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주를 취미로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큰 보람으로 다가올 줄 몰랐어요. 나의 즐거움이 다른 이들에게 또 다른 기쁨이 된다고 생각하니 행복합니다.”

전주시 기린로변의 한 지하실에서 마이산 탑사 탑밴드의 연습이 시작되자 북을 비롯한 여러 악기들의 흥겨운 연주소리로 들썩인다. 4명으로 구성된 마이산 탑사 탑밴드는 탑사 주지 진성 스님의 지도 아래 매일 별도의 지하 연습실로 출근한다.

지난 2013년 창단된 탑밴드는 초창기 10여 명의 단원들이 참여했지만 지금은 각 단원들의 기량 차이로 4명만이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진성 스님과 대구 혜인정사 진송 스님이 객원으로 출연하며 6명이 공연에 나서고 있다.

멤버들은 모두 50대와 60대로 구성되어 있다. 단장을 맡고 있는 천순희(천수행) 보살은 올해 66세로 최고령이고, 막내가 53세다. 모두 손자들 재롱을 즐길 나이지만 공연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공연구성은 난타와 색소폰 연주로 비교적 단출하다. 주로 빠른 템포의 트로트 곡과 대중의 귀에 익숙한 클래식 곡 위주로 공연한다.

탑밴드 결성은 진성 스님의 원력에서 시작됐다. 시민선방을 운영하면서 상담과정 중에 신도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난타와 색소폰을 가르친 것이 계기가 됐다. 이것이 발전해 이제는 소규모 공연을 기획할 정도로 성장했다.

진성 스님은 “신도들의 취미를 살리고 그 취미를 바탕으로 음악봉사를 하기 위해 탑밴드를 결성했다”며 ”신도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으로써 자신들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고, 봉사를 통한 포교에 큰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탑밴드가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는 곳은 다양하다. 주로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 군부대 장병을 위한 위문공연, 교도소 법회, 양로원 위문공연, 산사음악회를 찾는다. 공연장소도 전북지역을 넘어 점차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제주 수정사 나누우리 산사음악회에 출연했고, 10월에는 충남 청양 광덕사 경로잔치에도 나섰다. 이달에는 충남 논산 안심정사 산사음악회에서 공연을 마쳤고, 경북 영천의 3사관학교 공연도 예약됐다. 그동안 출연한 공연 횟수만 100회를 훌쩍 넘겼다. 모든 공연은 재능기부 형태로 진행된다.

매일 3~4시간 연습을 통해 기량을 연마하고 있는 탑밴드 단원들은 모두 봉사를 통해 개인의 즐거움과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먼저 천순희 단장은 단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나이 60이 넘어 시작했는데 처음에 너무 어려워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도반인 단원들이 옆에서 가르쳐 주고 이끌어준 덕분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난타공연 팀장을 맡고 있는 박성균(진실행) 보살은 내년 남편의 정년 퇴임식에서 멋진 색소폰 연주를 들려줄 깜짝쇼를 준비 중이다. “개인적인 즐거움으로 시작했는데 공연을 할수록 많은 청중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색소폰 공연팀장 김경은(금강행) 보살은 “스님께서 봉사라는 의미를 알려주시고 한단계씩 성장해 가면서 우리들 스스로 즐겁고 돈독해지고 봉사의 참맛을 알게 되면서 여러분들의 행복이 바로 나의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고 공연의 즐거움을 전했다.

 탑밴드의 살림을 맡고 있는 정해자(혜안심) 총무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 무거운 장비를 옮겨야 하고 추운 날씨에는 악기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보다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협조가 없으면 힘들었을 겁니다. 봉사활동의 즐거움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고 소감을 밝혔다.

단원들은 연습과 공연을 통해 스스로 봉사의 기쁨을 즐기고 있다.

“봉사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해 준 진성스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2의 인생이 시작된 느낌입니다”

탑밴드는 앞으로 단독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다양한 레퍼토리가 완성되면 소외된 이웃들을 초청해 작은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음악봉사로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탑밴드의 활약이 전국구로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