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마음의 숲 펴냄|1만 5천원

프랑스의 과학철학자이자 시 철학자로 프랑스 현대사상사의 독보적인 존재로 알려진 가스통 바슐라르의 〈촛불 La Flammc D’une Chandelle〉이 출간됐다.

‘시인 가운데 가장 훌륭한 철학자이며, 철학자 가운데 가장 훌륭한 시인’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 〈촛불〉은 가스통 바슐라르가 임종 1년 전에 집필한 마지막 저서이다. 수많은 시인들, 예술가들의 필독서인 이 책은 촛불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시적 몽상에 대한 탐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촛불이 촉발하는 이미지들의 시학, 뿐만 아니라 촛불 앞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내면과 영혼을 관찰하고 통찰할 수 있게 이끌어준다.

바슐라르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사유하면서 꿈꾸고 꿈꾸면서 사유하던 시절, 촛불은 영혼의 고요를 재는 압력계일 수 있었고, 결이 고운 평온,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내려가는 평온의 척도일 수 있었다. 평온해지고 싶은가? 조용히 빛의 작업을 수행하는 가벼운 불꽃 앞에서 가만히 숨 쉬어보라”

촛불이 광화문 일대를 가득 뒤덮고 물결을 이루던 촛불집회가 어느덧 1주기에 이르렀다. 한국에 밀란 쿤델라, 로맹가리 등 프랑스 문학을 꾸준히 소개 번역해온 이 책의 역자 김병욱은 촛불광장에 나갔다가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에게 촛불은 대체 무엇인가. 촛불은 우리 마음속에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러다가 이미 반세기 전에 바슐라르가 집필한 〈촛불〉서 궁금증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작은 빛에 대한 몽상은 우리를 친숙함의 골방으로 데려간다. 우리 내면에는 오직 가물거리는 빛만 용인하는 어두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예민한 마음은 부서지기 쉬운 가치들을 사랑한다. 그런 마음은 투쟁하는 가치들과 하나가 되기에 어둠에 맞서 싸우는 미약한 빛과 하나가 된다. 그래서 작은 빛에 대한 우리의 모든 몽상은 오늘날의 삶에서도 심리적 실재성을 유지한다.’

이 책은 이미 오래전에 여러 판본이 〈촛불의 미학〉이란 제목으로 나온 바 있다. 대학에 재직을 하면서 가스통 바슐라르로 논문을 쓴 역자는 당신만의 방식으로 이 책에 깊이 빠져 사람들에게 〈촛불〉이라는 책의 존재를 새삼 일깨워주고 싶었다. 덧붙임으로 이 책을 새로 번역한 의미와 함께 맨 마지막 장에 담은 옮긴이 해설 ‘〈촛불〉 고독한 몽상의 시학’에서는 한평생 과학인식론을 연구하는 철학자이자 시적 몽상을 연구하는 시학자의 삶을 살았던 바슐라르의 사유의 축과 몽상의 축 그리고 과학적 사유와 시적 몽상의 사유에 대한 역자의 해석이 이채롭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마치 아름다운 한편의 시를 읽는 것과도 같은 몽상과 상상력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단어와 문장 사이사이 책 자체가 하나의 촛불이 되어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독자들의 내면에 고요히 타오르며 희미하게 꺼져가는 영혼을 밝혀준다.

 

▲저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철학자, 인식론자, 과학철학 및 과학사 교수, 문학 비평가, 시인 등 다양한 면모의 활동으로 프랑스 현대 사상사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작가이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1927년 〈근사적(近似的) 인식에 관한 시론〉으로 학위를 취득하고, 디종 대학 교수를 거쳐 1940년 파리 대학에 초빙돼 과학사·과학철학을 강의했고, 동 대학의 과학사·기술사연구소장을 지냈으며, 1954년 명예교수가 되었다. 또한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고 국가문학대상을 수상했다. 데카르트적 인식론과 비뉴턴적 역학 개념 등을 도출하게 되는 과학사 연구 중에 이른바 객관적 과학 이론의 인식론적 방해물로 개입하는 인간의 꿈과 상상력의 존재, 그 무한 깊이의 힘과 매력을 발견하게 된 그는 향후 그것들의 개성적 표현인 구체적 문학 작품을 종횡무진 읽어가면서 그것들에 관한 새로운 정신분석학적 음미에 몰두하였다. 그는 물·불·공기·흙의 4원소에 대한 독자적인 ‘물질 상상력’ 이론을 정립함으로써 프랑스 신비평 분야의 대부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1962년 파리에서 사망, 고향인 샹파뉴의 바르 쉬르 오브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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