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바로 전날인 지난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에 비해 흔들림이 컸고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서 지진이 감지될 정도였다. 포항 지역의 지진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다. 지진이라는 천재지변으로 결국 수능 시험이 일주일 뒤로 연기됐다.

포항보다 1년 2개월 전에는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있었다. 지진은 우리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천재지변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지진 발생에 대한 예측도 쉽지 않으니 내진설계를 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지진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최원형/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경주 지진 1년 만에 또 강진

국내 24기 핵발전소 주위로

올해에만 37번 지진 발생해

 

지진 1년 동안 무엇 대처했나

활성단층지도 마련 전무 상황

 

거대 기계 안전성 담보 힘들어

핵폐기물에 미래 안전 불투명

핵발전소는 지금 당장 멈춰야

 

경주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우려스러웠던 것은 바로 인근에 있는 핵발전소였다. 경주 월성에는 6기의 핵발전소가 있다. 특히 월성1호기는 30년 설계수명이 다했는데도 10년을 연장해서 현재 가동 중에 있다. 포항과 월성핵발전소 사이의 직선거리는 대략 45km, 포항시 북구에서 고리 핵발전소까진 대략 80km 정도 떨어져있다. 게다가 경주 지진 이후 전문가들은 핵발전소 밀집 지역 아래로 활성단층대가 여럿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국내 운영 중인 24기 핵발전소 부지 반경 50km 이내에 올해에만 37번의 지진(규모 2.0~3.3)이 발생했다. 2015년부터 지난 10월말까지 핵발전소 지역에서 230여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이제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닐 뿐만 아니라 잦은 지진으로 전문가들이 지적한 활성단층대가 현실화 되고 있다.

이번 포항 지진이 경주 지진보다 규모는 1/4정도였지만 그 피해가 훨씬 컸던 까닭은 경주 지진의 경우 진원지가 15km이었지만 포항은 9km 정도로 얕았기 때문이다. 작년 경주 지진 직후 세계적 지진전문가인 가사하라 준조 도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여러 지진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표 가까이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놓았을까? 국내에는 활성단층 지도 자체가 없다. 다시 말해 활성단층이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조사도 없이 핵발전소를 건설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진경보보다 시급한 것이 내진설계다. 게다가 포항시 북구 일대 30여 곳에서는 지진 진동으로 지하수가 모래 토양과 뒤엉키며 땅이 물렁해지는 액상화마저 진행되고 있다.

포항에서 첫 지진이 나고 20여 분 후, 한국수력원자력은 모든 핵발전소가 안전하고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발표했다. 핵발전소가 안전하다는 것이 실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핵발전소는 한 사람이 전체를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거대 기계다. 지난 6월 19일 영구 폐쇄에 들어간 고리 1호기는 규모가 여타 핵발전소 가운데 가장 작다. 그런 고리 1호기에 배관이 170km, 전기선이 1700km, 연결밸브가 3만개, 용접부위가 자그마치 6만 5000여 곳 있다.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으로 이 많은 배관과 전기선, 연결밸브, 용접 부위 어느 한 곳에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사회학자 찰스 페로는 핵발전소의 정상사고를 얘기했다. 핵발전소는 정상 상태에서도 언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리만치 복잡한 거대기계이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된 고리 1호기가 이 정도라면 이후 건설된 핵발전소의 상황은 얼마나 더 복잡하고 더 거대할지 그저 예측만 할 뿐이다. 포항에서 270여 km 떨어진 서울도 꽤나 흔들렸다. 과연 핵발전소의 안전을 지진 발생 후 20분 만에 결론내릴 수 있을까?

유정물, 무정물이 중중무진 상호의존적인 관계성 속에 놓여있다는 부처님 가르침과도 상반되는 것이 핵발전소다. 핵에너지는 공존이 아닌 핵의 분열을 통해 얻어지기 때문이다. 핵 아래에서 생명 하나하나는 그저 미물에 불과하리만큼 핵은 힘을 중시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물질이다. 남겨진 핵폐기물로 미래세대의 평화는 이미 저당 잡혀 있다. 그러니 핵발전소는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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