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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중앙종회 본분은 입법활동

한 해를 마감하는 제209회 조계종 중앙종회 정기회가 막을 내렸다. 11월 1일 개원해 8일까지 이어진 중앙종회는 중앙종무기관 종정감사와 원로회의 의원 추천, 종무보고 및 종책질의, 각 위원회 인사안 처리 등 숨 가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중앙종회 본연의 역할인 입법활동은 과거 어느 때보다 미진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번 회기에는 지난 회기서 이월된 ‘멸빈자 사면’ 종헌개정안과 연동법인 사면법 제정안, 원로회의 구성요건인 ‘교구별 재적승’에서 ‘재적승’을 삭제하는 원로회의법 개정안을 비롯해 원로회의 요청에 따라 발의한 원로의장단 임기단축 종헌개정안이 입법활동 전부였다. 결국 중앙종회의원들이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새롭게 내놓은 제·개정안은 없는 셈이었다. 게다가 앞서 열거한 모든 안마저 이월시켰다.

올해는 이례적으로 6월과 9월 임시회가 모두 열리지 않았다. 총무원장선거 직전인 9월 임시회는 차치하더라도 6월 임시회가 열리지 않은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사실 6월과 9월 임시회는 말 그대로 ‘임시’이기 때문에 열지 않는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7개월간 별다른 활동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면 얘기가 다르다.

종헌종법특위는 이월된 종헌개정안에 대해 그간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즉 종정 진제 스님의 교시와 원로의원들의 당부에 따라 발의한 ‘멸빈자 사면’ 종헌개정안은 부칙으로 1회에 한해 종헌을 제한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지난 회기서 이월됐음에도 현재까지 논의가 없었던 것이다. 현행 간선제의 폐단을 줄이고, 종도 의견을 반영해 여법하게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총무원장선출제도개선특위는 5월에 간사 선출과 활동계획 논의 후 개점휴업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특위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몇몇 종회의원들은 총무원장선거로 인해 논의 시간이 부족했다는 변명을 내놨다.

시곗바늘을 잠시만 앞으로 돌려보자. 불과 두 달 전, 총무원장선거를 앞두고 임시회를 열어달라던 일부 종회의원들의 임시회 소집요구서는 무엇 때문에 제출됐던 것일까. 그리고 선거과정에서 미흡한 선거법을 지적하며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던 종회의원들은 어디로 다 사라졌을까. 제35대 총무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본격적인 선거국면이 8월부터였던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3~4개월 입법활동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선거와 입법활동은 별개인 사안이라 애당초 변명거리도 되지 않지만 말이다.

내년이라고 활발한 입법활동을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16대 중앙종회 임기는 내년까지인 데다 정기회는 더 이상 없다. 3월 임시회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하반기에 접어들면 제17대 중앙종회의원선거로 인해 제대로 된 입법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15대 중앙종회는 2014년 6월 임시회를 끝으로 사실상 활동을 마무리한 바 있다.

‘주인은 되는 방법을 찾고, 머슴은 안 되는 핑계를 찾는다’는 말이 있다. 종단의 주인은 종도이고, 종도는 곧 사부대중이다. 그 중에서도 승가는 인천(人天)의 사표(師表)이자 불교를 이끌어가는 구심점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구심점이 머슴살이해서야 되겠는가.

윤호섭 기자  sonic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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