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10대 제자들의 신통력

아난존자가 부처님 수제자 몇 사람에게 신통력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신통력은 중생을 건지는 목적에만 써야 할 것입니다. 존자님들이 어떤 신통력을 지니셨나요?”

신통제일 목건련존자가 삼매에서 깨어나면서 먼저 나섰습니다. “나의 신통력에 대해서 말하지요. 나는 기억합니다. 어느 생, 어느 부처님 때에 사자같은 목소리로 부처님께 여쭙고, 신통력을 보여드린 일이 있지요.”

존자 목건련은 하나의 대천세계를 들어, 자기 입안에 넣어 버렸다고 했습니다. “그 큰 세계를 입에 넣고도 나는 조금도 부담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대천세계의 사람들도 목건련의 입안에 있다는 걸 몰랐지요. 농부들은 농사를 잘 짓고 곡식이 잘들 자랐습니다. 숲과 과일이 잘 자랐지요.”

존자 목건련이 말을 이었습니다. “입 안에 수미산을 넣고 1겁을 견디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미산의 중생 누구나 자기가 목건련의 입안에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지요. 아기들은 잘 크고, 아기 코끼리도, 망아지도, 송아지도 그 세계에서 잘 자랐습니다.”

목건련의 신통력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지혜제일 사리불존자가 말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지혜뿐만 아니지요. 나는 기억합니다. 어느 생 어느 부처님 때에 그 부처님 앞에서 사자 같은 목소리로 여쭙고 신통력을 보여드린 일이 있지요.”

존자 사리불은 입었던 가사를 벗어서 땅에 두고 신통력으로 무게를 곁들였다 합니다. 그리고 “힘센 사람은 이 가사를 들어보세요”라고 했지요. 그러나 아무도 그 가사 하나를 들지 못했습니다. “영차 영차!” 끌어보았지만 가사는 꿈쩍을 않았습니다. 사리불이 말했습니다.

“수미산을 들어 입안에 넣었다는 저 목건련존자의 신통력으로도 그 가벼워 보이는 법복 하나를 들지 못했지요.”

존자 목건련이, 그때 그런 일이 정말로 있었다며 벙긋 웃었습니다. 사리불의 신통력도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두타제일 가섭존자가 아난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두타행에서만 뛰어난 건 아닙니다. 나는 기억합니다. 어느 생, 어느 부처님 때에, 부처님 앞에서 사자 같은 목소리로 여쭙고 신통력을 보여드린 일이 있지요.”

존자 대가섭이 삼천대천세계의 수미산을 모두 입으로 후우, 불어서 부수어 흩어지게 했다고 합니다.

“티끌만큼도 남기지 않았지요. 그러나 그곳 중생들은 ‘지금 수미산이 부서지고 있군, 내가 날고 있군’하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수미산이 날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세상에는 꽃도 잘 피고, 새도 고운 목소리로 울고 있었습니다.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았지요.” 존자 가섭이 말을 이었습니다. 대천세계의 모든 바다와, 모든 강과, 모든 호수의 물을 한꺼번에 들이마셨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내 배는 조금도 불룩해지지 않았지요. 바다와 호수와 강물이 모두 말랐는데도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더 맑은 물을 마시고, 더 맑은 물로 밥을 지었으니까요. 물이 없는 그 세계에서 물고기는 물속에서 헤엄을 치고, 물오리들은 물 위를 헤엄치고 다녔지요. 사람도, 짐승도, 물고기도, 모두 물이 없는 걸 느끼지 못했습니다.”

대가섭의 신통력도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때에 설법제일 부루나존자가 나섰습니다. “내가 설법에만 뛰어난 건 아닙니다. 나는 기억합니다. 어느 생, 어느 부처님 때에 나는, 부처님 앞에서 사자같을 목소리로 여쭙고 신통력을 보여드린 일이 있지요.”

존자 부루나는 교화할 중생이 있을 때 하나의 대천세계를 손에 쥐고 주물러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천세계 아무도 “누가 세상을 주무르고 있군”하고 느끼지 않았다 합니다. 놀라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 합니다. 교화할 중생의 눈에만 그것이 보였습니다. 대천세계를 한쪽 손으로 잡아돌리기도 했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존자 부루나는 말을 이었습니다.

“믿음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대천세계의 물을 하나의 콩알만한 구슬로 만들어 내 손가락 마디 사이에 끼웠지요. 그러나 바닷가, 호숫가, 강가에 있는 사람들이 한 사람도 다치지 않았어요. 이렇게 해서 모두 믿음을 갖게 했습니다.”

부루나의 신통력도 놀라운 것이 었습니다. 그때에 밀행제일 라후라존자가 나섰습니다. “나는 밀행에만 뛰어난 게 아니지요. 나는 기억합니다. 어느 생, 어느 부처님 때에 나는, 부처님 앞에서 사자같을 목소리로 여쭙고 신통력을 보여드린 일이 있지요.”

그때에 존자 라후라는, 대천세계의 모든 산을 자기 몸의 작은 털구멍에 넣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산에 살던 사람은 다치거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털구멍 속에 들어 있다’ 하고 느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지요. 털구멍에 대천세계를 넣은 내 몸도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존자 라후라는 말을 이었습니다. “어느 때는 대천세계의 바다와 강과 호수를 모두 하나의 털구멍에 넣었지요. 내 몸은 다친 데가 없고, 중생들도 편안하기만 했습니다.” 라후라의 신통력도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부처님 수제자 몇 분의 신통력 자랑이었습니다. 신통제일이 목건련만은 아니지요. 십대제자 모두를 신통제일이라 불러야겠어요.

〈법원주림 28권 각통부(角通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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