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이 시기가 되면 자의든 타의든 보게 되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연예 관련 시상식이다. 그런데 불자들은 시상식을 보기가 꺼려진다. 기독교 연예인들의 ‘하나님 감사’ 퍼레이드 때문이다. 국고와 세금이 지원되는 공공재인 공중파 방송에서 ‘하나님 감사’를 듣는 것은 가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얼마나 많이 하나님을 찾았으면 2014년 한 방송국 시상식에서는 사회자 신동엽 씨가 진행 중 나서서 “교회 다니는 분들은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데 절에 다니면 부처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잘 안 하는 것 같다. 또 교회 오빠와 사귄다는 이야긴 들었어도 절 오빠와 만난다는 얘긴 못 들어봤다”며 “오늘 불자가 계시다면 부처님 이야기를 한 번 부탁드리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즘 이야기 하는 ‘절 오빠, 절 언니’의 대중화는 이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그럼에도 매년 연예인들의 수상 소감에는 부처님보다는 하나님이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공중파 방송에 부처님이든 하나님이든 언급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소감은 예외였다.

영화 ‘아이캔스피크’로 제3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문희 씨의 이야기다. 그녀는 11월 25일 열린 영화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고 이렇게 말하며, 수상 소감을 이어갔다.

“지금 96세이신 친정어머니, 어머니의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린다.”

반응은 센세이션 했다. 11월 27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메인 앵커인 손석희 아나운서는 앵커브리핑에서에서 나문희 수상소감을 직접 인용하며 “종교 화합의 멘트”라고 평가했다. 실제 대부분의 평가가 그랬다.

이후 한 연예매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나문희 씨가 가진 신앙적 겸양이 엿보였다. 그녀는 ‘종교 화합 수상 소감’에 대해 이렇게 털어놨다.

“어머니가 지금 제 나이에 하나님을 믿으셨는데 지금도 신앙을 이어가고 계세요. 지금 그 신앙으로 제가 있을 수 있었고요. 반대로 저는 아이들 키우면서 부처님을 믿게 됐어요. 어머님을 위해 하나님께 감사드렸고 제가 좋아하는 부처님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어요. 어머니의 신만 이야기하면 섭섭하니까요.”

어머님을 위해 하나님에게 감사드렸고, 자신이 좋아하는 부처님께도 감사드리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에서 대승불교의 가르침인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대승불교에서는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를 완전하고 원만하게 수행한 이를 부처라고 한다. 보살이 자리이타의 길을 걸음으로써 성불하게 된다고 본다.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따라가는 보살의 마음. 어찌보면, 이 보살의 마음이 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 행동 가치일 것이다. 또한 보살의 마음에서 종교 화합과 상생의 길이 있을 것이다.

연말이다. 곧 예수께서 오신 날이 다가온다. 합장하고 보살의 마음으로 맞이해 본다. ‘당신도 이롭고 나도 이로운 세상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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