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교문화재연구소, 5일 발굴 현장 설명회

삼척 흥전리사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추정 청동인장. 명문은 전서체로 쓰여진 '범웅관아지인(梵雄官衙之印)'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가와 승단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삼척 흥전리사지에서 통일신라시대 승단에서 사용한 관인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재)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와 삼척시청(시장 김양호)는 12월 5일 삼척 흥전리사지 발굴조사지역에서 발굴 설명회를 열고 발굴을 통해 확인된 청동 승관인(僧官印)을 공개했다.

당시 승단서 사용했던 官印
국가-승단 관계 확인 사료
폐사지 발굴조사 사업 성과


‘중요 폐사지 발굴조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발굴에서는 통일신라시대 추정 청동 인장 2과가 출토됐으며, 12점의 대호(大壺, 항아리)를 묻었던 장독 보관시설이 확인됐다.

출토된 청동인장 2과는 모두 완전한 형태이며, 이 중 하나는 청동인주함에 인장이 담긴 채 출토됐다. 보존처리 중인 청동인장은 2과 모두 정사각형(5.1㎝)으로 윗면에 끈을 매달 수 있는 손잡이가 있는 주문방인(朱文方印)의 형태로 제작됐다. 2과의 청동인장에는 6자의 전서체와 기하문이 각각 새겨져 있다.

2과 중 한 점의 인문(印文)은 ‘범웅관아지인(梵雄官衙之印)’으로 판독되며, 서체는 당나라 관인(官印)과 유사한 구첩전(九疊篆, 글자 획을 여러 번 구부려서 쓴 전서체)의 초기형태이다. 이 인장은 통일신라 시대 승단에서 사용한 승관인으로 판단된다는 게 불교문화재연구소의 설명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범웅관아지인(梵雄官衙之印)’ 청동인장은 경주 황룡사지 출토품과 손잡이와 명문 서체 등에서 전체적인 형태와 크기가 매우 흡사하다”면서 “청동인장은 한국 인장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이며, ‘범웅관아’라는 명문은 통일신라 시대 승단 조직과 국가와의 관계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사료”라고 강조했다.

삼척 흥전리사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추정 청동인장.

또 다른 인장에는 ‘만(卍)’자상으로 선을 연결한 문양이 확인됐다. <삼국사기> 권7(신라본기 제7, 문무왕 하)에는 통일신라 시대 문무왕이 모든 관인은 국가가 주조하게 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고려사> 권 6(세가(世家) 6, 정종 원년 10월)에도 고려 정종 때에 ‘식목도감(式目都監)’에서 지방 주군(州郡)이 사용하는 승관인을 거둘 것을 주청하는 기사가 있어 국가에 의해 관인이 관리됐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강원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장고 터가 확인되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건물지 내부에 대호 12점을 정연하게 묻어 사찰음식 재료를 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형태의 통일신라 시대 건물지는 남원 실상사를 비롯해 경주 황룡사지와 성건동 유적에서도 확인된 바 있으며 선종사찰 고원(庫院)시설의 장고였음이 밝혀졌다.

삼척 흥전리사지는 통일신라시대 영동지역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찰로, 그간 금당지, 탑지 등 주요 가람시설이 확인됐다. 특히, 신라 시대에 왕이 임명하는 승단의 최고 통솔자인 ‘국통(國統)’이 새겨진 비편을 비롯해 청동정병, 금동번 등 중요 유물이 출토된바 있다.

이와 함께 삼척시청은 흥전리사지의 실체와 역사적 가치를 규명하여 체계적인 보존·관리·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차 발굴조사 성과를 집성한 학술대회를 내년 2월에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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