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봉사단(사리탑봉사단·염불공덕회·바라밀다회·염화회)

통도사의 각종 행사를 돕는 통도사의 4개 봉사단인 사리탑봉사단ㆍ염불공덕회ㆍ바라밀다회ㆍ염화회 회원들이 오는 18일 열리는 화엄산림법회를 위해 모였다. 4개 봉사단은 사리탑, 보궁 등 도량 청소와 설거지, 천수다라니 지의 제작, 배식 등 서로 나누어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4개 봉사단 법회 도와

통도사 화엄산림법회 이끄는

숨은 봉사, 여법한 법회 진행

사리탑, 보궁 청소 및 설거지

염불공덕회, 지의 제작 3만개

바라밀다회, 탑다라니 봉사

염화회, 배식 및 과일공양

 

영축산 아래, 적멸보궁이 자리한 통도사 설법전은 음력 11월 1일이 되면 전국의 불자들이 찾아온다. 화엄산림대법회를 맞아 산문이 열리는 이 날을 1년 동안 기다려온 불자들이다. 그들은 마치 〈화엄경〉의 선재동자처럼 선지식의 가르침을 찾는 구법행을 시작한다.

매년 입재일이면 일만 명이 넘는 대중이 설법전을 가득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설법전 아래 템플스테이관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무려 47년 간 이어온 대법회에서 수많은 불자들은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을 만났고, 차가운 겨울도 이겨내는 정진의 열기로 성불의 길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법열의 장엄이 펼쳐지는 순간, 차가운 바람을 맞아가며 설거지, 배식, 천수다라니 지의(紙衣) 접기, 과일 쌓기 등 여법한 법회를 위해 울력 봉사를 하는 이들이 있다. 통도사의 숨은 봉사단인 ‘사리탑봉사단’, ‘염불공덕회’, ‘바라밀다회’ 그리고 ‘염화회’이다.

부산과 울산 등에서 새벽 첫 차를 타고 날이 밝기도 전에 통도사에 도착하는 이들은 “봉사라고 생각하면 힘들어 못한다”고 했다. 그들은 “고된 일이 아닌 수행이자 기쁨이며 부처님께 보답하는 마음이다”고 했다.

12월 5일 통도사에서 만난 봉사단원들은 서로 바라보며 이번 화엄산림대법회를 맞아 “봉사는 이미 각오가 됐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함께해서 가능하고 행복한 일

이번 2017년 화엄산림대법회 입재일은 12월 18일이다. 통도사는 전국에서 찾아 올 불자들을 맞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준비로 분주했다.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하루 두 차례씩 선·교·율에 능통한 전국의 대강백이 80권 〈화엄경〉을 각 품으로 나누어 설한다. 〈화엄경〉이 설해지는 그 순간 불자들은 통도사를 거처로 삼고 자고 먹고 씻는다. 하루 식사량도 가늠할 수가 없다. 공양을 먹기 위해 서서 기다리는 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일반 생활 뿐 아니라 법회에 참석한 대중들은 염불과 천도의식으로 영가를 위한 시간도 보낸다. 매주 토요일, 불자들은 저녁 예불을 마치면 설법전에서 금강경을 독송하고 염불하며 광목 끈을 잡고 법성게 모양을 따라 법당을 돈다. 영가도 〈화엄경〉을 듣고 극락왕생 하기를 바라는 불자들의 염원을 담아 시작한 일이다. 매주 일요일에는 천도재를 지내며 법회 회향일에는 위패와 다라니를 들고 금강계단을 한 바퀴 돈 후 소대 의식도 진행한다. 화엄산림법회 기간은 총 30일이다. 이 기간 동안 위패 접수는 계속 진행되며 하루에 한 번 〈화엄경〉 약찬게 기도도 진행된다. 법회가 쉼 없이 열리고 기도가 끊이지 않는다.

“어떻게 이 일을 다 하느냐?”고 묻자 봉사단원들은 “우리가 맡은 일을 할뿐이에요. 각자 맡은 일을 해내면 잘 맞춰진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거죠”라고 답했다.

사리탑 봉사단의 설거지 봉사 모습

사리탑 봉사단에서 활동하는 고영미(52·울산) 씨는 사리탑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적멸보궁 사리탑을 청소한다.

“이런 말 안 믿겠지만 사리탑 청소할 때 이상하게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요. 요즘 날씨가 굉장히 추운데도 새벽 6시에 출발해서 먼저 보궁에 들어가면 번뇌 망상도 잊고 부처님 제자가 된 것이 정말 행복해지거든요. 믿음의 가피라 생각되고 그렇게 보궁 가까이 있으니 그런 행복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제가 하는 일은 봉사가 아니라 특혜인 것이죠.”

사리탑 청소 외 설거지도 담당한다고 했다.

“사리탑 회원이 30여명 정도입니다. 평소에는 조를 나눠 설거지하는 일에 동참하지만 화엄산림법회 때는 모두가 총동원되죠. 입재식 날에는 만 명이 넘게 찾아오니 설거지 정리는 끝이 없어요. 그 때는 온 산림으로 등록해 계속 통도사서 지내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아침, 점심, 저녁까지 3차례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김명희(59·부산 화명동) 불자는 “식당에서 돈 벌기 위해 하는 일이었다면 못했을 거예요. 남편이 시켜도 못할 거예요.”라며 웃었다.

