종교적인 성스러운 행위로 전환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참가자들에게 그냥 108배를 시킬 것이 아니라 절 한번마다 그리고 염주 한 알마다 기원이 담기는 종교적 행위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사경(寫經)’에 있어서는 사경을 하는 경전의 요지를 알려주고, 글자 한자 한자를 그냥 베껴 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기도의 의식이자 공덕의 방편임을 가르쳐주어서 참가자들이 정성스럽고 경건하게 쓸 수 있도록 지도해주어야 한다. 만일 그런 의미의 부여 없이 단순하게 글자를 베껴 쓰거나 옮겨 쓰도록 시킨다면, 사경 역시 108배와 염주 만들기처럼 지겨운 행위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은 손 글씨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대부분의 사경은 붓펜으로 쓰기 때문에 글자를 그냥 베껴 쓰는 것은 지겹고 하기 싫은 행위가 될 만하다.

108배, 염주 만들기, 사경보다 더 기본적인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사찰을 한 바퀴 순례하면서 전각과 불상, 석탑, 부도, 사물 등에 대한 의미와 역사 등을 안내하는 ‘사찰 투어’이다. 불자라고 할지라도 불상이 석가모니불인지 아미타불인지 아니면 미륵불인지, 보살이 문수보살인지 보현보살인지 아니면 관세음보살인지 대세지보살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리고 사찰에 들어가면 처음에 접하는 일주문과 천왕문, 불이문 또는 해탈문의 차이를 아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 그리고 적멸보궁, 대웅전, 대적광전, 극락전, 약사전 등이 법당에 모시고 있는 주불(主佛)이 누구인지에 따라서 전각의 명칭이 정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도 또한 많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여행이나 관광 시에 스치듯 사찰을 관람했던 사람들이 불상의 종류와 구별법을 알게 되고, 주불에 따른 전각의 이름을 알게 되고, 일주문과 천왕문 그리고 불이문의 의미와 차이를 알게 되는 것은 신선한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은 그냥 스쳐지나가면서 보았던 각각의 전각과 불상들에 대하여 차이와 의미를 부여하면서 볼 수 있는 시각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이 종교적인 의미와 상징을 담아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사찰의 곳곳에 대한 역사와 불교 상식을 전달해주는 것이 곧 템플스테이의 스토리텔링이다.

장기 근속이 전문성 확보 지름길

다음으로 템플스테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고려할 사항은 장기근무자의 배출이다. 어떤 분야에 전문성을 갖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업무를 숙지하고 체화하고 나아가 개발할 수 있는 정도의 근무 경험이 요구된다. 하지만 템플스테이 운영인력들의 근무기간은 대부분 그런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지도법사 스님은 소임의 변경에 따라서 템플스테이 업무를 짧은 기간만 맡게 되고, 재가실무자는 여타의 직장과는 다른 근무환경 때문에 오랜 기간 근무를 하지 않는다.

필자가 템플스테이 주관기관인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연구 의뢰에 의하여 조사한 바로는, 현재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의 상당수는 장기근무가 아니라 1~2년 근무 후 이직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당시 연구는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로 이루어졌는데, 근무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가 67.9%인 반면 3년 이상은 20.5%에 지나지 않았다.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이 장기 근무를 하지 않고 1~2년 근무 후 이직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6개월 미만 근무자가 31.3%로 가장 많았는데, 그만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는 운영인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의 장기근무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근무환경의 개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찰의 일은 대소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종무원이 물리적,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하여 종무원간에도 갈등과 긴장의 관계가 형성되고는 한다.

그렇다면 템플스테이 전문인력은 어떻게 해야 양성할 수 있는가? 템플스테이 전문인력의 양성을 위해서는 ‘전문교육체제 수립’과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전문교육체제서 집체 교육

‘전문교육체제 수립’은 불교의 사상과 교리, 역사에 기반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끔 교육시키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문제점으로는 단기집체 교육과 발령 후 사후 교육을 들 수 있다. 템플스테이 운영인력들은 사전 교육 후 발령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발령 후 사후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중앙에서 집체 교육을 시키는 이 교육마저도 1박 2일의 연수 교육 수준이며, 교육 내용은 불교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교육보다는 홍보, 마케팅, 친절 교육 등이 주를 이룬다. 템플스테이의 전문성은 서비스도 필요하지만 불교의 전통과 문화가 보다 근원임을 고려할 때 아쉬운 대목이다.

템플스테이 운영사찰별로 운영인력을 채용하는 특성상 불가피하게 발령 후 사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향후에는 템플스테이 소임을 맡았더라도 업무에 앞서 중앙이 주관하는 템플스테이 전문인력 교육을 이수하게 한 후 현장에 배치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교육의 실효를 위해서는 교육기간이 중요한데, 지도법사 스님의 경우에는 템플스테이 운영책임자로서의 역량을 담보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 재가실무자의 경우는 불교의 문화와 사찰의 역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지도법사 스님과 재가실무자 공히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 능력과 운영능력을 겸비할 수 있을 정도의 기간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의 ‘근무환경 개선’은 장기근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면 근로자는 단기간 근무 후 이직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의 근무환경으로는 보수체계, 근무조건, 신분보장, 복지제도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이 종교시설에서 근무하는 만큼 인간관계의 형성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의 개선을 위해서는 중앙차원의 의사소통 교육과 고충처리제도 도입, 그리고 단위사찰 차원의 정기적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소통 교육’은 주지 스님, 지도법사 스님, 재가실무자간 이해와 대화를 위하여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교육을 실시하고, 이수한 사찰에 한하여 템플스테이 사찰을 지정하는 방안이다. ‘고충처리제도’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고충처리위원회를 설치하여 템플스테이 운영인력의 고충과 업무상 애로사항을 접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이와 같은 중앙차원의 의사소통 교육과 고충처리제도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는 현장에서 형성되는 만큼 근무지인 사찰에서의 ‘정기적 대화’가 보다 근본적인 인간관계 개선방안이다. 즉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의 주지 스님은 지도법사 스님, 실무자, 그리고 사찰 내 다른 소임 종무원들간 정기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상호간 이해를 도모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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