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는 연습

나토리 호겐 지음|전경아 옮김|세종서적 펴냄|1만 5천원

우리는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꿈을 이룰 거라는 희망 때문에, 혹은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고 실패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손에 쥔 것을 내려놓지 못한다. 어떤 이들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리고, 복잡한 인간관계를 내려놓지 못하고 괴로워하며,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를 살지 못한다.

현실 받아들이는 마음공부법 소개

어디서나 만족 아는 것 최고 행복

“자기사정만 고집, 괴로움의 불씨”

그런데 이런 우리들에게 오히려 ‘적극적으로 포기하라’고 권하는 책이 나왔다. 일본뿐 아니라 국내 독자들에게도 열렬한 호응을 얻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행동하는 승려’로 알려진 나토리 호겐의 신작 〈포기하는 연습〉이다. 전작 〈신경 쓰지 않는 연습〉서 불안 분노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가르침을, 〈모으지 않는 연습〉서 마음 관계 물건서 가벼워지는 가르침을 전한 나토리 호겐이 이 책에서는 마음을 내려놓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공부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누구나 마음속 잡념을 걷어내고 평온한 마음으로 한 발짝 나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미련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물이나 자기 마음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포기하다’는 일본어로 ‘아키라메루(諦める)’, 한자로 ‘諦(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명확하게 밝히다(明らかにする)’라는 뜻도 들어 있다. 즉,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뒤에야 깨끗이 포기하고 새롭게 전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비가 오는 바람에 예정된 행사가 중지됐다고 하자. 그때 행사 가는 것을 포기하려면 ‘날씨는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왜 하필 비가 오는 거야” “기껏 준비했는데”라며 끊임없이 불평하게 된다. 다이어트를 포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분명하면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뚱뚱하다고 비웃어도 나는 당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도도 해보지 말고 무조건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이 책은 오히려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후회보다 하고 난 뒤의 후회가 더 낫다고, 쉽게 포기할 수 없을 때는 해보는 데까지 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실패했을 때야말로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명확히 밝힐 기회이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됐는데 그러니 실패했지, 하는 수 없다”라고 포기하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면 된다.

나토리 호겐은 자기 사정만 고집하는 것이 ‘괴로움’을 낳는 불씨라고 말한다. 세상은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날씨도 정치도 경제도 내 뜻대로 흐르지 않는다. 인간관계는 물론이거니와 내 기분 하나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따라서 내 사정만 앞세우려고 하면 평생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그렇다면 고통을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기 사정만 앞세우는 태도를 버리면 된다. 그러면 번뇌가 줄어든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포기하는 연습’인 셈이다.

우리는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모두가 나를 사랑해주길 바란다. 쓴소리나 뼈아픈 지적 말고 칭찬만 듣길 바란다. 그렇지만 내가 “알아주세요” 하고 바라는 것은 다 큰 어른이 응석을 부리는 행위다. 게다가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으려고 하면 좋은 사람인 척 연기하느라 자신이 고생하게 된다. 이럴 때는 반대로 내가 모두를 좋아하려고 해보자. 칭찬만 받으려고 해도 자신감을 잃는다. 누군가 나를 비판할 때 반론하고 싶어지는 까닭은 상대방이 싫어서다. 그럴 때는 신뢰하는 사람에게 같은 말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떠올려보라. 내가 싫어하는 것은 사람이지 비판 그 자체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이를 자기 연마의 재료로 삼을 수 있다.

시대와 환경을 탓하거나 잃어버린 것을 한탄하기보다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금 있는 것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가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꾸 욕심이 나네” “내가 지금 집착하고 있어” “아직 미련이 남아 있구나”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분명히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파고드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하고 싶은가” 하고 스스로의 사정을 헤아려보고 그 사정이 이치에 맞는지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불안하면 ‘무엇이든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지금까지 얻은 것을 잃지 않을까 불안해서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자신에게 최소 필요한 것은 몇 개나 되는지 그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욕심을 줄이고 만족하라”라는 소욕지족(所欲知足, 욕심이 적으면 만족하고 행복하다는 뜻)을 강조한다. 욕심을 줄이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만족을 알면 겸허해진다.

우리는 늘 완벽을 추구하지만, 완벽한 것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자기 나름대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두면 “이걸로 됐어”라는 생각에 마음이 훨씬 편해질 것이다. 자신에게 스스로 “오늘은 이만큼 애썼다” “이 일에 관해서는 이만큼 열심히 했다”라고 자신의 한계를 정하고 심신을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어야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스님이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교훈을 전달하는 뻔한 내용이 아니다. 나토리 호겐은 남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속마음을 털어놓고, 방을 꾸미려다가 오히려 망쳤던 청년 시절의 이야기라든가 슈퍼에서 빨리 계산을 마치고 나가려다 낭패를 봤던 경험처럼 때로는 번뇌에 시달리는 자신의 모습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소박한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의 경험을 따라가며 우리도 그처럼 마음을 내려놓고 조금이나마 홀가분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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