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태고종이 2위로 돌아가려면
[기자칼럼] 태고종이 2위로 돌아가려면
  • 윤호섭 기자
  • 승인 2018.01.0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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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폭력으로 얼룩진 분규사태와 53억 원에 달하는 종단관련 부채로 극심한 위기를 겪은 태고종이 편백운 스님의 총무원장 취임 이후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부채 53억 원 중 33억을 탕감 받고, 20억 원을 상환했다고 밝히며 채무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또한 불합리한 종헌종법 보완과 분담금 징수제도 개선 의지를 밝혀 무술년 새해 종단 발전을 위한 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적절한 때를 기다려야 하듯이 태고종은 현재 종단이 처한 상황파악과 돌파구 모색을 냉철하게 해야 한다.

편백운 스님이 총무원장 취임 후 종단 정상화에 매진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더 나은 종단 발전을 위해서는 수장으로서 무게감 있고 현실적인 발언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편백운 스님은 올해 시무식에서 “현재 5번째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 태고종 의전순서를 2번째로 돌려놓지 않으면 회장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본인 취임식에 축하하러 온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에게 ‘조계종이 선암사를 뺏으려고 하면 조계사를 점거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런 표현은 태고종 종도들에겐 종단 위상을 되찾기 위한 수장의 기백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더 넓게 보면 문제해결보다는 한국불교 화합을 저해하는 발언이다.

분규사태 이전 소위 ‘2위 종단’이던 태고종이 ‘5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과정은 명확하다. 태고종은 2015년 1월 총무원 청사 폭력사태가 발생해 종단 대표성 혼돈과 행정대상의 부재가 빚어졌다. 또한 회비 체납까지 불거져 종단협은 이사회를 통해 태고종의 자격정지를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2016년 6월까지 정상화하지 못할 경우 자격이 상실된다는 결의내용을 통보했다. 이에 태고종은 4월 26일 회비 완납 후 부회장 복귀를 요청, 종단협은 태고종의 복귀와 함께 의전순서를 부회장 종단 중 하위로 한다고 결의했다. 아울러 2016년 7월 종단협 회비체계를 개편하면서 천태종이 수석부회장, 진각종이 차석부회장을 맡아 일반부회장보다 더 많은 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태고종의 의전순서 문제제기가 단순히 말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종단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부회장은 별도의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데다 지난 이사회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을 만장일치로 회장에 추대했다. 그동안 관례상 조계종이 회장을 맡고, 가장 많은 회비를 납부해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성급한 발언보다는 자성과 묵묵한 실천을 바탕으로 밖으로부터의 인정을 받는 것이 순서이고, 여법한 모습이다.

편백운 스님은 시무식에서 “중국불교를 통한 독자적 대북채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태고종이 타종단에 비해 남북교류에 미진했던 부분을 성찰하고, 대사회 현안에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확고한 종무기조를 바탕으로 이를 구현해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내실을 다지고 대사회활동을 펼치며 천천히 성과를 이뤄간다면 스스로가 아닌 모두가 인정하는 한국불교 대표종단으로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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