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연재에 들어가며

매듭의 기원이나 발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기록한 문헌이나 자료는 없다. 최초의 인간은 풀줄기나 나무껍질을 이용해 꼬거나 엮어 끈을 만들었고, 또 이를 엮고 맺으며 수렵도구로 사용했다. 또 몸을 가리거나 글자나 숫자를 대신해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사용했다.

이렇게 실생활에 쓰이던 매듭은 의장 용도로 폭을 넓혀 발전했다. 현재 한국에 전하는 매듭의 종류는 30여 종이 넘고 그 형태는 앞뒤가 같다. 현재 전수되는 매듭은 지역에 따라 성격을 달리 했으며 이렇게 발달한 매듭문화는 불교문화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불교매듭은 흔히 가사끈, 옷고름, 허리띠, 기타 허리 하단부의 늘어뜨리는 장식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주로 가사의 끈을 묵는데서, 겉옷의 옷고름에서, 허리띠에서 매듭을 짓고 있다.

스님들에게 매듭은 먼저 실용적인 기능 때문에 사용됐으며, 여러 가지 장식성이 더해진 매듭으로 발전했다.

가사 매듭은 6가닥을 한묶음으로 묶는 경우와 6가닥을 3묶음으로 묶는 경우가 있으며 6가닥을 한 묶음으로 맺을 때는 일정하다. 옷 고름은 현대 옷고름을 매는 방식과 같으며, 허리띠는 크기, 형태, 매듭의 방식에 따라 다양하다.

성낙윤 연구가의 전통매듭을 이용한 단주와 염주

스님들이 가사장삼을 비롯한 승복을 입고 매듭을 한 외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다는 점에서 매듭이 갖는 장식적 효과가 얼마나 큰 지를 대변해 준다. 검박한 미를 강조하는 승단에서 매듭은 스님들이 추구할 수 있는 최상의 장식이었다. 이와 함께 스님들의 위의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했다.

불화에서도 이러한 불교매듭 문화가 잘 드러나는데, 실제 사용되는 매듭을 다양한 색을 통해 표현한다. 이는 단조로울 수 있는 불화 속에서 매듭을 표현함으로써 세부적인 감각을 보이기 위함이다.

매듭의 색채는 다양하고, 특별히 제약되는 점은 없지만 불교매듭은 일정한 특징이 있다.

먼저 가사매듭의 경우 녹색, 밤색, 백색, 남색, 황색으로 대변된다. 특히 녹색과 밤색이 많이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불자들이 익숙한 ‘밤색’은 괴색이라 하여 종교적인 의미가 강하다. 산스크리트어로 ‘kas.쮄ya’로 청ㆍ황ㆍ적ㆍ백ㆍ흑의 다섯 가지 정색(正色) 외의 색으로 곧 정색이 아닌 색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녹색이 많이 쓰인 이유는 확연히 풀 방도가 없다. 불화 속에서는 녹색으로 가사의 끈을 사용한 예가 많지만 현재 승가에서는 녹색의 끈이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허리띠의 경우 가는 술띠에서부터 동다회, 광다회, 포백대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데, 주로 백색의 끈이 사용됐다. 백색의 끈은 일반적으로 상장에나 사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불가에서도 많이 사용됐다. 이외에도 녹색의 끈을 사용했으며, 청색을 사용한 예도 있다.

불교매듭은 스님들의 가사 외에도 법회 때 사용되는 가마인 연, 깃발인 인로왕번 등에 사용되었다. 사용된 매듭은 도래매듭, 가락지매듭, 생쪽매듭과 같은 기본매듭과 장구매듭, 국화매듭, 매화매듭, 나비매듭 등 매우 복잡하고 완성도 높은 매듭이 많이 사용되었다.

연(輦)이란 왕이 타고 다니던 가마를 말하지만, 불교의식에서 야외법당에 부처님을 모셔올 때도 연이 사용됐다. 이때 연을 아름답게 장엄하기 위해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매듭이 사용되었다.

또한 인로왕번(引路王幡)은 사십구제 때 죽은 사람의 영혼을 극락세계로 인도한다는 인로왕 보살을 모시고 나가는 깃발이며, 번(幡)인 깃발 하나에 다양한 매듭이 여러 개 맺어져 있다.

불교매듭은 한국문화의 전통성을 간직한 유산이며 의식, 의례에서도 핵심요소로 불교문화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교계의 관심이나 전승 의식은 저조한 상태로 불자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조선시대 가사매듭, 용파당 도주대선사 /전남 해남 대흥사

▲성낙윤 매듭연구가는?
1938년 태어난 성낙윤 연구가는 1963년 중앙대 문리과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64년 충남 대전여상 교사를 시작으로 서울 명성여고, 신광여고, 성동여고 등에서 1979년까지 교사생활을 했다.

1975년 인간문화재 최은순 씨에게 매듭을 배우고, 1976년 인간문화재 김점순 씨에게 길쌈을 배웠다. 1977년 중앙국립박물관대 제1기를 수료하고 일본 동경 세이쥬공예학원 초등과를 수료했다.

1980년부터 성낙윤 매듭전시회를 열고 매듭연구실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이어 미국 LA와 하와이 등에서 매듭전시회를 개최했다.

1985년부터 2014년까지 ‘성낙윤이 만든 혼수’를 운영하며 다양한 수공예 혼수품을 선보였으며 각계 각층에 매듭 및 바느질 등 전통문화 전수에 앞장섰다. 2017년에는 제29회 불교미술대전 공예품에 매듭염주로 입선 수상하는 등 불교미술 분야 연구에도 나서고 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