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원 교수, 〈불교평론〉 겨울호 특집서 주장

지난해 열린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실천위원 도철 스님과 참여 시민이 촛불을 나누고 있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촛불 이후 1년,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정권이 바뀌었고 그로 인한 여러 제도적 변화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 1년의 변화에 한국사회와 불교는 무엇을 바라봐야 할까.

불교 대표 학술 계간지 〈불교평론〉은 겨울호(통권 72호) 특집으로 ‘촛불 이후, 한국사회와 불교’를 다뤘다. 정치·경제·윤리 등 분야에서 촛불 이후 변화와 불교적 대안적 모색이 전문 학자들을 통해 제시됐다.

‘촛불 後 사회와 불교’ 주제서
선거 통한 대의민주주의 한계
숙의민주주의가 대안으로 부상
구성원 논의로 쟁점 해결하는
숙의민주제, 승가 공동체 유사


특히 정치 분야에서 윤세원 인천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는 대안 민주제로 부상하고 있는 숙의민주주의를 주목하고, 이에 대한 전통적 맹아가 불교 전통 승가 공동체에 있음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윤 교수는 ‘민주주의의 당면과제와 불교의 역할’ 주제 논문에서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1991년 내놓은 〈역사의 종언〉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체제 우월 경쟁의 최종 승자라고 했지만, 2014년 저서 〈정치적 질서와 정치적 쇠퇴〉서는 미국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었음을 주장한 것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더 이상 대안이 없다고 보았던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과 한국서 일어난 촛불 혁명 사이에는 내적 연관성이 있다”고 평가하며, 현재 민주주의는 주권 행사의 정치적 의례인 선거가 주권자를 주권으로부터 소외시키고 있는 역설적 상황에 당면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불교평론 겨울호(통권 72호). 촛불 이후 한국사회와 불교를 특집 주제로 삼았다.

실제, 촛불혁명을 초래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는 선거에 내재된 통치자 선정 방식의 허술함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해 겨울 광장의 빛낸 촛불들은 “민주주의의 정상적 작동을 방해한 국정농단 세력과 그들만으로 형성된 카르텔을 해체 혹은 견제하고 진정한 민주주의에 한 발 더 다가가자고 하는 요구”였다는 게 윤 교수의 평가이다.

윤 교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제시된 ‘숙의민주주의’를 주목했다. 숙의민주주의는 평등한 시민들 사이에 공개적인 논증과 토론이 이뤄지고 그 결과를 국가 권력의 잠정적 의사 결정 과정에 반영토록 하는 민주적 통치 방식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가 시도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향배에 관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선 공사를 중지시키고 재개 여부를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었다. 결국 시민배심원들은 공사 재개를 결정했고, 정부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윤 교수는 “숙의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모두와 양립이 가능하다”면서 “무작위 추첨으로 구성되는 시민배심원단은 쇠퇴 일로의 대의민주주의의 결함을 보완하고 민주주의를 재생시킬 수 있는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게 윤 교수는 숙의민주주의가 불교 승가 공동체 전통과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본래 승가는 주인 없이 전 구성원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하는 완전한 자치 공동체를 지향했고, 의사 결정도 소통과 화합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불교적 공동체 생활 원칙과 지혜들은 한국불교의 전통 속에 아직까지 살아있다”면서 “구성원 사이 철저한 평등과 자유 보장을 전제로 하는 숙의민주주의는 불교 전통 속에서 너무나 오래 전부터 실천돼 오고 있는 미래형 민주주의 맹아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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