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학회·현대불교신문 '불교와 4차산업' 특별대담

한국불교학회(학회장 성운)는 12월 2일부터 3일까지 양일간에 걸쳐 동국대 중강당, 만해관과 다향관에서 ‘불교와 4차산업’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인공지능 로봇 기술, Iot 및 스마트시티 기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 등 4차산업 기술 전반에 대한 불교사상적 접근이 시도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국내외 50여 석학이 참여하는 대형 세미나로 마련된다. 불교와 4차 산업 기술과의 접합점을 모색하는 전문 논문만도 28편에 달한다.

이에 앞서 본지는 신성민 취재부장의 사회 아래 한국불교학회장 성운 스님, 강형철 동국대 인도철학불교학연구소 연구교수, 박기열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지혜경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가 참여하는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정리=노덕현ㆍ박진형 기자

사회자: 한국불교학회에서 올해 총 5차에 걸쳐 4차산업과 불교를 주제로 워크샵을 열고, 이번 국제학술대회도 준비 중입니다. 사회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아직 불자 개개인에게는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 정립도 이뤄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박기열|일반불자들은 ‘4차 산업’에 대해 감이 안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네 일상생활에 이미 많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산업계에서 4차 산업 분야는 없으면 안 될 정도다.

스마트폰을 보면 바로 4차 산업의 현주소를 볼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하는 금융결제, 온라인 쇼핑 등이 모두 4차 산업 기술에 근간한 것이다. 스마트폰과 연계해 집안의 냉장고, 온도조절 등을 하고, 각종 정보를 스마트폰 내 인공지능이 제공해준다.

앞으로는 일반인들의 편리성이나 효율성을 증대하는 고도화된 기술이 생활 속에서 점차 선보이며 체감될 것이다.

사회자: 4차산업이 인류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강형철|가장 먼저 경제, 산업에서의 변화가 시작된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간격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좁혀질 것이다. 무인 운송수단이나 자율주행 자동차, 각 가정에서 자동으로 소비재가 주문되는 시스템 등이다. 옛날에는 거리에 가스등 켜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기등이 나오며 모두 없어졌다. 이처럼 많은 직업이 없어지고 또 생길 것이다.

지혜경|이런 사회 변화 속에서 빈부격차가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특정 기술은 자본가들에게 집중되고 쌍방향 소통을 말하지만 실제는 생산자가 만든 프레임에 갖힐 것으로 예상된다. 평등성의 회복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불교계에서는 이 부분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

사회자: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 변화 속에서 불교가 일종의 평형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4차산업 시대 불교는 어떤 화두를 던질 수 있을까요?

성운 스님|농경사회에서 1차 산업이 생성될 때 엄청난 변화가 왔다. 2차와 3차 산업혁명 당시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현재 살고 있으며 우리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4차산업도 결국 인류가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하기 위한 욕구에서 이런 발전이 이뤄졌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이미 4차산업 기술이 상용화되는 상황에서 불교계는 이 행복 추구의 욕구를 어떻게 볼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 되어도 인간 욕망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아무리 기술이 개발돼도 욕망 속의 인간은 불행할 것이다. 불교가 이런 사회에서 ‘연기’에 기반한 불교적 철학과 사상을 제공해야 한다.

박기열|스님의 말씀에 동의한다. 기본적으로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스템, 딥러닝 등 4차 산업 기술의 개념은 연기적인 관계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4차 산업 시대의 사상, 철학적 근거를 불교가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

불교교리를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용어로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가상현실이 보편화되는 4차 산업서는 물리적 존재와 가상적 존재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모든 것이 꿈과 같다는 것과도 통한다. 클라우드 시스템도 업데이트, 다운로드를 순간적으로 계속하며 소통하는 구조다.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것은 불교 연기이다.

지혜경|불교서는 실재를 보라고 한다. 가상현실 세계에서 무엇을 보라는지 하나의 메시지를 준다. 로봇 부품을 이식하여 신체변형이 난다면 기독교계에서는 반대하지만 인간 중심의 불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간 자체가 하나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 이해에 대한 단초를 불교사상이 제시할 것이다.

사회자: 기술 발전과 더불어 윤리관이나 가치관이 함께 발전하면 좋겠지만, 인류사를 상기해보면 그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현재 가상현실 부문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영역은 게임, 성인물 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운 스님|4차 산업 시대 우리의 대처는 맞춤형으로 가야한다. 무상과 연기 등 불교 사상을 업그레이드 해서 이를 바탕으로 천수천안 보살과 같이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현재의 기술개발과 활용에 따른 법과 제도가 만들어 질 것이다. 멀리는 로봇과 인류가 함께 공존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중생의 이고득락이란 불교사상에 기반한 근거를 불교가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박기열|4차산업의 역기능을 제어하는 것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첫 번째는 법적 제한이며, 두 번째는 기술적 보완이다. 세 번째는 인식의 변화이며 끝으로 새 윤리 형성을 들 수 있다. 불교의 연기를 바탕으로 4차 산업시대에는 이에 맞는 새 윤리가 형성돼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불교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현재 인문학계에서 불교학이 4차산업을 선도 하고 있다. 이어질 인문과학의 4차산업 접근에서 불교의 큰 역할이 기대된다.

