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처음으로 염불춤을 추었다/김호성 지음/모과나무 펴냄/9천원

〈나무아미타불〉번역자 김호성의 시집이다. 자격증(?)이 없으니 시인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2007년 이후 매년 시집을 내는 10년차 시인이다. 시가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상념을 시 언어로 풀어내는 뼛속 깊이 시인이기도 하다. 2017년 신작 〈꿈속에서 처음으로 염불춤을 추었다〉는 9년여 동안 〈나무아미타불〉 번역에 천착한 시간의 속살이다. 철저히 염불수행자가 되겠다는 시인의 굳건한 서원은 읽는 이를 감화시킨다.

작품 해설을 쓴 김종진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김호성 시인의 모습을 보며 기린과 낙타를 연상한다. “강퍅한 먼지가 회오리바람에 피어오르는 사바세계에서 기린의 눈은 서쪽을 향하여 있었고, 낙타는 무릎을 구부리고 기꺼이 울력꾼을 자청하여 올라탈 동지를 구하고 있었다. 그는 서방정토로 중생을 인도하는 반야용선에 올라 탈 동지를 구하며 기꺼이 노 젓는 뱃사공이 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시인이 생애 마지막까지 꼭 실천하고 싶어 하는 것, 일명 버킷 리스트는 염불수행에 정진하고 정토법문을 펴서 동행을 만들고자 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시인은 누구와도 다르다. 김종진 교수는 시 해설을 통해 “자신의 느낌과 정서를 담은 시를 독자에게 던지고 각자의 감상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일반적인 문학 소통방식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시인의 삶이 염불신앙으로 인해 변화되었고, 당신의 삶도 변화될 것이라는 신앙적 출사표를 던지면서, 함께 하자고, 함께 가자고 권유하고 있다. 서시가 ‘출사표’인 것은 이 책이 단순한 시집이 아님을 말해준다.”

시집의 덕목 가운데 하나는 시를 읽어나가는 독서 행위 자체만으로도 일본 정토사상의 핵심에 대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시인은 〈은혜의 노래〉에서 지금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의 인연에 대해 담담히 노래한다.

“그날 요코하마의 가와세 유키오 선생 집에 가지 않았더라면

가와세 유키오 선생이 우리 학교에 유학을 오지 않았더라면

가와세 유키오 선생의 집에 야나기 무네요시의 전시회 도록이 없었더라면

가와세 유키오 선생이 야나기 선생의 제자 오규 신조 선생과 와세다 대학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가와세 유키오 선생과 함께 야나기 무네요시가 세운 일본민예관에 가지 않았더라면

일본민예관 서점에서, 야나기 무네요시의 〈나무아미타불〉을 사지 않았더라면

오규 신조 선생이 야나기 무네요시에 대한 글을 청탁해 오지 않았더라면

언젠가 저 옛날, 박재삼 시인이 번역한 야나기 무네요시의 책 〈조선과 예술〉 서평을 쓰지 않았더라면…”

〈나무아미타불〉을 읽고, 8년 9년이나 걸려서 번역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시인은 오래전 인연에 대해서도 찬탄한다. “그야말로 아미타 부처님께서 오겁에 걸쳐서 사유하지 않으셨다면/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그런 아미타 부처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주지 않으셨다면…”

〈꿈속에서 처음으로 염불춤을 추었다〉의 한 편 한 편의 시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만의 인연의 노래, 은혜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욕망을 일깨운다. 스스로에게 독이 되는 욕망, 자신을 해치는 욕망이 아닌 모두를 살게 하는 이로운 욕망을 말이다. 혼자 부르는 노래에서 다 같이 부르는 노래로, 혼자 추는 춤보다는 다 같이 추는 춤은 어떠냐고 시인은 청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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