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모든 설법을 방편설이라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추어 적당한 말을 해 줘 듣는 이로 하여금 진리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도를 높여 주는 방법을 쓰는 것을 말한다. 교(敎)에서는 이를 수기설법(隨機說法)이라 하여 권교법문(權敎法門)이라 말하기도 한다.

격외담(格外談)을 주로 하는 선(禪)에서도 고차원적인 방편설이 있다. 가령 〈임제록〉에 나오는 말 가운데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죽인다’는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말이 나온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교조주의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역부도(大逆不道)한 말이다. 그러나 불교는, 특히 선은 교조주의가 아니다. 어떤 도그마도 없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부처님에게 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석가모니도 ‘나를 따르라’는 말은 한 적이 없다.

방망이로 학인을 곧잘 때렸던 방(棒)으로 유명한 덕산선감(德山宣鑑:782~865)의 ‘부처는 없다’는 뜻으로 나온 ‘불야(佛也)’ 공안이 있다.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한다(呵佛罵祖)’는 덕산 특유의 선풍에서 나온 말이다.

〈선문염송설화〉 676칙에 덕산이 대중에게 설법하는 장면이 있다. 덕산이 말한다.

“나의 견해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부처도 없고, 법도 없다. 달마는 비린내 나는 오랑캐요, 10지 보살은 똥 푸는 사람이요, 등각, 묘각 두 보살은 파계한 범부다. 보리와 열반은 나귀 매는 말뚝이요, 12분교(分敎)는 귀신이 고름 닦는 휴지다. 사과(四果)와 삼현(三賢)과 초심(初心)과 10지(十地)는 옛 무덤을 지키는 귀신이다. 그래 가지고 자신인들 구제하겠는가? 부처란 늙은 오랑캐의 똥막대기니라.”

무슨 법문이 이런가? 말 그대로라면 분명히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한 마설(魔說) 같은 말이다. 이에 대해 운문문언(雲門文偃:?~949)이 언급한 말이 이어 나온다.

“부처를 찬양하고 조사를 찬양하는 데는 반드시 덕산 노인이라야 되느니라.” 부처와 조사를 찬양해서 한 말이라는 것이다. 덕산 정도 되어야 부처와 조사를 찬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낭야혜각(瑯?慧覺)은 평하기를 “여러분이 만약 이와 같이 말한다면 지옥에 쏜살 같이 들어갈 것이다. 운문이 이렇게 말했더라도 또한 쏜살 같이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설화〉에는 “이 화두는 높은 산봉우리 꼭대기에서 바른 법령(法令)을 전부 들어 보이는 것이니 이것이 부처를 찬양하고 조사를 찬양하는 것이다. 처음에 10지를 통틀어 들었고 나중에는 초심자를 이른 말이다. 낭야의 평에서 ‘지옥으로 쏜살같이 들어간다’한 것은 부처님과 조사를 비방한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말한 것은 업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뜻이다.

장산찬원(蔣山贊元)이 법좌에 올라 이 화두를 가지고 말했다.

“그대들은 보라! 덕산이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매도하며 최상승법(最上乘法)을 해치다가 곧바로 발설지옥(拔舌地獄)으로 들어가 아직까지 나오지 못하고 있느니라. 설령 삼세의 부처님이라도 그의 죄를 면하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저 덕산을 구해 줄 사람은 없는가? 있다면 크게 신통을 즐기는 대로 놓아 둘 것이며, 만약 없다면 내가 눈과 귀와 코가 없는 한 사람을 보내어 그의 목숨을 구해 주도록 하겠다.”

부처가 되려면 부처에서 벗어나야 된다는 매우 역설적인 말이 있다. 어떤 관념에 빠져 그 생각을 앞세워 무엇을 하려는 것은 세속적인 일일 뿐이요 출세간법은 아니다. 출격장부(出格丈夫)의 기상은 부처나 조사에 매이지 않는다고 한다. “장부에게 스스로 하늘을 찌르는 뜻이 있으니 여래가 간 곳을 향해 가지 말지어다.(丈夫自有衝天志 莫向如來行處行)”라고 한 말도 있다. 무착문희(無着文喜:8821~900)가 문수보살을 친견하고자 하는 원(願)을 가지고 오대산에 가 공양주를 하다가 죽 끓이는 솥 위에서 문수보살을 만났다 한다. 감격을 하여 희열이 넘칠 일인데 무착이 주걱으로 문수를 때리면서 “문수는 문수이고 무착은 무착일 뿐이다.”라고 말했다는 〈오등회원(五燈會元)〉에 전해지는 설화가 있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무슨 상관 있느냐는 말로 부처나 조사라 하더라도 나와 동격이라 나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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