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영 연구원, 17일 백련재단 학술대회서 발표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을 중심으로 이전 50년은 봉건성을 벗고, 근대불교를 구축하기 위한 실험적 기간이었다. 그리고 백일법문 이후 50년은 근대불교를 청산하고 현대불교를 정립해 온 과정이었다.”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이 근대불교를 청산하고 현대불교를 열어가는 데 있어 사상적 근간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사진〉은 11월 17일 (재)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이 개최한 ‘퇴옹 성철과 현대 한국불교의 정체성’ 주제 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서 연구원은 ‘근현대불교에서 퇴옹 성철의 역할과 백일법문의 위치’에서 해인총림 설립 이후 설해진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이 현대 한국불교사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는 지를 조명했다.

일제강점기와 함께 도래한 근대 공간에서 한국불교는 “정체성이 해체되고 왜색 불교가 덧칠됐다”고 지적한 서 연구원은 해방과 6.25 전쟁 이후인 1954년부터 17년 간 진행된 정화운동이 탈근대적 운동이자, 한국불교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당시 정화운동은 근대불교를 부정하고 단절하는 방향으로 전개됐고, 이로 인해 현대 한국불교는 대처승 점유 사찰을 되찾아오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을 바닥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같은 한계 상황에서 정화의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안으로는 승단 체계를 바로 잡기 위한 조치가 해인총림의 설립이었다는 게 서 연구원의 설명이다. 실제 성철 스님 역시 해인총림에 대해 “승가 정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고, 한국불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서”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총림이라는 외형적 틀은 존재했으나 그 그릇에 어떤 사상과 수행가풍을 채울 것인가는 과제로 남았다. 이 같은 과제에 응답해 총림의 사상적 내용을 채운 것이 백일법문이라는 게 서 연구원의 주장이다.

서 연구원은 “해인 총림은 정화를 통해 달성한 현대불교의 최대 성과였고, 해인총림이라는 그릇에 사상적 내용과 방향을 채운 것이 백일법문이었다”면서 “백일법문은 근대불교를 청산하고 현대불교를 열어가는 데 사상적 근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재)백련불교문화재단은 11월 17일 '퇴옹 성철과 현대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또한,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은 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저작이라고 평가했다. 서 연구원은 “백일법문 이전까지 승가교육 내용은 500년 된 교육과정에 토대를 두고 있어 전체 불교사상을 포괄하지 못했고, 현대적 불교관도 제시할 수 없었다”면서 “성철 스님은 전체 불교사상을 포괄하는 것은 물론 근대적 성과까지 담아내 불교사상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일법문은 현대불교의 탄생과 정착이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탄생했고 그 정신세계를 뒷받침했다”면서 “백일법문은 시대적 산물이지만, 한편으로는 시대를 이끌어 왔으며, 위기에 처한 한국불교가 지향할 길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종수(순천대 사학과)의 ‘봉안사 결사의 배경과 불교사적 의미’ △조기룡(동국대 불교학술원)의 ‘해인총림 결성의 배경과 현대적 의의- 퇴옹성철의 사상과 활동을 중심으로’ △박인석(동국대 불교학술원)의 ‘퇴옹성철의 선문헌 번역사업의 내용과 의의’ 등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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