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에 가고 싶다

이재호 지음/김태식 사진/씨피엔 펴냄/1만7천원

해직 언론인 출신 연합뉴스 김태식 기자가 틈틈이 찍은 문화재 사진에 이재호 작가의 글이 더해져 한권의 시집으로 묶여져 나왔다. 제목은 〈화엄사에 가고 싶다〉이다.

이 시집은 국보 76호인 화엄사 각황전을 비롯해 전국 사찰과 유수의 문화재를 주제로 한 다소 평범하지 않은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 또한 시집으로서는 드물게 347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도 눈길을 끈다.

저자인 이재호 작가는 머리말을 통해 “화엄사에 가고싶다란 제목을 달고 보니 시 읽는 분들이 불교와 특정 사찰을 좋아하는 독자로 한정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하지만 실상 나의 모든 글은, 시는 절간에서 순간 포착하듯이 써 내린게 대부분”이라고 고백한다.

실제로 작가들은 구례 화엄사 뿐 아니라 공주 마곡사, 고창 선운사, 남양주 봉선사, 보성 유신리 일월사, 남한산 성불사, 청도 대비사 등 문화재 답사 및 조사 때문에 전국 모든 사찰을 순례하다시피 했다.

두툼한 책의 두께와 절간이라는 특별한 배경 때문에 언뜻 딱딱해 보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집에는 문화재뿐만 아니라 사랑도 담겨 있고, 이별도 담겨 있어 읽는 독자들의 입맛에 부드러움을 더한다.

“가을이 오면 화엄사로 가리라. 화엄원 토방아래 느릿한 늙은 햇살 붙들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겸손하기 그지없는 감빛 석양을 바라보리라.”〈화엄사2 中에서〉

“침묵의 선셰, 달마산 자락 사람좋은 절간 미황사/가을이면 가을로 빚어 내놓은 쓸쓸함/겨울이면 겨울로 입술로 입술 호호불며 걸어가고픈 외로움/봄이면 금강스님 닮은 꽃들이 움을 트는 절간/사랑을 하려면 이 미황사로 오라”〈미황사 中에서〉

또한 여기에 각 사찰이 간직한 고유한 분위기와 풍광을 잘 담아낸 김태식 기자의 사진은 마치 직접 그 장소에 가서 시를 읽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더해준다.

특히 이재호 작가는 7~8년간 전국에 산재한 사찰의 문화재 답사를 다니면서 절간 마루에 앉아서 혹은 한여름 나무 아래 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스케치한 글을 모아 시집 〈화엄사에 가고 싶다〉를 엮었다고 한다.

시 한편을 통해 바라보는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시 한편을 채색하면서 느꼈던 사랑, 그리움, 또한 어울림, 계절의 아름다운 빛깔을 책 한권에 담아내 독자들이 문화재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생각에서였다.

‘화엄사’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사찰 문화재는 관람료 문제부터 시작해서 종교적 이해타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국민들과 괴리감이 적지 않다. 오랫동안 문화재 보존운동을 펼쳐온 이재호 작가는 이 시집을 통해 문화재를 종교라는 틀에 가두지 말고 우리 민족의 숨결을 간직한 ‘아름다움’ 그 자체로 이해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태식 기자와 이재호 작가는 “문화재는 아름다움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문화재가 우리들의 삶 속에 한편의 시이기를 바란다”고 시집을 출간하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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