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스님이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에 취임했다. 한국불교 장자종단 조계종의 행정수반이 된 설정 스님은 취임법회에서 장장 5페이지에 걸친 취임사를 불자와 국민들에게 전했다. 스님이 중요하게 내세운 가치는 ‘불교다운 불교’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수행가풍과 승풍을 진작하고, 종단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준비된 원고보다는 법회 직후 우정국로 특설무대에서 대중에게 호소한 설정 스님의 진심이 더욱 돋보였다.

‘무시선 무처선(無時禪 無處禪).’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수행할 때 복덕과 지혜, 용기와 자비가 생겨난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러면서 신심과 원력, 공심이 없고 염불이든 참선이든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는 불제자가 아니라는 스님의 외침에 수천여 대중은 환호로 화답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다만 불제자들이 주변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참된 불제자로 살기 위해서는 승가가 우선적으로 바로서야 한다. 현재 한국불교는 갈등과 위기상황에 처해있다. 수년 전부터 곳곳에서 불교계 의혹이 제기됐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며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그래서 설정 스님은 선거과정서 제기된 비판을 자신의 부덕과 불찰로 돌렸다. 대중의 경책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제 한국불교는 새로운 발걸음을 떼야 한다. 대화합을 위한 방안 강구에 힘을 쏟고, 사부대중이 함께 호흡하며 시방세계를 품어 안아야 한다. 장자종단 조계종이 이에 앞장선다면 설정 스님이 외친 종도들의 ‘환희작약(歡喜雀躍)’도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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