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박물관, 12월 8일까지 나한 특별전

13c 몽골침략 막기 위해
나한 신통력에 의미 담아

동국대박물관 특별전에 전시되는 고려시대 오백나한도 중 원상주존자. 김의인(金義仁)이 제작 뒷일을 맡았다. 동국대박물관 제공

고려시대 무차별적인 몽골의 침략에 저항하고자 불력(佛力)을 빌어 제작한 나한도 4점이 처음 공개된다.

동국대박물관(관장 정우택)은 12월 8일까지 특별전 ‘나한-깨달음에 이른 수행자’를 개최한다. 나한은 산스크리트어 Arhat의 한자음역인 ‘아라한’의 줄임말로 이상세계에만 존재하는 불보살과 달리 실존했던 수행자이며,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해 부처님으로부터 불법을 지키고 중생을 구제하라는 임무를 위임받은 제자를 뜻한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나한제를 국가적으로 실시하고, 몽골의 침입을 받았을 때 국난극복을 위해 500폭의 나한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동국대박물관은 동국대 개교 111주년을 맞아 청자로 만든 나한상을 비롯해 다양한 나한 작품을 전시한다. 이 중에서도 1235~1236년 제작된 나한도 중 국내 개인이 소장한 4점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이 나한도는 몽골 침입을 받은 고려가 나한의 신통력으로 국가를 지키고자 제작한 500폭 가운데 일부로 현재 한국, 일본, 미국 등에 10여 점이 남아 있을 정도로 귀중한 그림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한 오백나한도는 화기는 없지만 이곽파(李郭派) 서풍을 따르는 점을 미뤄볼 때 일군(一群)의 고려시대 수묵 오백나한도의 하나로 짐작된다. 제작시기는 1235년 또는 1236년으로 추정된다. 개인 소장의 오백나한도는 화기가 남아 있어 을미년 10월 즉 1235년에 그려졌으며, 김의인(金義仁)이 제작 뒷일을 맡았다. 특히 현존 오백나한도 중 유일하게 ‘인병속감(隣兵速減)’이란 문구가 쓰여 국난극복의 목적을 입증해주는 귀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전시되는 보물1882-1호 십육나한도 역시 화기를 통해 같은 시기 오백나한도와 동일한 목적으로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오백나한도와 별도로 십육나한도를 그렸다는 근거자료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외에 미국 호놀룰루박물관이 소장한 조선시대 석가설법도도 선보인다. 이 그림은 결가부좌한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8구의 보살과 10대 제자를 배치했다. 화기는 남아 있지 않지만 존상 형상과 표현기법 등으로 미뤄볼 때 16세기 중반 제작된 것으로 짐작된다. 10대 제자와 청법자가 그려진 유일한 금선묘 그림이자 완성도 높은 불화로 평가받는다. (02)2260-3722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