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팥죽 나눔 등 전통문화 전승 열기 이어져

민속 명절이자 24절기 가운데 밤이 가장 긴 동지. 예로부터 귀신을 쫓는 팥죽을 먹는 등 다양한 풍습이 있었던 동지 문화가 불교의 전통문화로 변모했다. 현대화된 사회에서 잊혀져 가는 전통 풍습을 불교계가 전승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는 12월 22일 동지를 맞아 전국사찰 및 도심 지역에서 종단협 소속 사찰 133곳이 참여하는 ‘동지 팥죽나눔 문화축제’를 개최한다. 종단협 계획에 따르면 이번 문화축제에서 30만명 이상이 팥죽 나눔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특별제작된 한국전통과 올림픽 소개 브로셜도 배포된다. 또 동지문화 중 하나인 이웃돕기와 관련해 모금함을 설치, 모연된 성금을 지역 특성에 맞게 배분할 예정이다. 또 동지 풍습인 양말 나눔도 함께 진행된다.

종단협은 축제 개막행사로 12월 22일 인사동과 종각, 서울시청과 노량진 등에서 동시에 풍물놀이 등 문화공연을 진행한다.

이에 앞서 조계종 중앙신도회(신도회장 이기흥)는 산하 날마다좋은날 주최로 12월 16일 북인사동 마당에서 동지 팥죽 나눔행사를 개최한다. ‘행복바라미와 함께하는 작은 설 동지’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3000명 분의 팥죽 나눔이 진행된다. 팥죽 배식 외에도 새해 가훈 쓰기, 복조리 만들기, 전통차 시음 등 새해를 맞아 우리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 한국불교 대표 1번지인 서울 조계사(주지 지현)는 동지를 앞두고 12월 21일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동지 헌말 나누기를 비롯해 6000명 분의 팥죽 나눔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조계사는 12월 20일 동지 기도 입재에 들어가 22일 회향한다.

최종현 조계사 기획차장은 “대표적인 불교 사찰인 만큼 불자들 외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이라며 “우리 전통문화를 불교계가 잇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통 절기 중 하나인 동지는 불교와 친숙하다. 매년 사찰에서는 동지불공이 이뤄지며, 팥죽을 부처님께 공양올리고 대중이 함께 나눠먹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액운을 멀리하는 것을 넘어 발심과 자비 실현의 의미로 보다 확장되고 있다.

동지와 불교

동지가 불교와 어떤 관련이 있어 사찰에서 동지법회를 열고 팥죽 공양이나 팥 시루떡을 공양하는 걸까? 불가에서는 동지나 팥죽에 관련한 설화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이 분황사 예불에 참석했는데 여왕을 사모하던 ‘지귀’라는 청년이 여왕을 만나고자 해 예불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죽어 원귀가 돼 서라벌의 사람들을 괴롭혔다. 여왕은 스님들의 의견에 따라 동짓날 팥죽을 문간에 뿌린 후 원귀의 행패가 없어지고 사찰에서는 동지에 팥죽을 먹게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불교계에서는 동짓날 일주일 전부터 대덕 스님 초청 법문 등 동지 불공 법회가 열린다. 특히 지난 한해의 잘못을 참회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마음을 가다듬는 날로 자리 잡고 있다. 사찰에서는 철야 정진 법회를 열기도 한다.

옛날 중국 총림에서는 동재라 하여 사찰 주지스님이나 일반신도가 시주가 돼 동짓날에 대중을 위하여 베푸는 재회를 봉행했다고 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종의 대중공양이다.

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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