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화엄사, 11월 19일 전통 ‘가사공승재’ 재현

전통적 가사불사를 재현한 ‘가사공승재’가 지리산 화엄사에서 열렸다.

지리산 화엄사(주지 덕문)는 11월 19일 각황전에서 재가불자들이 스님들에게 가사를 공양하는 의식을 전통방식으로 봉행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에 앞서 화엄사는 주지 덕문 스님 취임 후 가사 공양을 위해 지난 7월 경내 범음료에 가사도감을 설치하고 가사불사를 입재한 뒤 박춘화 명장(한복) 지도하에 ‘부처님의 옷을 짓다’라는 강좌를 개설했다. 이를 계기로 신도들이 바느질 정성과 신심을 기울여 가사를 제작해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의 가사가 특별히 조성됐다. 특히 진제 스님의 금란가사는 조선초까지 전하다가 중단된 첩상가사를 전통복식대로 조성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진제 스님과 칠증사 가사를 비롯해 총 294벌의 가사가 봉정됐다.

이날 가사를 봉정한 신도들은 기도문을 통해 “이제 가사장삼을 스님께 공양하는 공덕으로, 탐진치(貪瞋癡)로 생긴 모진 장애들이 사라지고 저희들의 지혜가 밝아져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가피하여 주소서”라고 발원했다. 가사를 받아든 스님들도 “불제자의 올바른 길을 끊임없이 정진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행사는 육법공양을 시작으로 불교의례, 증명청, 가사점안 피봉식, 가사 이운, 가사 봉정식이 열렸다. 이어 화엄사 문장 명선 스님의 법문과 발원, 감사패 증정, 인사말과 기념촬영이 진행됐다.

가사 봉정에 앞서 가사점안 피봉식은 가사를 가사함에 넣고 부처님 전에 봉안하는 의식이며, 이어진 가사 이운은 선재 어린이, 문수 청소년 법회 화동의 선두로 신도회와 임원들이 두 손으로 가사를 이운해 스님들에 봉정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가사봉정을 마친 후 명선 스님은 법문에서 “예로부터 예식을 통해 권위가 살아난다는 말이 있다. 오늘 가사공승재가 참으로 부처님 법답게 이뤄졌다”고 치하하고, “가사를 수하는 스님은 반야용선의 선장이 돼 모든 중생이 성불할 수 있도록 정진해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4개월간의 준비 끝에 가사공승재를 회향한 덕문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가사공승재는 부처님 이래 수천 년을 전해오는 수행자의 법의(法衣)인 가사를 스님들께 올릴 수 있는 최고의 공양이다. 가사는 세상을 밝히는 지혜이자 중생을 이롭게 하는 자비의 상징”이라고 말하며 “이번 가사불사 공덕으로 재가불자들에게는 한량없는 복덕행의 기회가 되며, 출가수행자들에게는 여법하게 수행할 수 있는 지혜행의 시작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가사공승재에 수고한 공로로 박춘화 명장과 강선정 화엄사 성보박물관 학예사에게 감사패가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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