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Post-Healing- 불교, 무엇을 힐링할 것인가

힐링(Healing)은 2010년대 중반까지 한국사회 전반을 아우른 트렌드였다. 지금 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현대인들의 내면에는 스스로를 치유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한다. 한국인의 20%로는 ‘기·마음 수련’과 같은 유사종교 체험을 경험했고, ‘종교보다 개인적 성찰과 수련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사람도 35%로 달한다는 한국갤럽의 2015년 통계는 이를 증명한다.

기존 힐링은 위로·위안에 그쳐
문제 알게 하고 치유 이끌어야
‘自利利他’의 실천행도 중요해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 힐링의 문제점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위로와 위안에 머물거나 개인 치유 욕구로만 힐링이 그친다는 점이다.

기실 불교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동기나 사연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명상으로 인한 효과를 기대하고 명상을 시작한다. 주변의 사람들이 명상으로 마음이 편해지거나 불면증이 사라졌다는 효과를 보고 그 효과를 보기 위해 명상을 접한다. 여기서는 문제가 있다. 바로 그효과를 본인이 정한 기간에 느끼지 못하면 명상 수행이 중단되는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명상수행으로 인한 우월감을 느끼길 원한다. 타인의 명상 수행 이력에 관심을 보인다. 혹은 명상을 신비체험화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 

명상은 스스로의 마음의 평화를 이루는 방법이다. 인생을 크게 바꾸는 것은 나 자신을, 마음을 바꾸는 것에 따라오는 부차적인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명상 강좌를 운영한 화엄탑사구미불교대학 주지 명법 스님은 “명상을 접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단기적 효과와 체험에 집중한다. 자기 체험과 힐링적인 요소만 취하는 것”이라며 “불교에서는 이 같은 것을 경계했다. 자신의 문제에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한 가지는 개인적 성찰에만 머물다보니 정작 타인을 위한 실천행에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수행을 하면서 실천하지 않는 홀로(獨)수행은 종교의 사사화 경향과 맞물리면서 탈종교화를 가속시킨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설령 내가 힐링이 되었다 하더라도 주변의 이웃들이 고통 속에 있는데 그 힐링이 어떤 의미가 있고, 설령 힐링이 되었다 하더라도 얼마나 오래 지속되겠는가”라며 “현대사회에서 고통의 원인은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양자가 복합적이다”라고 실천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동방문화대학원대학 교수 서광 스님은 <한국불교학> 77집에 게재한 ‘명상과 치유에 기반한 포교 활성화’에서 ‘위기인 동시에 기회’임을 분명히 했다.

위기의 측면에 대해서 서광 스님은 “불교 수행이 현대인들이 당면한 갖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면 힐링과 명상 바람은 불교 수행이 아닌 타종교적 전통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기회의 측면은 불교의 모든 교리의 수행의 초점을 요익중생을 위한 보살행에 맞추고 자비와 봉사를 실천하는 방편으로서 명상을 활용할 수 있다면 힐링 바람은 한국불교의 새로운 도약과 전성기를 가져오는 발판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명상을 통한 힐링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뇌과학과 정신치료 등의 첨단분야와의 연계가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명상이 심리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을까. 이는 실제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1980년대 이후 명상이 질병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임상적 결과가 보고됐다.

명상의 이완반응으로 뇌파가 알파파와 세타파를 보이며, 뇌활동이 전반적으로 이완되며 안정화되지만 주의집중과 유쾌한 정서활동을 관장하는 뇌 부위는 오히려 각성된다는 것이다.

신경과학자인 데이비슨 박사는 우울이나 불안이 심한 환자에게는 마음챙김 명상을 시키면 부정적 정서가 긍정적 정서로 바뀌는지를 실험했고, 이 증거를 만들었다. 2011년에는 독일 신경과학자들이 명상을 통해 뇌부위 기능이 개선돼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치유됨을 입증했다.

이밖에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토니야 제이콥 박사팀의 연구결과 명상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이는 인간 수명을 담당하는 텔로미어의 단축을 저지시킴을 드러냈다. 이 결과 명상이 텔로미어의 단축을 저지시키는 텔로메라제 효소의 활성을 30% 가량을 높인다고 결론지었다.

심리치료에는 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장현갑 교수는 <한국심리학회지>에 기고한 ‘한국형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프로그램 개발’에서 10여 년간 수백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결과 불안과 우울 공황 등 심리적 증세가 개선됐고, 일반 성인들도 강박감과 적개심 등 부정적 정서가 줄어 들었다고 밝혔다.

서광 스님은 “한국불교가 명상과 힐링을 통해 포교 활성화와 대중화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한다면 다양한 학문 분야, 특히 뇌과학과 정신치료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라며 “그래야만 명상을 하는 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를 알 수 있고, 앎을 통해 불교 교리에 대한 본질적 이해와 현실적 적용을 풍부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도흠 교수 역시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고통의 원인을 직시하여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인지과학에서 이룩한 성과를 수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힐링은 근본적인 고통을 제거하기보다 미봉책의 마음포장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불교 명상 어디서 배울 수 있나

대표적인 불교계 명상단체는 한국명상지도자협회를 들 수 있다. 회원 단체로는 △금강선원(혜거스님) △동사섭 행복마을(용타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교육원(인경 스님) △하트스마일명상연구회(미산 스님) △자비선명상원(지운 스님) △행불선원(월호 스님) △상담이 있는 명상 가피명상(적경 스님) △자비명상(마가 스님) △참불선원(각산 스님) △통담아카데미아(선업 스님) △명상수행학교 행복수업(혜봉 오상목) △명상의집 ‘자애’(김재성) △성철선사상연구원(박희승) △한국MBSR연구소(안희영) △위빠사나붓다선원(김열권) △은유와마음연구소(명법 스님)  △보리수선원(붓다락키따 스님) △나루명상센터(혜량 스님) 등이 활동하고 있다. 명상 강좌는 협회 홈페이지(www.kamto.net)에서 각 단체별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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