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불상을 모신 아쇼카왕

‘부처님이 보고 싶다.’ 아쇼카왕은 부처님이 보고 싶었습니다.

“부처님 법으로 백성을 어루만지니, 세상이 이처럼 평화롭구나. 이렇게 좋은 길을 열어 주신 부처님을 뵈올 수는 없을까? 아니면 부처님을 만나본 이야기라도 들어봤으면….”

그러나 세상에는, 부처님을 본 사람이 없었습니다. 부처님이 열반하신 지 100년이 훨씬 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왕은 바다의 용왕이 부처님과 만났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다의 용왕은 수명이 1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부처님을 만났을 것이다.’

아쇼카왕은 신하를 시켜서 용왕을 모셔오게 했습니다. “대왕이 부처님 법으로 정사를 보신다니 고마운 대왕을 가서 뵙기로 하자”며 용왕은 사람으로 모습을 바꾸고 아쇼카왕의 궁전에 나타났습니다.

아쇼카왕이 거느린 수많은 왕과 많은 신하들과 스님과 하늘사람 범천과 일반 백성과 야차와 건달바까지 자리를 잡고, 용왕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쇼카왕은 용왕을 사자좌에 앉게 했습니다. 아쇼카왕이 자기 몸에 걸었던 영락을 거두어 용왕에게 걸어주며 물었습니다.

“용왕은 우리 부처님 참모습을 보았을 테지요?” 용왕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1겁을 살면서 네 분의 부처님을 모셨지요. 마지막이 석가모니부처님이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여드리지요.”

말을 마치자 용왕은 신통력으로 자기 모습을 부처님 모습으로 바꾸었습니다. 부처님의 서른두 가지 거룩한 모습(三十二相)과 여든 가지 잘난 모습(八十種好)이 나타났습니다. 빛나고, 조용한 모습이었습니다.

‘아, 부처님!’ 아쇼카왕이 황홀한 느낌으로 부처님 모습을 우러르고 있었습니다. 아쇼카왕이 거느린 수많은 왕과 스님들도 황홀한 느낌으로 부처님 모습을 우러르고 있었습니다. 모든 대중이 부처님 모습을 우러르고 있었습니다.

용왕은 이레 동안 부처님 모습을 한 채 꼼짝을 않았습니다. 대중은 이레 동안 꼼짝을 않고 부처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부처님 모습은 단정하고, 곧고, 엄숙한 몸매였습니다. 거기에서 둥근 광명이 비쳤습니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었습니다.

귀가 두텁고 귓불이 긴 것도 잘난 모습이었습니다. 정수리가 높고 묘했습니다. 가지런한 눈썹 사이에 희고 부드러운 백호가 오른쪽으로 말려 있었습니다. 백호에서 끊임없이 광명이 비쳤습니다.

볼수록 마음이 끌리는 모습이어서 이레가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그러자 부처님 모습이 완전하게 대중의 가슴에 그려졌습니다. 부처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릴 수도 있고, 모습을 이야기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이레가 지나자 용왕은, 일어서서 모습을 바꾸고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부처님 모습을 가슴에 지닌 대중은 부처님 법을 온 세상에 펴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아쇼카왕은 부처님 법을 펴기 위해, 세상이 놀랄 만한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왕은 곧 나라의 창고를 열어, 은전 96억량을 내어다 쌓았습니다. 그리고, 신하들을 불렀습니다.

“내가 거느린 나라가 8만 4천이다. 그 나라에 이 은돈을 고루 나누어서 절을 짓도록 하라! 그 8만 4천이 절에 부처님 상을 모시게 하라! 그리고 그 8만 4천의 절에 탑을 세우게 하라!”

그리고, 8만 4천의 탑에는 부처님과 아쇼카왕의 행적을 글로 새기게 했습니다. “나도 하나의 절과 보배탑을 세울 것이다.”

이렇게 말한 아쇼카왕은 자기도 절을 짓기로 했습니다. 경치가 좋은 산 하나를 골라 ‘아쇼카의 산’이라 이름지었습니다. 이 아쇼카의 산에다 아름답고 우람한 절을 짓고, ‘아쇼카왕의 절(阿育王寺)’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 세계적인 공사의 총감독을, 건축 기술이 뛰어나고 신통력을 지닌 인타굴다(因陀掘多) 아라한에게 맡겼습니다.

‘뚝딱 뚝딱, 스윽 스윽….’ 수미산 남쪽 세상, 염부제가 절을 짓는 소리, 탑 쌓는 소리로 요란해졌습니다. 돌을 깨고 돌을 다듬는 소리, 나무를 자르고 나무를 다듬는 소리였습니다. 한 편에서는 불상을 조성했습니다.

‘어여엉차 영차 영차!’ 기둥을 세우고, 벽을 쌓고, 탑돌을 들어 옮기는 소리들이었습니다. 신통력을 지닌 총감독 인타굴다 아라한은, 신통력을 지닌 부하들을 거느리고, 8만 4천 공사장을 뛰어다녔습니다.

공사는 3년 만에 끝났습니다. 8만 4천의 절과 8만 4천의 탑을 이룩했습니다. 절마다 부처님 상을 모셨습니다. 부처님 모습을 아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절마다 모습이 똑같은 부처님상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얼굴 모습, 정수리의 모습, 귓불이 긴 귀의 모습, 눈썹 사이에 동그란 백호의 모습, 인(印)을 지은 손가락 모습, 앉은 모습, 선 모습이 똑 같았습니다. 아쇼카의 산에 크고 우람하게 지은 ‘아쇼카왕의 절’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참으로 큰 일을 이룩한 것이었습니다.

아쇼카왕은 온 나라에 명령을 내려 8만 4천의 절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축하의 불사를 열기로 했습니다. 절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5계를 받고 부처님께 귀의하기로 했습니다.

8만 4천의 절에서 큰 북을 차려놓고, 같은 시간에 축하의 북을 “둥 둥 둥!” 울렸습니다. 수미산이 꿈틀, 진동을 했지요.

선견률비바사(善見律毘婆沙) 제1권 아육왕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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