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은 오입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입(寺入)이라고 말씀했다. 사입이란 단어가 사전에는 없지만 광신적으로 절에 다니는 것을 뜻하는 듯했다. 제 정신으로 살자는 것이 신앙생활의 기본인데, 가정생활을 다 팽개치고 미쳐서 다닌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스님은 말씀했다.

스님은 절집 안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행태도 결코 방관하지 않았다. 특히 절 안에서 버젓이 벌이고 있는 상행위를 못마땅해 하셨다. 길상사 경내에 구내서점을 운영해 궁한 절 살림을 개선하자는 대중의 건의도 스님은 일언지하에 거절하셨다. 구내서점을 연다면 스님 책들도 진열될 텐데 책장사하려고 길상사를 개원한 것이 아니라며 그러셨다. 당시 어렵게 주지 소임을 보았던 C스님이 어느 날 내게 이와 같은 일화를 들려주었던 것이다. 물론 법정 스님의 우려처럼 스님이 책장사한다고 손가락질할 사람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스님은 허물 한 톨도 보이지 않으려 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큰 절에 가보면 기념품 가게가 유행처럼 번져 있다. 절 안에까지 지폐가 위력을 발휘하는 배금주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안내소나 종무소 앞에는 불단에 올릴 쌀은 얼마, 초는 얼마, 아직 짓지도 않은 전각의 대들보는 얼마, 기둥은 얼마, 서까래는 얼마, 기왓장은 얼마 하고 가격표가 붙어 있는데 법정 스님이 보았다면 어떠하셨을지 짐작이 간다. 아마도 혀를 끌끌 차셨을 것이다. 보시했다는 생각마저 버리라고 한 부처님의 말씀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일러스트 정윤경.

〈매혈기〉를 발표하여 우리에게도 친숙한 중국의 소설가인 위화(余華)가 수덕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절과 중국 절을 비교한 적이 있다.

“한국의 절은 관광객이 많지만 조용합니다. 중국 절은 돈이 많은데도 절에서 초나 향을 비싸게 팝니다. 중국의 절은 규모가 크고 스님들이 많아서 회사가 사업하는 느낌인데 한국 사찰은 다릅니다.”

중국 절의 상업주의, 즉 종교장사를 비난한 말인데 그가 우리 절을 주마간산 식으로 보고 말한 것 같아 속이 뜨끔하다. 과연, 절이 종교장사나 하는 곳일까. 그러나 그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나처럼 암자를 많이 기행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암자로 가는 길〉 3권을 발간했다.

법정 스님은 D일보 인터뷰 중에 기자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을 묻자 〈암자로 가는 길〉이라고 추천하신 적이 있다. 우리나라 암자 400여 군데를 기행한 뒤 마음에 여운을 남긴 곳만 선정해 썼다. 암자기행 중에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절은 절하는 곳이다’라는 뻔한 사실이다.

절은 기복이나 단순한 굴신운동이 아니라 나를 낮추는 하심의 수행, 나를 비우는 참회의 수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절을 하다 보면 온갖 잡념들은 사라지고 오롯이 절하는 본래의 나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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