“비 오듯 땀이 나요. 힘들고 지친다기 보단 부처님 일이니 신이 나는 거죠. 그리고 고맙다며 독려하고 인사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럴 때 많은 보람을 느껴요. 그리고 제가 안하면 다른 회원들의 일이 더 많아지잖아요. 도반들을 생각하면 그냥 있을 수가 없어요. 서로가 모두 그런 마음이죠. 그런 마음을 느낄 때 참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각자 맡은 역할을 다 해…

염화회, 염불공덕회 그리고 바라밀다회의 역할도 역시 마찬가지다. 봉사자 모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가 아닌 불사에 동참하고 있었고, 성불의 길을 가는 불제자로서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 할 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거듭 강조하고 그로 인해 얻는 환희로 행복하다고 했다.

염불공덕회 천수다라니 지의 접기 봉사

염불공덕회는 영가를 위한 일을 맡고 있다. 방지현(60·울산) 불자는 “평소는 시다림을 함께 갑니다. 어디든 요청이 있으면 극락왕생을 기원해 주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습니다. 화엄산림법회 때는 저희가 천수다라니 지의, 조상 종이옷을 접어요. 1년 동안 12만 장이 필요하거든요. 화엄산림법회 때는 많이 필요하죠. 법회 참석을 안 하는 분들도 그 때는 방문해 기도를 합니다. 그래서 집에 가져가서 틈틈이 접어 가져오고 판매까지 저희가 담당합니다. 화엄산림대법회는 대략 3만 벌이 필요한 거 같아요.”

판매 수익금에 대해 묻자 학인 스님들의 교육비로 회향된다고 답했다.

“법회 회향 전 날 까지 위패를 받고 천수다라니 지의도 판매해요. 학인 스님들의 공부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책 구입 혹은 학비로 사용이 되지요. 법회 기간 동안 토요일 저녁 7시 쯤 법성게 기도를 올려요. 회향할 때 소대의식을 하는데 불자들이 위로를 많이 받습니다. 준비하지 못한 갑작스런 이별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은 〈화엄경〉 법회를 일부러 찾아 영가 기도를 접수하고 법문을 듣고 위로를 얻지요.”

바라밀다회 우편발송 봉사

바라밀다회를 이끌고 있는 신순자(63·울산) 불자는 배식과 금강경 탑다라니 접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금강경〉 탑다라니는 중국의 7층 목탑을 형상화 해 찍어 놓은 것으로 〈금강경〉을 탑 전체에 새겨 넣어 둔 것이다. 법회 기간 동안 바라밀다회는 탑다라니를 2만장을 접어 대중에게 나눠준다.

“평소엔 다른 봉사 활동을 하지만 화엄산림대법회 때는 배식과 탑다라니를 접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바라밀다 회원들은 법회 기간이 되면 한 달 동안 매일 아침부터 나와 배식을 담당해요. 20여 명의 회원들이 있는데 이때는 모두가 동참하죠. 불자들은 수행 중에 밥 양을 많이 조절해요. 가감하는 발우 공양 문화 때문인지 밥 양에 대해선 예민하더군요. 저희는 그것을 돕는 일을 하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쉽지가 않아요. 위패 및 기도 접수도 돕고 있습니다.”

염화회 과일쌓기 봉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염화회가 과일과 제사상을 담당한다.

서종애(62·부산 남산동) 불자는 “재를 준비하는 일은 저희가 어김없이 담당한다.”며 “과일 쌓아 부처님 단에 올리고 그 앞에서 불자들이 기도하는 것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고 했다.

“과일을 쌓고 나면 그 무게가 20kg 가까이 되더라구요. 많이 무겁지요. 재가 있기 전 날에는 법당에 앉아서 다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과일을 닦고 쌓고 넘어지지 않도록 정리를 합니다. 풍성한 과일을 부처님께 올리고 법당 문 앞에서 바라 볼 때 정말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서종애 불자는 “배식일도 함께 돕는데 그 일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며 “불자들 가운데 좋은 분도 계시지만 사실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분들도 있어요. 그분들의 마음을 듣고 이해하는 과정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다름 아닌 수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덧붙였다.

봉사단 대표들. 좌부터 바라밀다, 염화회, 염불공덕회, 사리탑

 

화엄의 세계 여는 봉사단

피라미드 공덕 다단계 도반

서로 수행 위한 노력, 성장

봉사에서 수행으로 발전

서로 위한 봉사가 곧 화엄

“깨달음 위한 길을 걷는 것,

너와 나 함께, 대승 보살의 원력”

 

서로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

울력 중인 봉사자에게 “어떤 인연으로 봉사단을 찾게 됐냐?”고 묻자 그는 “피라미드 다단계 도반 덕분이다”며 환하게 웃었다. 돈을 벌기 위해 만난 다단계가 아니라 봉사를 위해 만난 ‘공덕 나눔 다단계’라는 것이다.

