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민추본 44차 월례강좌...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주제: 북한 신년사를 통해 본 2018년 남북관계 전망

정영철 교수는…현재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로 있으며 서울대 국제대학원 책임연구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 〈북한의 개혁·개방:이중전략과 실리 사회주의〉가 있다.
북한이 신년사에 평창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고 통일부가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신년사는 한 해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중요한 자료로 새해의 한반도 정세 분석을 위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년사를 주목한다.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1월 4일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44차 월례강좌서 ‘북한 신년사를 통해 본 2018년 남북관계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정 교수는 북한의 신년사 분석을 통해 “신년사는 문자 그대로가 아닌 행간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남한에 우호적 입장을 드러냈다. 남북관계에 큰 기대를 가져도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리=박진형 기자

경제 건설 위한 기반으로 평화 강조
평화·주권 확보 위해 핵 무력 완성
北외부 제재 약화 위해 남북개선 要
평창올림픽 이상의 민간 교류해야…

새해가 되면 북한은 신년사를 발표합니다. 신년사는 1946년 1월 1일 김일성이 ‘전체 인민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라디오 발표를 시작으로 2개년을 빼고는 지금까지 매년 발표해왔습니다. 신년사는 북한이 1~2년 사이에 자신들의 정책적 지향점을 밝히고 올해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밝히는 도구입니다. 북한의 의도ㆍ의지가 보이게 되겠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북한 내 군사, 사회 등 문제와 대남관계에 대한 북한의 의지일 것입니다. 이번 신년사가 특별히 더 주목받는 이유는 북한이 신년사 대남관계 부분에서 굉장히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북에서 발표한 문헌들은 행간을 제대로 읽어야하기 때문에 신년사 분석은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어렵습니다. 그만큼 이전에 진행해온 정책의 연장선을 염두에 두고 꼼꼼하게 신년사를 분석해야 합니다.

수많은 외부의 압박 속 북한의 경제성장
세계에 북한만큼 UN제재를 많이 받은 나라는 없습니다. 북한은 1990년 이후 12차례에 걸쳐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서만 제재를 8번 받았습니다. 더 특이한 것은 2017년도에만 4번의 제재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거겠죠.

북한과 미국의 대립이 첨예화 됐다는 것은 12번의 제재로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상황 속에서도 북한은 버티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심지어 최근에 북한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 북한경제란에서 해마다 북한의 경제성장율을 발표해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대부분 마이너스(-)성장이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에 북한이 갑자기 3.9%의 경제성장율을 보였다고 한국은행이 추계했습니다. 기타 일부 경제기관들은 북한 경제성장율을 7~9%정도로 추산했습니다. 성장한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이런 제재를 받고 있으면서도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외부세계가 한 나라에 제재를 가했을 때 그것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① 제재 받는 국가가 개방적 국가여야 합니다. 그래야 외부와의 교류를 막았을 때 효과를 볼 수 있겠죠.  제재 받는 국가의 경제가 무역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외부와의 무역이 끊기면 치명적으로 다가오겠죠. ③ 제재 받는 국가가 내부 여론에 민감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재 즉시 국가 내부의 사람들이 정부와 싸워 분란이 일어날 수 있죠.

그러나 북한은 이 세 가지 조건에 잘 해당이 안 됩니다. 그래서 외부서는 오히려 북한에 제재를 해 원하는 결과를 얻었던 적이 거의 없다고 평가합니다. 제재를 하면 일반 국민의 삶만 피폐해지는 것입니다. 북한에 제재를 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겠다는 것은 이론적ㆍ역사적으로 그릇된 생각입니다.

김정은의 평화적 환경의 경제건설
김정은은 이번 신년사에서 그 무엇보다 평화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경제건설을 열심히 하려면 평화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김정일 정권시기에는 경제 성장보다 당장 나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기에 인민들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 말기부터 북한에 몇 가지 변화가 나타납니다. 군사력 강조의 기조에서 경제 분야에 대한 대책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왔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죠. 이제 인민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 것입니다.
일부 우리 언론은 병진노선에 대해 핵 병진노선이라고 말하는데 북은 ‘경제건설과 핵 무력증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경제건설을 더 하고 싶단 뜻이에요. 그리고 이걸 진행하기 위해 작년까지 핵을 완성하는 데 국가적 힘을 쏟아왔던 것입니다. 지난해 국가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발표했죠. 그러니까 이제 경제건설에 힘을 쏟겠다는 발표가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핵을 마련했으니 미국이 우리에게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평화와 주권을 달성했다. 그렇기에 이제 경제건설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책상에 핵단추가 있다’는 표현을 위협으로 받아들일 필요 없습니다. 발전적 경제건설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뜻입니다.

또 김정은 체제서 경제원리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국가가 모든 것을 계획했습니다. 국가가 공장별로 신발 100개, 양말 100개, 우산 100개 이렇게 떨어뜨려 주면 공장은 1년간 만들었습니다. 이게 우리가 아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이제 큰 경제발전의 전략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 5개년 발전 전략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키워야 하는 사업들을 집중적으로 키우며 가는 것이죠.

국가는 발전 전략을 만들고 기업은 구체적 계획을 만들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업이 생산을 열심히 해서 이득을 얻으면 국가에 일정액 납부금을 내고 나머지 금액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 자율성이 매우 커진 것이죠.

평창올림픽과 민간차원 교류
하지만 이렇게 경제건설을 하기 위해선 주변의 불리한 여건들을 해체해야 합니다. 제재국면에서 빠져나오거나 약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북이 제재 국면을 뚫기 위해 가장 쉽게 가는 방법이 남북관계국면을 뚫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북간 국면전환 시도를 위해 평창이라는 카드를 던진 것입니다.

김정은은 평창올림픽에 대표단 파견 문제를 논의한다고 했습니다.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접점을 찾아 북과 교류하면 좋지 않을까요. 평창올림픽만 잠깐 참석하고 가면 안 되잖아요. 어렵게 만든 자리인 만큼 금강산에서 평화 합창 전야제를 한다거나 우리 정부가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북은 평창올림픽에 조건을 붙이고 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의 연기 내지 중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미국에 내년 2~3월 예정인 한미훈련을 연기하도록 요청 했습니다. 평화올림픽이라면 상대를 위협하는 것들을 일체 중단해야 합니다.

지난 9년간 남북관계는 더 이상 내려갈 곳 없을 정도로 나빠졌습니다. 사실은 현 정부가 이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되돌려 정상궤도로 만들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도 급하지 않게, 체육회담을 시작으로 한 발 한 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시민사회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김정은도 이번 신년사서 민간차원의 다양한 교류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안 받던 다양한 민간 차원의 교류도 받고 인도적 지원도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비행기 탈 일이 좀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그간 끊어졌던 금강산이나 개성공단도 다시 논의해볼 수 있겠죠. 물론 쉽지 않겠지만 한 걸음씩 근본적 문제서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평화적 환경을 만들고 주권을 보장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민 생활을 풀기 위해 당면 과제를 풀고, 남북관계를 돌파하는 것. 이것이 신년사 이면에 흐르는 내용에 대한 분석입니다. 신년사를 통해 단순히 올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발표한 것이 아니라 그동안 가져온 전략들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던진 것이죠.

남북관계 큰 기대를 가져도 될 만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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