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은 장래의 문화적 발전을 위해 후손에 계승할 만한 가치가 높은 문화적 소산을 일컫는다. 여기에는 이외에 다른 가치판단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대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든 인류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사적 산물이든 특별한 제한 없이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인사 장경판전과 석굴암·불국사가 불교계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 같은 문화유산을 보존·계승해야 하는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종교라는 잣대를 들이대 문화유산의 가치를 퇴색시키는 일을 벌이곤 한다. 현재 평창 월정사가 종교라는 이유로 문화올림픽서 배제되는 현상은 문화유산에 대한 공공기관의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은 1988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국내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다. 개최지 평창은 오래 전부터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뛰었다. 그리고 평창의 중심에는 오대산과 월정사가 있다. 그럼에도 평창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각 지역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에서 오대산과 월정사는 만날 수 없게 됐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들의 축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문화유산을 편협하게 선별한다면 진정한 우리 민족의 얼은 빼놓은 채 수박 겉핥기만 제공하는 셈이다. 진정 종교라서 안 된다는 논리라면 조선시대 유교문화나 근대 민족종교 등이 중심이 된 것까지 모두 배제해야 옳을 것이다. 문화유산에 종교 잣대를 들이미는 일은 그만두고 진정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무엇인지 정부부터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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