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209회 중앙종회 정기회 폐회… 중앙종무기관 예산안 승인

종책질의서 지적사항 쏟아져
조계종 제35대 집행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중앙종회서 중앙종회의원들이 송림사 前주지 성폭행 의혹 등으로 드러난 입법·행정 미비사항에 대한 개선의지를 다졌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원행)는 종정감사 이후 11월 8일 속개한 제209회 정기회서 종헌종법 제개정안을 모두 이월했지만 중앙종무기관 각 부서별 종책질의를 통해 ‘송림사 사태’ 등 다양한 분야서 드러난 종무 미비사항을 지적했다.

먼저 화림 스님은 지난여름 초심호계위원이자 송림사 주지였던 H스님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종단 대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H스님은 사건이 불거진 뒤 총무원에 환속제적원을 제출, 수행자에서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화림 스님은 “누가 봐도 문제되는 분이 종단 징계도 받지 않고 환속계를 냈다. 환속계를 냈다 하더라도 징계절차를 밟거나 직권제적이 필요하다”고 총무부에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총무부장 지현 스님은 “환속계를 제출하면 징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지만 화림 스님은 “그렇다면 누구든지 사고치고 환속계부터 내면 징계 못하는 것 아니냐. 종회도 입법미비사항을 고쳐야하지만 종단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광전 스님은 “공직에서 비위를 저지른 스님이 환속하면 죄를 물을 수 없다. 그러니 종무기관에서 환속제적원을 바로 처리하지 말고 시간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광 스님은 H스님의 재산에 대한 환수 노력도 당부했다. 스님은 “송림사 사건으로 해당 교구를 비롯해 불교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극에 달했다. 재산관계를 파악해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현 스님은 “내용을 파악하고 재무부 등 관계부서와 협의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성문 스님은 중앙종회 인사심의과정서 추천된 개인에게 제출받는 ‘범죄경력회보서’를 회람하는 것이 불법행위임을 지적했다. 스님은 “본인 확인 외에는 제출한 사람도, 활용한 사람도 범법자라고 한다. 심지어 실효된 형까지 적시하라고 하는데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되는 사회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어떤 방법이든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신원확인 절차를 강구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화림 스님은 “종단에 수사권이 없고 권리행사를 못하기 때문에 경찰서를 통한 신원확인을 할 수밖에 없다. 스님들이 전과가 없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자기방어권에 속한다”면서도 “정부기관과 협의를 거쳐 공식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동의의 뜻을 밝혔다.

또한 종회의원들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종교인과세와 관련해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소규모사찰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도 요청했다. 이외에도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영세사찰 인건비 부담이 불법행위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 강구 △사찰재산 처분요청에 대한 외부 전문가 자문 등도 당부했다.

종헌종법안은 모두 이월
내년도 중앙종무기관 세입세출 예산안 승인과 관련해서는 민감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총무원장선거과정서 빚어진 논란에 대한 것들이 주를 이뤘다.

만당 스님은 종립특별선원보조금 2억5000만원에 대한 삭감을 주장했다. 결제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수좌스님들이 종단개혁연석회의가 주최한 촛불법회에 참가해 종단을 비방했다는 것이다. 만당 스님은 “결제 중에 부화뇌동해 조계종 망하라고 외친 수좌들이 있다. 하고 싶은 대로 막 해도 종단은 제재 없이 예산지원을 부지런히 해줘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종립특별선원이 수행도량으로 제대로 역할하고, 일신하기 전까지는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회의원들은 반대의견을 표하면서 보조금이 제대로 집행되는지만 감사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현 스님은 “2억5000만원이 적은 돈이라고 할 순 없지만 100명에 달하는 식구들이 살고 있는 종립선원이다. 예산 삭감은 반대한다”고 했으며, 제정 스님은 “우리는 선종이다. 일부 수좌 문제는 호법부에서 해결하면 된다. 종립선원 지원은 하되 결제 중 빠져나온 사람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만당 스님은 보조금에 대한 감사 시행을 전제로 해당 예산 삭감 주장을 철회했다.

안국선원의 종단희사금 중단에 대해서는 오심 스님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스님은 “불교언론문화상 상금과 가로연등설치비 등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는데 이것들은 불자들이 기초적으로 신심을 낼 수 있는 매개체다. 돈 좀 있다고, 종단하고 척 지었다고 이러는 건 치사한 일”이라며 “이 부분을 종무기관에서 인지하고 잘 대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감한 발언이 이어지자 환풍 스님은 “지난 것은 지난대로 덮어둬야지 계속 끄집어내 난타하면 새로 출범한 집행부가 불편한 상황이 된다. 이쯤에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중재했다. 그러자 금곡 스님은 오심 스님의 발언 취소를 요청했고, 오심 스님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됐다.

이어 중앙종회는 중앙종무기관 세입세출 예산안(일반회계 269억5800만원·특별회계 558억2450만원)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또한 △제8기 법계위원 위촉 동의의 건 △대종사 법계 특별전형 동의의 건을 비롯해 각종 위원회 인사안을 통과시키고,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표지판에 대한 사찰명 삭제와 관련해 지침 개정 촉구 성명을 채택키로 했다. 성명은 추후 의장단 윤문을 거친 뒤 최종 발표된다.

아울러 중앙종회는 ‘멸빈자사면’ 종헌개정안과 원로회의 의장단 임기단축에 대한 종헌개정안을 논의 끝에 이월했다. 이와 함께 원로회의 자격요건 중 ‘재적승’을 삭제하는 원로회의법 개정안, 사면법 제정안도 이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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