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옛날 고승들의 일화에 천신으로부터 공양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늘이 주는 음식을 먹고 사람이 만든 음식을 먹지 않고 지냈다는 이야기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면 상당기간을 단식을 하고 지내면서도 정상적으로 생활했다는 이야기인데 실제로는 그 이상의 고도의 은유가 숨어 있는 이야기이다. 중국 종남산의 도선율사가 천공을 받아먹었다 하고 조동종의 시조 동산 양개선사의 제자 가운데 운거도응(雲居道膺:?~902)이 한 때 천공(天供)을 받아먹느라고 큰방에 들어와 공양을 하지 않았다 한다. 천상의 천녀가 인간 세상 사람에게 음식을 갖다 주었다는 불가사의한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공안도 있다.

『선문염송설화』 861칙에 ‘밥을 보냈다’는 ‘송식(送食)’이라는 공안이 있다. 운거(雲居)가 동산(洞山)의 삼봉(三峯)에 있는 어느 암자에 살 때 여러 날의 큰방의 공양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스승인 동산이 물었다. “그대는 어째서 큰방 공양에 들지 않는가?” 운거가 대답했다. “날마다 천신이 음식을 보내왔습니다.” 동산이 말했다. “나는 그대가 제대로 된 사람인줄 알았더니 아직도 그따위 견해를 짓는구나. 저녁에 오라.” 저녁이 되어 동산에게 갔더니, 동산이 “응(膺) 사리(스님을 일컫는 말)야!” 하고 불렀다. 도응이 “예” 하고 대답하니 동산이 물었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 이 말이 무슨 뜻인가?”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는 말은 원래 육조 혜능 선사가 대유령에서 몽산에게 해 준 말이다. 동산의 이 말을 듣고 도응이 곧장 암자로 돌아와 좌선을 하고 앉았으니 그 다음부터 천신이 여러 날 찾아왔지만 도응을 볼 수가 없어 울고 돌아갔다고 한다.

〈설화(說話)〉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천신이 밥을 보내온다(天神送食來)’는 것은 우두법륭에게 새가 온갖 꽃을 물어다 바친 것과 같으니 거룩하다는 생각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대가 제대로 된 사람인 줄 알았더니...’라고 한 것은 만약 바른 맥(脈)을 밟았더라면 천신이 꽃을 바칠 길이 없고 사마외도(邪魔外道)가 숨어 엿볼 틈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는 것은 천신의 공양을 받을 때 이것이 순전히 선한 것이라고 여기겠지만 선과 악에 대한 어느 것이라도 분별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아야만

자연히 청정한 마음의 본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천신이 여러 날 왔어도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은 우두가 4조를 본 뒤의 일과 같은 것일까? 사실은 우두의 경지를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그 경지는 대홍보은(大洪報恩)이 ‘귀신의 소굴에 빠져 있는 것이다’고 비판한 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이 이야기에서 천신이 밥을 보내와 그것을 먹느라고 큰방 공양을 빠진 도응을 동산이 불러 나무라듯 말한 것은 아직 공부가 미흡해 천신에게 들켰음을 꾸짖는 뜻이 숨어 있다. 공부가 끝까지 바로 된 경우에는 천신을 만날 겨를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우두법륭 선사가 우두산 남쪽에 선실을 지어 좌선에 여념이 없을 때 새들이 꽃을 물어다 선사에게 바쳤다. 그러다 4조 도신이 찾아와 우두의 공부를 점검한 뒤로는 새가 꽃을 물어오는 일이 없어졌다 한다. 스승을 만나기 전에는 상서로운 일이 있었는데 스승을 만난 뒤부터는 그런 상서로운 일이 없어졌다는 것은 공부의 경지가 더욱 높아지면 좋은 일 궂은 일 등의 분별의 경계가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것을 말한다. 귀신을 포함한 신류(神類)들도 중생에 포함되지만 사람이 수행이 깊어 선정에 들어있으면 신류들이 그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주종심선사가 40년을 선정을 유지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도량을 순찰하다 후원에 일하는 사람들이 수곽(우물)가에 쌀알을 흘려 놓은 것을 보고 공양주를 불러 야단을 쳤더니 그 순간을 포착 도량신이 조주선사에게 인사를 올렸다는 설화가 있다. 신류인 도량신이 조주선사가 항상 선정에 들어 있으므로 선사를 친견할 기회가 없었는데 쌀알을 흘려 놓은 것을 보고 꾸중을 하다 잠시 선정에서 나와 출정(出定)을 하였으므로 도량신이 여태껏 뵙지 못하다가 처음으로 뵈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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