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年隨想- 종현 스님/ 대구 도림사 주지

다시 새해가 밝았다. 인생이 늘 그렇듯 한해를 뒤돌아보며 다가올 새해를 준비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연말이 되면 으레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사회의 지도층과 각 단체, 연구 기관에서 다가올 미래를 예견하고 분석하는 메시지이다.

대학 교수들은 2018년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꼽았다. 잘못된 견해와 바르지 않은 길을 과감히 없애 사악하고 그릇된 것이 사라지면 바른 것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오랜만에 불교의 가르침이 사자성어에 선택되어 기쁘기도 했지만 그만큼 바로잡을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미 지난 과거가 되어 버렸지만 거리로 쏟아져 나온 많은 국민들은 어둠을 밝히는 촛불과 열정으로 정권을 심판했고, 이후 쌓아온 적폐를 청산하며 지금까지 싸워오고 있다.

2018년의 파사현정은 잘못된 관행과 관습,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에 두는 해가 되리라는 것을 교수님들은 내다봤다.

<금강경>에서는 색(色)과 소리(聲)에 집착한다면 이는 삿된 길을 가는 것이니 능히 본질을 볼 수 없다고 했다. 경계에 머무르지 말고 마음속에서 밝게 빛을 발하는 불성(佛性)을 바로 볼 때 파사현정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무술년 개띠해의 소비 트렌드는 비주류가 주류를 잡는 ‘웩더독(Wagthedogs)’이 될 것이며 주요 키워드는 현재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소확행’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웩더독은 작은 꼬리가 몸통 전체를 흔든다는 의미로 사은품이 본상품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대중매체보다, 유튜브 등 1인 방송이 주류 방송매체보다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 본 것이다. 실제로 개모양의 목베개 사은품을 받기 위해 아이스크림 가게에 줄을 서고, 열쇠고리 인형을 받기 위해 햄버거를 사먹는 양태는 이미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바탕으로 예상하는 우리들의 삶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될 것이라고 한다. 불확명한 미래보다 작을지라도 현재의 확실한 행복에 사람들은 돈을 쓴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것은 한 연구소의 2018년을 내다보는 하나의 예측분석일 뿐이다. 모든 것이 다 이렇게 흐를 것이라 확언하긴 힘들지만 다양한 분석과 자료를 바탕으로 내놓은 결과이니 이 결과를 토대로 내년도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절집에서도 이러한 성향의 수행형태들이 나타난다. 이전에는 대형 법회나 행사, 유명한 스님들의 법문을 쫓아 많은 불자들이 몰렸다면 요즘 나타나는 신행형태는 작은 소규모의 모임으로 개별화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어느 사찰에도 소속되지 않는 신행모임이 만들어지고, 사찰순례나 템플스테이, 합창단, 교리연구회, 문화유적답사, 사진촬영모임 등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들이 모임화 되어 신행으로 발전되고 있다.

나아가 수행과 기도를 해본 불자라면 아예 집에 조그마한 수행공간을 만들어 놓고 참선, 108배, 명상, 다라니, 사불, 사경 등 자신의 근기에 맞게 각자가 수행을 한다. 집단적 수행에서 개별적 수행형태로 변화해가는 이런 형태는 누구에게도 간섭받거나 통제받지 않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수행후의 만족감과 성취감이 매우 높다고 한다.

사실 수행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가 장소와 환경이다. 우리는 사회 속에 너무나 많이 노출돼 있다. 그래서 자신을 돌아보고 안정을 취할 삶이 줄어든다. 나만을 위한 작은 단위의 신행활동을 하려는 불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부처님도 가족을 버리고 출가했으며 6년 동안 홀로 고행을 했다. 지금도 제방에서는 2평 남짓 조그마한 방에 열쇠로 문 걸어 잠그고 무문관 수행을 한다. 수행의 깊이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한번은 가야할 길이 홀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 공부에 조금이라도 맛을 느낀다면 그 법열, 기쁨은 어디에도 견줄 수가 없다.

중국의 시인으로 술과 인연이 많던 이태백은 가장 맛있게 즐기는 술은 달밤에 그림자와 벗하며 먹는 ‘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고 했다. 술 역시 혼자 먹는 술이 최고란 이야기다. 요즘 사회적으로 혼술, 혼밥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러나 홀로 수행한다는 것에는 즐거움만큼의 함정도 있다. 이태백처럼 월하독작을 따라 혼술, 혼밥을 즐기다 알콜중독과 우울증에 빠지고 홀로이 수행과 기도할 때는 독선과 이기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스승을 통한 점검이 중요하고, 도반을 통한 공부와 수행, 대화가 중요하다. 2017년 동안거에 드는 사부대중에게 종정 스님께서 법어를 통해 “인생 길다 해도 참선수행 한나절 한가로움에 미치지 못함이라”라고 설하셨다. 수행과 기도, 공부에서 오는 법열은 인생 백년과 바꾼다 해도 아깝지 않다는 이야기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수행을 통해 느끼는 법열(法悅), ‘득소위락(得小爲樂) 지족장락(知足長樂)’이다. 적은 것에 행복해하고 만족할 줄 알아야 오래도록 행복을 누릴 수 있다. 개인의 수행을 통한 환희, 법열을 느끼기 시작하면 세상이 넓어진다.

명상, 염불, 기도, 절, 주력 하루 10분만이라도 생활화하며, 명상을 통해 하루 일상을 시작하길 바란다. 아침 명상을 통해 바라본 하루가 현실 속에서 진행될 때, 그 하루는 알차고 계획적이 되며 난처한 일, 힘든 일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수월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종현 스님/ 대구 도림사 주지

하루 5분 참선, 108배, 다라니 독송, 사경 등을 통해서 불제자로서의 지혜로운 살을 살아갈 수 있다. ‘소확행’ 불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행복이 무엇일까.

‘첫 번째는 먹을 때 족한 줄 알고, 두 번째는 일을 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세 번째는 먼저 모으고 쌓아 그로써 구차할 때를 준비하라. 네 번째는 밭 갈고 장사하며 목장 만들어 짐승 먹이고, 다섯 번째는 마땅히 절에서 조상을 섬기며, 여섯 번째는 절의 불사를 일으켜 법륜을 돌려라. 가정에서 있어 이 6가지를 부지런히 힘써 잘 닦는 사람은 곧 그 집에 손감(損減)이 없고 재물은 날로 점점 불어나 바다가 온갖 물을 머금은 것 같으리.’
<장아함경>11권 ‘선생경’

2018년 무술년이 밝았다. 계획을 세우고 한해를 내다보아야할 시점에서 내년의 유행과 소비형태, 가치관의 변화, 사회의 변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잘 살펴 희망찬 무술년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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