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마음-달라이라마의 성경 강의

달라이라마/류시화 옮김/불광출판사 펴냄/1만 5천원

존 메인 신부(1926~1982)는 로마가톨릭 사제이며 아일랜드계 베네딕도회 수도자로, 사막의 교부들에서부터 이어진 전통에 따라 그리스도교에 기도문과 만트라 등을 이용한 명상법을 도입했다. 1975년 메인 신부는 런던 서부에 있는 자신의 수도원에서 처음으로 그리스도교 명상 모임을 가졌는데, 이것이 세계 그리스도교 명상 공동체(WCCM: World Community for Christian Meditation)의 모태가 되었다. 이 모임은 현재 영국, 캐나다, 미국, 독일, 프랑스, 한국, 중국, 일본, 필리핀을 포함한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 약 2,000개의 그룹이 존재하며 평신도가 중심이 되어 활동중이다.

신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기리기 위해 1984년부터 해마다 ‘존 메인 세미나’가 열려 지금에 이른다. 이 세미나에서는 영적 추구에 평생을 바친 다양한 인물들을 초청해 영성과 기도, 명상, 타종교와의 대화 등을 주제로 강연을 듣는다. 1994년, 존 메인 세미나는 매우 특별한 자리를 준비했다.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이며 정신적 스승인 제14대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 ‘선한 마음: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불교도의 견해(The Good Heart: A Buddhist Perspective on the Teaching of Jesus)’라는 주제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복음서 가르침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생각을 듣기로 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이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인 달라이 라마는 북런던에 있는 미들섹스대학 강의실서 가톨릭 대주교에서 인디언 원주민 주술사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의 종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는 매우 인상적이고, 독특하고, 웃음 넘치고,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3일 동안 진행된 그 강의의 생생한 기록이며, 출간 직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은 늘 접하는 성서의 가르침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한다. 그뿐 아니라, 강의 내내 풍기는 상대방을 향한 존중심과 부드러운 유머, 가톨릭 신부와의 진심 어린 대화가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달라이 라마는 시종일관 그리스도교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사과하면서 겸손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몇 페이지만 읽어도 타종교에 대한 주제넘은 분석이나 외교적인 타협이 아닌, 애정 어린 시각으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바라보고 있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이 책은 서양에서는 〈선한 마음(The Good Heart)〉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선한 마음’은 신약성서뿐 아니라 불교 경전에도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다.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해 흔들림을 잃지 않으면서 다른 종교의 가르침에서도 좋은 점을 받아들이는 모습, 선한 마음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담긴 모습이 이 책이 주는 감동이다. 그리스도교 단체가 타종교의 지도자를 초대해 성서의 핵심 복음에 관해 서로 교감하고 깨우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그 자체가 선한 마음이다.

“우리 자신의 영혼의 요구에 절실히 와닿는 종교를 만나야 하지만, ‘종교는 조용한 혁명’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종교는 외침이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진리를 실천해 나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때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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