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 중 불자가 10%밖에 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다. 10년 전 대비 소폭 늘어나긴 했지만 무종교인의 절반에도, 개신교계의 4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이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입국 후 가장 먼저 거주하는 국정원 조사시설(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포교하는 스님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되레 불자가 늘어난 것은 일선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포교사들의 노력 덕분이다.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사바세계에서 헤매는 모든 중생을 구제해 생사해탈의 열반에 이르게 하겠다는 사홍서원의 제1서원. 이는 대승불교의 근본 원이자 법회를 비롯한 한국불교 의식에서 반드시 외는 서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원은 북한이탈주민에게 전혀 닿지 못하고 있다. 불교를 이끌어갈 승가가 앞장서 손길을 뻗어야 함에도 누구 하나 관심 갖지 않은 점은 반성할 일이다.

극도로 억압된 북한사회를 떠나 자유 대한민국에 발을 들인 북한이탈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심리적 안정과 정착 지원이다. 누구보다도 종교인이 먼저 나설 일이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개신교 봉사단이 봉사 제한인원을 가득 채워 북적이며 사람 냄새를 풍길 때 불교는 봉사자마저 드물어 민망하다는 포교사의 하소연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언제까지 철학적인 물음을 갖고 찾아오는 이에게만 포교할 것인가.

법당에 붙은 두 발을 떼 가장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을 찾아가자.

목마른 이에게 감로수를, 상처받은 이에게 감로법문을 전해 불국토 건설에 일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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