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사회硏, ‘서구로 간 붓다’ 학술대회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사진 왼쪽>와 독일 음악가 바그너<사진 오른쪽>의 모습. 두 예술가 모두 불교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불교가 서양에 전해진 최초의 시기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18세기 초엽까지 부처는 인도의 많은 신 중 하나로 여겨졌다. 하지만, 서구가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식민지화 시키면서 불교는 서양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불교가 서구에 어떻게 전래되고 변용됐는지를 살펴보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서구 불교 수용·변용 조명해
각 국가 불교학 추이 연구도
톨스토이·바그너 작품 세계서
불교 어떻게 투영됐는지 살펴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사회문화연구원(원장 김성철)과 인문학연구소(소장 박용희)는 12월 6일 교내 원효관 4층서 ‘서구로 간 붓다 - 서구의 불교 수용과 변용’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 등에서 불교가 어떻게 수용됐고 변용됐는지를 조명하는 논문들이 발표됐다. 또한 톨스토이와 바그너와 같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어떻게 불교를 투영했는지를 살펴 눈길을 끌었다.

장영숙 대구 가톨릭대 교수는 ‘러시아 불교- 톨스토이의 불교 수용과 이해’에서 러시아의 대표적 문호 톨스토이의 불교 수용과정과 이해를 분석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톨스토이가 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870년대 후반 그에게 ‘정신적 위기’가 찾아오면서 부터다. 톨스토이는 ‘바닥까지 추락한’ 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치열한 자아 탐색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던졌고 동·서양 현자에게서 그 답을 찾게 된다. 이 과정에서 톨스토이가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했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장 교수는 “당시 톨스토이는 마냐예프와 같은 러시아 인도학 학자들과 교류하며 불교사상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혀갔다”며 “톨스토이의 불교 수용은 종교적 차원보다 사회 윤리적·존재론적 대안 찾기에 가깝다. 그에게 불교사상은 서구 종교에서 찾지 못한 방향과 진리를 가르쳐주는 현자의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톨스토이가 주창한 ‘비폭력 무저항’이라는 평화주의 사상도 불교에 기반하고 있다고 장 교수는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인간을 넘어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은 불교의 핵심 요소인 불살생의 모습”이라며 “윤회 사상은 톨스토이의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의 시원이며, 업보와 함께 함께 톨스토이가 지향하는 도덕적 윤리적 삶의 주요 기저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영 대구 한의대 교수는 ‘바그너 음악의 불교수용’을 통해 독일 음악가인 바그너의 작품 세계 안에 불교가 어떻게 투영됐는지를 살폈다.

김 교수는 바그너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접하기 전부터 이미 동양 사상과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전제했다. “기독교가 예수의 가르침을 왜곡하며 제도화된 종교로 변질됐다”고 바그너는 인식하고 있었으며, “불교가 가장 완전한 형식으로 종교적 본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바그너는 불교의 해탈의 이념이 서구 물질문명의 해악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약속으로 봤고, 그 가능성을 윤회의 원리서 찾았다”면서 “바그너는 스스로 발견한 불교의 주요 사상들을 통해 인간의 ‘내적 구원’ 기획을 위한 예술적 열정과 결합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교와 기독교에 대한 바그너의 이해는 그의 음악극이 지니는 구원의 메세지를 위한  상호보완적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바그너에 있어 기족의 기독교적 ‘구원’ 개념은 불교의 ‘출가’나 ‘해탈’ 개념을 통해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남철호 경남과기대 교수의 ‘빅토리아시기 영국 불교학과 의미’ △이경일 경성대 교수의 ‘프랑스에서의 불교연구’ △박용희 동국대 교수의 ‘독일에서의 불교연구’ △김주관 동국대 교수의 ‘미국불교의 전래와 확산’ 등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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