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명상|가와카미 젠류 지음|유은경 옮김|불광 펴냄|1만 3천원

일본 교토에 있는 선종 사찰 묘신지(妙心寺) 코인(春光院)에는 명상 체험을 위해 매년 5천여 명의 서양인들이 방문한다. 주로 하버드, MIT, 와튼 스쿨 등 세계 명문대학 학생들과 글로벌 기업의 CEO 등 소위 엘리트 계층 사람들이다. 전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끼치는 이 서양 엘리트들은 무엇을 위해 먼 거리의 일본 구석진 사찰까지 날아와 명상을 체험하는 것일까? 〈엘리트 명상〉의 저자이자 명상 교실을 주관한 가와카미 젠류(川上全龍, 38) 스님은 이런 현상을 “새로운 가치관을 명상서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가와카미 젠류 스님은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서 종교학을 배우고 일본으로 돌아와 10여 년째 서양인을 대상으로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명상 수업을 시작한 초기에는 단순히 명상을 체험하려고 왔지만, 최근에는 자신들의 비즈니스와 관심 분야에 명상을 적용하려는 의지가 점차 강해지는 추세이다. 이런 현상을 스님은 서양의 가치관이 한계에 이른 데서 찾고 있다. 21세기를 접어들면서 실용주의가 바탕인 기존의 서양 가치관만으로는 세계를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음을 서구 사회가 절감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사건 이후, 서구 시스템의 맹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공생(共生)’이 새 가치로 떠올랐다.
 

명상, 공감 능력과 이타심 끌어내는 최고의 방법

저자 사찰서 매년 서양 엘리트 대상 명상교실 열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능력 갖출 수 있어 인기

명상열풍 새 가치관 명상서 발견한 원인 때문 진단

명상은 과학적인 감정 관찰 트레이닝… 생활화 목적


그동안 배금주의와 이기심으로 가득 찬 비도덕적 기업들이 저지른 악행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데 대한 자성적 성찰의 결과이다. 이제 비즈니스 세계는 한 기업만의 이익이 아니라 협력사와 경쟁사,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득이 돼야 한다는 반성과 함께 도덕적 기업, 이타적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소비자와 고객 역시 이기적인 회사의 제품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 등 기업의 감시자 역할을 자처한다.

이를 간파한 서양 엘리트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심과 상대를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성공의 열쇠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新 비즈니스, 새로운 가치관에는 배려와 공감 능력이 절실히 필요했고, 이를 끌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명상임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는 명상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큰 뒷받침을 한다. 21세기 새로운 과학기술이 명상의 진정한 의미를 밝혀낸 셈으로, 명상이 종교적 수행을 넘어 과학적인 뇌 트레이닝법으로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명상의 시대로 진입했다. 명상은 이미 비즈니스를 포함해 교육과 의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활용된다. 〈엘리트 명상〉은 이런 시대적 흐름과 함께 가와카미 젠류 스님의 명상 수행을 바탕으로 내 안에 잠재된 공감 능력을 끌어내는 법, 지금 세계의 엘리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미래를 나가려는지 그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세계금융위기 사건을 계기로 서구 비즈니스 업계 변화의 중심에는 ‘이타심’이라는 키워드가 중시되기 시작했다. 이타심을 끌어낼 방법의 하나로 그들은 ‘명상’을 주목했고, 이제 성공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명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 현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개념의 보급과 ‘사회적 기업가’의 증가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명상이 이타심을 끌어내는 최고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걸까? 명상을 연구하는 학자와 수행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명상을 통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명상을 통한 자기 성찰은 내면의 관찰서 비롯된다. 나의 언행, 행동을 하나하나 살피고 알아차리는 연습이 명상의 시작이다. 이를 통해 주변 관계를 살피는 단계로 확장케 되고, 이 것이 익숙해지면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향상 된다. 공감한다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고 이는 곳 이타심과 연결된다. 명상은 자기 성찰, 타인의 이해, 이타심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선순환을 이루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 방법론은 많은 과학적 연구와 통계로 속속 증명된다. 이는 삶의 질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친다.

서양의 엘리트들은 이점을 가장 주목한다. 미래 비즈니스는 서로를 공감하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이타심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로 흘러간다. 이타심 속에서 새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기실현과 노동이야말로 성과를 이루는 원천이 된다고 믿던 가치관이 흔들리는 가운데, 탈출 방법으로 명상이 떠오른 이유이다.

저자 가와카미 스님은 명상의 핵심을 ‘자세와 호흡’이라 말한다. 굳이 어렵게 결가부좌를 틀고 앉는 전통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 바닥에 앉든, 의자에 앉든 중요한 것은 바른 자세다. 허리를 굽혀선 안 된다. 새우등처럼 허리가 굽으면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리를 곧게 펴고 앉으면 그다음에는 호흡에 집중한다. 그리고 마음을 제어하는 단계에 들어간다.

이를 가와카미 스님은 ‘조신(調身, 바른 자세)’ ‘조식(調息, 호흡의 조절)’ ‘조심(調心, 마음의 제어)’의 세 단계로 설명한다. 바른 자세로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는 크게 완화된다고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를 습관화시키는 데 있다. 명상은 어떠한 신비한 경지에 도달키 위해 하는 수련이 아니라고 가와카미 스님은 힘주어 강조한다. 명상의 의미는 습관화에 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상이 습관이 되면 어느 때라도 자신의 마음 상태를 바라볼 수 있다. 명상의 과정 중 하나인 호흡법을 익히게 되면 얕고 미묘한 호흡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 상태도 항상 바라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때 지켜야 할 것은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되,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제3자화시켜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게 되면 마음을 제어할 수 있게 되고, 자기 인지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인지능력이 발달하게 되면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타적 인간이 된다. 이 메커니즘을 극대화해 이타적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명상의 목적이다. 서양의 엘리트들은 이를 통해 기업과 단체, 개인과 사원들의 잠재된 공감 능력과 이타심을 끌어낸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 속에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 가와카미 젠류은?

묘신지(妙心寺) 코인(春光院) 부주지이며 마음챙김 명상 강사이다. 2004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코인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어 좌선회 시작했다. 2008년 ‘(재)미일(美日)리더십 프로그램’ 멤버 가입했으며, 2012년부터 도요타자동차 사원연수 강사, 현재 하버드, MIT 등 비즈니스 스쿨 학생, 글로벌 기업 CEO를 포함 연간 5,000여 명에게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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