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규 개인전 ‘餘白의 마음으로 다가溫’

프로포즈1/ 16×22 한지에 먹,석채

12월 6~26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

사람들은 흔히 여백을 ‘비어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조금 더 적확하게 표현하면 ‘보이지 않는 것’이 맞겠다. 그래서 여백은 언제나 부담 없고 담백하다. 보이지 않는 그곳엔 나만의 못다 한 이야기, 널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모든 걸 담아도 드러나지 않는다.

먹과 여백, 그리고 물고기로 ‘묵상화(墨想畵)’를 그려온 오치규 작가가 개인전 ‘餘白(여백)의 마음으로 다가溫(온)’으로 돌아왔다. 12월 6~26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전시되는 그의 작품은 수묵·아크릴·조형물을 중심으로 바쁜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여유를 선물한다.

물고기와 여백의 美로
일상 찌든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여유 전달하고파

금강 스님 컬래버레이션
6~12일 대전 갤러리C
‘내 마음 탑 하나-겨울’도

대화/ 캔버스에 석채 45.5x45.5

“세상은 흑백의 논리를 좋아한다. 세상은 채워져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비어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작품행위는 빈 것을 채우거나 세상을 가늠질하는 행위를 일반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잃어버린 것, 버림받은 것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완성함에 있다고 믿는다.” -작가노트 中-

그리워 골프/ 캔버스에 먹,연필 24×34

오 작가의 그림은 언제나 그려지지 않은 부분의 여백 이야기가 중심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과 세상 속에 숨겨진 수많은 관념들이 고유의 색으로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그리고 이런 여백을 유유히 유영하는 물고기가 등장한다. 서해바닷가 보령출신인 오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접해온 생명체이자 용으로 탄생하기 위해 황하 용문협곡을 거슬러 오르는 ‘등용문’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불교적으로는 잠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깨어 있는 수행자의 참 모습과 연결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잠시 멈추게 하고, 이내 생각하게 만든다.

오 작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꽉 찼다. 갖고 있길 원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한 채 힘겨워한다. 물질만능주의의 팽배로 인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며 “여백은 보는 이에게 생각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빈 곳에 다양한 생각을 담아보기도 하고, 그림에 투덜대기도 하면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어본다면 마음 치유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작화의도를 설명했다.

한편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과 ‘내 마음에 탑 하나’라는 주제로 두 차례 컬래버레이션을 한 바 있는 오 작가는 스님과 함께한 작품 중 그동안 선보이지 못한 것들을 대전에서 전시한다. 12월 6~12일 대전 둔산동 갤러리C에서 금강 스님과 ‘내 마음에 탑 하나-2017 겨울’展을 개최하며, 만남의 장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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