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선지식과의 만남

“부처님은 아니 계시다. 나를 밝게 해주는 분이 있다면 그 사람이 곧 내 부처님 이시다”라는 말씀은 내가 만났던 선지식이 하신 말씀으로, 선지식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말씀이라 하겠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형상이 있는 부처님은 정말 부처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심시불(卽心是佛)이라는 달마 스님의 말씀처럼, 부처님은 중생 마음 속 형상 없는 존재이기에 마음 밖의 부처님, 가시적 부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만일 우리 자신이 부처님과 다르지 않은 존재라고 일깨워 주실 뿐 아니라 그 길을 가도록 지도해주는 분이 계시다면 ‘이 사람은 정말 밝은이요, 나를 구원해 주시는 분이므로 내 부처님이시다’라는 뜻인 것입니다.

달마 스님께서는 선지식은 만나기 힘든 존재일 뿐 아니라 상상을 초월한 지혜를 가진 위대한 분이시기에, 선지식을 만나기 전 공부는 다 헛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달마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선지식같이 인류의 위대한 스승을 이해할 지혜의 눈이 없는 학생 불자시절, 나는 스스로 불교공부에 매우 소질 있는 사람이며 스승 없이 혼자 공부해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자만심이 가득했던 나에게도 속세에 어떤 선근이 있었던가? 말로만 듣던 선지식을 만날 수 있었고 만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모시고 출가하여 오래 동안 함께 지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선지식을 모시고, 수년간 〈금강경〉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무지와 오만으로 가득차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달마 스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선지식을 만나기 전의 공부는 다 헛것이라는 말씀에 깊이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선지식을 모시고 출가수행생활 4년 그리고 그 후 금강경을 50년 넘게 공부하였다면 적어도 견성성불(見性成佛)했다라고 말할 정도로 변화가 이루어 져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적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변화는 겉으로의 변화가 아니요 속으로의 변화이며, 현재의식의 변화가 아닌 잠재의식의 변화인 것입니다. 겉으로의 변화도 물론 쉽지는 아니하나 속으로의 변화는 정말 어려운 변화요 운명을 바꾸는 변화요, 기적적인 변화인 것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나이가 많이 먹어도, 아무리 지식과 경험을 많이 쌓는다고 하여도, 또 치열한 구도행각을 한다고 하여도, 마음속까지의 변화 잠재의식까지의 변화는 쉽지 아니합니다.

아무리 다른 사람을 지극히 사랑한다하여도 겉으로의 사랑은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합니다.

그러나 속마음으로의 사랑은 사람을 움직이고 감동시킵니다. 겉으로 아무리 큰소리친다고 사람들은 다 두려워하지 아니합니다. 그러나 속마음으로, 큰 소리를 치는 경우 사람들을 정말 두렵게 합니다. 겉으로만 착하다면 사람들이 공경공양하지 않지만 속마음까지 착하면 일체세간 천인아수라가 감동하며 공경 공양합니다.

어떤 것이 참된 정(定)인가 어떤 것이 참된 혜(慧)인가 하는 것을 밝은 선지식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밝은 선지식을 만나지 않는 수도를 통하여서는 진정한 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 할 것입니다.

수행을 통하여 변화를 이루었다는 것은 무엇인가? 곧 계를 닦고 정을 이루어 혜를 체득하였다는 뜻입니다. 겉의 마음이 변화하는 것이 아닌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변화하는 것이요, 6식(현재의식)만의 변화가 아닌 7식(잠재의식)까지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속까지의 변화란 무시겁의 업보업장이 소멸되어야 가능한 것이며 진정한 참회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것이며 자신만의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고, 이는 오직 선지식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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