사회자: 불교전법과 수행에도 4차산업 혁명은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최근만 해도 전세계에서 몇 명이 나와 같은 수행을 하고 함께 상담하는 명상앱이 나온 상태입니다. 불교 전통중 하나인 안거만 해도 굳이 모여서 수행할 필요가 없어지면 사라지지 않을까요? 불교 내 변화를 전망하신다면?

지혜경|온라인 법당이 늘어나는 것 만큼 개별적으로 법회에 참여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지금은 화면으로 보지만, VR이 보급되면 더 생동감있고 입체적으로 온라인 참여가 가능하다.

문제는 사람은 온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규모 공동체 모임이 보다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온라인 상 수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물리적 거리가 사라지지만 직접 보는 것과 화면상으로 대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박기열|가까이 본다면 4차 산업 기술은 일반인들의 불교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사천왕이 직접 나오고, 부처님이 나투셔서 법문을 하신다면 재미있을 것이다.

흥미 유발은 불교 포교의 첫 출발점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는 불교의 문화재들을 가보지 않고 실제처럼 차용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

성운 스님|로봇이 법문하는 시대도 올 것이다. AI(인공지능)는 데이터화 하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마음을 혼란하게 하는 것도 없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10주 보살의 경지다. 해인사 가지 않고도 해인사 법회에 참여할 수 있고, 성보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온다. 각 가정집에서도 사찰에 간 것과 같이 법회를 볼 수 있다.

가까이 올 변화만 보더라도 사찰에서 4차 산업을 통한 편리성을 전법 포교하는데 활용해야 한다. 불자들이 이 분야를 응용하기에 달려 있다.

강형철|안거의 가치가 더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평소 각자 수행을 하다 모여서 함께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박기열|저는 조금은 다른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지금 우리는 고도화된 가상현실을 아직 겪어보지 않았다. 미래에 완벽한 가상현실은 실제와 똑같이 느끼는 것과 같을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수행모임과 법회에 참여할 때 그 시공간을 똑같이 느끼는 가상현실 기술이 나온다면 공동수행 문화도 변화할 것이다.

사회자: 불교계가 4차 산업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기열|4차 산업기술을 불교계는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가장 먼저 성스러운 수행공간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여기에 있지만 해인사에 안거에 참여하고 있다는 같은 느낌 받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추상적인 연기, 오온, 사성제 등 불교교리를 눈 앞에서 보여주며 설명할 수 있다. 부처님이 하신 대기설법과 같이 현대인에 맞는 상황에 따른 불교적 해법을 펼쳐 보일 수 있다. 끝으로 불교학에서도 큰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불교미술, 유식, 중관 등을 총괄하는 하나의 지식체인 아카이브가 구축되면 입체적인 기반자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성운 스님|교수님이 말씀했듯 각 가정이 선방이 되고, 사찰을 가정에 가져올 수 있다면 전국민이 수행하는 날도 올 것이다. 승려 입장에서 본다면 일생을 참선하는 이도 자기 스스로를 모른다. 자율체크가 필요한 상황에서 내가 얼마만큼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지 AI가 점검 할 수 있다.

사회자: 그만큼 기술 수준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불교계는 이런 기술 개발에서 어떻게 선점해 나가야 할 까요?

성운 스님|불자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종단 지도자나 대중들이 4차 산업시대의 도래에 대해 빠르게 인식해야 한다. 먼저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불교계 연구센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이 분야에 불을 지피는데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목적을 두고 있다.

종단과 사부대중이 4차 산업시대의 중요성을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4차 산업시대에 발생하는 문제들은 불교적 연기사상 만이 해결 할 수 있다. 기술은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인간이 쓰게 된다. 우리 불교는 인간의 욕구를 조절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 기술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이를 불교적으로, 대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이러한 방법과 기술을 함께 연구하는 센터가 필요하다.

사회자: 끝으로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이런 4차산업 시대를 맞이하는 불교계의 방향을 엿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불자분들이 이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대회에 참석하셨으면 좋겠는데요. 한마디 해주십시오.

성운 스님|4차 산업이라는 현재에 와서 우리 불교 뿐 아니라 한국사회가 민감하게 교감할 단계다. 1,2,3차를 잘 활용했기 때문에 오늘이 있고 경제 성장 있었다. 그때 활용 못해 반도체도 못했다면 우리나라 1조의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에서 1차산업, 3차까지 잘 지나왔다. 현재 한국의 미래를 위해 눈떠야한다. 불교와 4차 산업이라는 것을 통해 우리 국민 모두가, 미래의 한국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대장정의 시작이 바로 이번 학술대회다. 우리는 빗장을 약간 여는 역할이라고 본다. 이 빗장을 통해 세계를 향한 불교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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