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답(禪問答)>이란 책을 펴낸바 있다. 선문답에 대한 관심과 울림을 위해 옮겨본다.


여러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 먹고

만인이 두루 편안한 이치


1. 상서(祥瑞)로운 일

한 여자 신도가 말했다. “큰 스님들이 열반에 드신 후 맑은 하늘에 무지개가 떠오르거나, 어두운 밤에 방광(放光)의 빛줄기가 하늘로 뻗친다는 말을 들었는데 스님께서 훗날에 열반에 드시면 어떤 상서로운 일이 일어날까요?”
“내가 죽으면 태양이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질 것입니다.”

2. 밥으로 살지
한 학생이 말했다. “여자는 아름다움으로 살고 남자는 명예로 산다고 합니다. 그럼 수행자이신 스님은 무엇으로 살아갑니까?”
“나는 밥으로 살지.”

3. 환하게 드러낸 걸
한 스님이 물었다. “<벽암록>7칙에 있는 공안(公案)입니다. 혜초라는 이름의 구도자가 법안 선사에게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하고 물으니 답하기를 ‘그대가 혜초로구나’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그대는 혜초가 아니로구나.”

4. 솥에서 끓고 있는
한 스님이 물었다. “도마 위에 오른 물고기가 칼날을 피할 수 있을까요?”
“솥에서 끓고 있는 멸치에게 물어보게나.”

5. 바른 눈과 바른 손에 대해
한 스님이 내게 물었다. “천수천안(千手千眼) 관세음보살의 천개의 손, 천개의 눈 중에 어떤 손이 바른손이며 어떤 눈이 정안(正眼)이겠습니까?”
“보는 것이 정안(正眼)이요 쓰는 것이 바른손이지.”

6. 부모님한테서 몸 받기 이전
한 도반이 내게 말했다. “부모님한테서 몸 받기 이전(父母未生前) 스님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내가 답하길 “흐르는 물이 안개 되어 비바람을 몰고 옵니다.”

7. 동그라미 그려놓고
한 선객이 내게 물었다. “스님을 가운데 두고 큰 동그라미를 그려놓을 경우 스님께서는 그 동그라미 의 선(線)을 지우지도 넘어오지도 말고 밖으로 나올 수 있으십니까?”
하여, 내가 말하였다. “스님께서 먼저 선을 넘지도 지우지도 말고 내 있는 곳으로 들어오시구려. 그럼 그때 내가 나가리다.”

8. 몸 안에 갇혀
교수 몇 분이 와서 나눈 대화다. 기독교를 신앙 한다는 교수에게 내가 물었다. “교수님은 하나님을 마음 안에 모십니까? 마음 밖에 모십니까?”
“마음 안에 모시지요.”
“그럼 마음은 몸 안에 있습니까? 몸 밖에 있습니까?”
“마음은 몸 안에 있지요.”
“하나님께서 몸 안에 갇혀 답답하시겠군요.”

9. 하늘이 잔뜩 흐려 있어서
한 스님이 찾아와서 내게 말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우리 중생들은 왜 손가락만 보게 될까요?”
“달보다는 손가락이 가깝게 있기 때문이지.”
“달은 하나이나 천개의 강에도 달그림자를 남깁니다. 스님께서는 손가락도 달그림자도 아닌 진짜 달을 보여 주실 수 있으십니까?”
“지금은 어렵겠네. 하늘이 잔뜩 흐려 있어서.”

10. 짚신을 머리에 이고
한 스님이 내게 물었다. “<벽암록>63칙에는 남전선사가 고양이 목 자른 부분이 실려 있고 64칙에는 조주선사가 짚신을 머리에 이고 문 밖으로 나가는 부분이 실려 있습니다. 63칙과 64칙의 공안에 대해 스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남전선사는 고양이는 죽였으나 동서양당(東西兩堂)의 스님들을 살렸고 조주선사는 짚신을 머리에 이어 천둥번개 치는 소식으로 태평가를 부른 것이지요.”

11. 골고루 나누어 먹고
한 도반 스님이 해외여행 중 내게 말했다. “예전에 보문 스님이 해인사의 ?? 스님에게 묻기를 ‘날마다 법당의 부처님 전에 마지를 올리는데 부처님은 어디로 그 밥을 받아먹겠는가?’하고 물으니 ??스님은 대답을 못했다고 합니다. 스님께서는 이 물음에 어떻게 답 하시겠습니까?”
“여러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 먹고 만인(萬人)이 두루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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