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스님 “종합수행도량, 다양한 수행법 제시”

범어사 다라니 만독 불사에 동참한 불자들이 매서운 겨울 추위도 잊고 다라니 기도 정진 중이다.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는 소리가 밤 깊은 산사를 가득 메웠다. 불자들은 다라니 기도로 추위도 잊은 채 눈을 감고 염주를 돌리며 미동하지 않았다. 기도를 마치자 불자들은 함께 해준 스님과 도반에게 박수를 보냈다. 기도의 환희를 느낀 얼굴엔 눈물 자국과 웃음이 가득했다.

다라니 만독, 회향 없는 기도

불자 신심 고취 위한 자리로

매월 둘째 주 월·화 오후 7시

“근기 맞는 수행법 배워가길”

금정총림 범어사(주지 경선)가 신묘장구대다라니 일만독 불사를 시작했다. 매월 둘째 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7시 설법전 문을 열고 다라니 기도를 진행 중이다. 다라니 정진 두 번째 시간인 12월 4일, 설법전에는 200여 명의 불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기도 시작 전 집전하는 스님의 소리에 맞춰 불자들은 천천히 천수경을 외웠다. 신묘장구대다라니 순서가 되자 끝없이 반복했다. 불자들의 좌복 앞에는 천수경과 함께 자녀들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대학수능시험을 마친 어린 학생들도 보였다. 부모와 함께 손을 잡고 따라와 눈을 감고 합장하며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1시간 30분쯤 지나고 기도가 마무리되자 참가 대중은 마음을 다해 절을 하며 발원했다.

기도에 참석한 불자들은 다리니 기도 시간을 열어 준 스님에게 감사를 표하고, 기도 정진으로 힘이 난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경순(58) 불자는 “다라니는 비밀 주머니이다. 기도를 해본 사람들은 그 기쁨에 계속 찾게 된다”며 “오래 전에 범어사에 다라니 기도 시간이 있었는데 사라졌다. 다시 기도 시간이 생기고 도반들과 함께 정진할 수 있어 스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여예진(64) 불자는 “다라니 기도를 하면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듯한 환희와 기쁨을 맛본다”며 “그래서 이 추운 겨울에도 찾아와 기도를 한다. 지금 만독 불사를 시작했는데 앞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행복하다”고 기뻐했다.

다라니 만독 회향일을 묻자 범어사 원주 석경 스님은 “회향일은 사실 정해진 바 없다. 만독 불사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스님은 “1시간 30분 동안 기도하면 대략 50회 정도 다라니를 하게 된다. 이틀이면 100회 정도 인데 십년이면 만독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끝없는 정진을 의미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범어사 다라니 정진 기도는 매월 둘째 주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7시 설법전에서 마련되며 참가방법은 기도 시간에 맞춰 설법전을 방문해 참가비를 내면 된다. 참가비는 매회 만원.

한편, 범어사는 새로운 신행 바람이 연이어 불고 있다. 최근 다라니 기도와 아울러 관음전 천일기도도 시작했으며, 53선지식 천일 화엄대법회도 열리고 있어 매월 초하루마다 대강백의 법문을 만날 수 있다.

주지 경선 스님은 “범어사는 금정총림이자 화엄도량으로 다양한 수행법을 제시하고 불자들을 위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경선 스님은 “한국불교는 통불교로 선과 율학, 기도, 교학 등 다양한 수행법을 수용한다. 화엄사상도 통불교적 사상으로 나누고 분별함이 없다”며 “범어사는 화엄도량이자 종합수행도량인 총림이다. 다라니 기도도 다양한 수행법을 제시하고자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사람들이 와서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으로 성장하도록 도량을 열어 맞이하는 것이 소임 맡은 스님들의 역할이다. 각자 수행과 역할에 잘 전념해 성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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