김순회(59) 불자는 “봉사 활동을 하기 전에는 사실 여행을 정말 많이 다녔다”며 “지금도 친구들이 답답해서 어떻게 지내냐며 전화가 자주 와요. 근데 많이 놀아도 보고 좋은 곳에 가 봐도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요.”라고 했다.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첫차를 타고 오는데 누가 시켜서 하라면 할 수 있겠어요? 정말 좋으니 하는 거죠. 봉사해보니 놀러 가고 싶은 생각이 안날 정도인데 권유를 안 할 수 있겠어요. 큰 스님 추모다례재 상차림 준비도 저희들이 하는데 재가 있을 때 승보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납니다”

김명희 불자는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건 사실 도반의 권유였다.”며 “같이 하자며 손을 잡는데 일을 하고 나니 뭔가 뿌듯하면서 계속 나오게 됐어요. 진정한 공덕 피라미드 도반, 세상에 이렇게 좋은 다단계 있음 나와 보세요.”라고 했다.

봉사에 대해 설명하던 불자들은 수행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봉사를 하면서 수행과 기도로 마무리하는 일상을 소개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봉사만 했던 초심자들도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경전을 읽는 법까지 자연스럽게 배운다는 것이다.

염불공덕회 소속 박명임(59·부산 반송) 불자는 “사실 영가 옷이 무엇인지 몰랐다. 근데 지금은 천수다라니 지의를 접는 봉사도 하고 장례식장을 방문해 시다림 염불도 함께 한다.”고 했다.

“10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2년 전 꿈에 나타나셨어요. 생전에 평소 무채색 옷을 즐겨 입으셨는데 꿈에서 알록달록한 옷을 사달라고 하셨어요. 이상하기도 하고 많이 놀랐죠. 그 후 통도사에서 우연히 영가를 위한 지의를 봤어요. 빨간 글이 가득하고 꿈에서 봤던 그 옷이라 당장 사서 올려드렸어요. 마음의 짐을 벗어버린 순간이었어요. 그 후부터 염불공덕회에 나와 함께 기도하고 장례식장을 찾아 시다림을 하는 장소를 방문해 위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화엄산림대법회에 참석해 도반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스스로 성장해가는 모습도 보게 돼서 보람을 느껴요.”

사리탑 회원들은 “봉사 시간 틈틈이 개인기도 시간을 꼭 넣는다.”고 했다. “혼자서는 아마 힘들 거예요. 평소에는 3명씩 조를 나눠 활동하는데 봉사 후 함께 기도하는 시간에는 너무 든든하다”고 답했다.

 

잡화장엄, 저마다 보살꽃이 되어

통도사 화엄산림대법회는 1927년 극락암 무량수각에서 경봉 스님이 삼칠일간 법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경봉 스님은 화엄 산림법회 동참을 권유하며 1930년 9월 25일 직접 동참 서문을 작성해 법회 목적을 전했다.

경봉 스님은 “우리의 도(道)는 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견성하여 성불하는 것이며, 자기도 깨닫고 남도 깨우쳐 이 둘이 이롭고 원만하게 되는 도(道)이다.”고 밝혔다. 자신과 함께 도반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이 깨달음 얻고 함께 원만한 길을 걷는 것, 바로 대승 보살의 원력이다.

〈화엄경〉은 ‘잡화엄식(雜華嚴飾)서 온 말이다. 온갖 꽃으로 장엄한다는 뜻이다. 〈화엄경〉을 ‘잡화장엄(雜華莊嚴)’을 줄인 〈잡화경〉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화엄경〉의 세상에서 부처님의 안목은 일체가 평등하고 높낮이가 없다. 사리탑봉사단, 염불공덕회, 바라밀다회 그리고 염화회 봉사단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그리고 묵묵히 담당하고 있다. 숨은 그 손길과 정성이 모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빛내고 각자는 성불로 한 걸음 다가간다. 그들이 보살꽃이 되어 낮은 곳 높은 곳 구분 없이 통도사를 장엄하고 화엄의 세계를 열고 있다.
 

※통도사 봉사단은?...통도사 봉사신행 단체인 바라밀다회와 염화회는 1999년 창단됐다. 바라밀다회는 평소 템플스테이 진행 전반에 걸쳐 보조하는 역할을 주로하며, 행사시 연등 제작, 통도사 사보 〈보궁〉 배송 업무 등 포교국과 원주실 일을 돕고 있다. 염화회는 재를 준비하거나 각종 재일의 고임새, 과일, 떡, 진수 등을 준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신도배식과 식재료 다듬기, 김장, 된장 담그기, 등도 담당한다.
사리탑 봉사단은 2007년에 창단됐다. 적멸보궁 관리를 위해 청소와 참배 안내, 공양물 관리 등을 맡고 있다. 공양 후 설거지 봉사도 진행하고 있다.
염불공덕회는 2012년에 창립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인을 위해 염불 및 장례 봉사를 진행한다. 영가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천수다라니가 적힌 지의를 제작 판매해 장학 사업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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