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학예연구사, <미술연구> 92호서 주장

송광사 불조전의 불상들. 불조전의 삼신불과 53불은 부휴문중이 강조했던 화엄 사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사진제공= 순천 송광사

송광사 불조전에 봉안된 삼신불과 53불이 조선 후기 큰 법맥인 부휴문중이 중시했던 화엄사상에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세영 용인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발간하는 학술지인 <미술자료> 제92호에 게재한 논문 ‘순천 송광사 불조전 불상과 부휴문중의 사상’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화엄 교학 중시했던 부휴문중
불상·불화 조성에 사상을 반영

가장 먼저, 김 학예연구사는 “부휴문중은 임제법통과 송광사의 보조유풍을 계승한 독특한 성향을 가졌다”면서 “부휴문중은 송광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법맥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화엄교학을 중시했는데, 이런 성향은 불상, 불화, 비석, 부도 등에서 확인된다”고 전제했다.

화엄교학을 중시했던 부휴문중의 사상이 불상 조성에 영향을 미쳤던 근거로 김 학예연구사는 비로자나불·노사나불·석가모니불의 삼신불을 예로 들었다.

김 학예연구사는 “삼신불은 <화엄경>의 경주(經主)인 비로자나불과 함께 노사나불, 석가모니불로 조선 후기 삼신불 불사가 이뤄진 곳이 모두 화엄을 중시한 벽암 각성과 관련되며, 이는 부휴 선수에서부터 기인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학예연구사는 <관약왕약상이보살경>과 참법류 경전에서 영향을 받은 53불도 부휴문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봤다.

그는 “참법류 경전에 등장하는 수많은 다불 중 유독 53불을 조성한 것은 ‘53’이라는 숫자가 <화엄경> ‘입법계품’에 53선지식과도 연관되는 법수(法數)이기 때문”이라며 “결국 불조전 53불은 사중오역(四重五逆)의 죄를 없애주는 참회적 성향의 과거 53불과 법맥을 잇는 불조(佛祖) 53불을 신봉하는 복합적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송광사 불조전 삼신불과 결합한 53불은 부휴문중의 강한 화엄 중심 사상을 표현한 것으로 과거 칠불과 결합하는 일반 사찰의 불조전과는 다른 도상”이라며 “송광사 불조전 불상의 융합적 도상은 당시 부휴문중의 사상을 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술자료> 제92호에는 △이준광의 ‘고려 이룡문 청자의 특징과 용도’ △류승진의 ‘잊혀진 미술의 신, 기예천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다카무라 고운 작 <기예천>’ △김용철의 ‘근대 일본의 문화재 보호제도와 관련 법령’ △이희관의 ‘당송시기 월요 가마의 구조와 그 특징 - 고려시기 청자 가마 구조의 파악을 위한 전제’ 등의 논문이 실렸다.

한편, <미술자료>의 모든 논문과 총목차는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내려받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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