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醫王 지바카

의사의 왕 지바카는, 마갈타 나라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아기였을 때 길가에 버려진 것을 빔비사라왕의 아들 무외(無畏)왕자가 주워다 키웠다 합니다. 

아들이 없던 왕자는 주워 온 아기 이름을 지바카라 짓고, 아들을 삼았습니다. 사람들은 이 귀여운 아기를 지바카 동자라 불렀습니다. 지바카는 이제 동자가 아닌 소년이 되었습니다. 무외왕자는 소년 지바카를 탁실라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의술을 공부해 오도록 부탁한 거지요.

당시, 탁실라는 문화와 학문이 앞선 나라로 마갈타 나라에서 먼 곳이었습니다. 탁실라에 도착한 지바카 소년은 의술로 널리 알려진 빈가라(賓迦羅) 스승을 찾아갔습니다.

“저는 마갈타에서 스승님을 찾아왔습니다. 의술을 배우고자합니다.”

“좋다. 열심히 배우도록 하라.”
 

그림 강병호

빈가라 스승은 먼 나라에서 찾아온 제자를 반갑게 맞아서 열심히 의술을 가르쳤습니다. 지바카는 열심히 의술을 배웠습니다. 7년이 되던 해였습니다. 지바카가 물었습니다.  

“스승님. 저의 의술 공부가 언제 끝나겠습니까?” 빈가라 스승이 미소를 짓더니, 대바구니 하나를 내놓으며 말했습니다.

“산과 들을 조사해서 약이 아닌 풀을 여기에 담아 오도록 하라.”

지바카가 스승님 주는 대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여러 날 산과 들을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하고 보니 약으로 쓰이지 않는 풀과 나무는 없었습니다. 지바카는 스승에게 빈 대바구니를 돌려드리며 여쭈었습니다. 

“스승님이 시키는 대로 여러 날을 조사했으나 약에 쓰이지 않는 초목은 없었습니다.”

지바카의 말을 들은 스승은,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쯤 알면 지바카 자네는 의술 공부가 끝났네. 수미산 남쪽 염부제에서 의술로는 내가 제일이었는데 제자 지바카가 내 뒤를 잇게 되겠군. 장차 의사의 왕이라 불리 될 걸세. 고국으로 돌아가게.” 

지바카는 스승께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하고 빈가라 스승 곁을 떠났습니다.

“이제 나는 의사다. 의사야.” 지바카는 기쁨을 외치며 먼 길을 걸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가타(婆伽陀)라는 성에 들러서 그곳 장자의 부인이 10여년 앓고 있는 병을 고쳐주었습니다. 부인은 지바카의 치료 1호가 되었습니다. 건강해진 사람이 고마워하는 것을 보니 아주 보람차고 기뻤습니다.

그 길로 지바카는 마갈타의 서울 왕사성으로 돌아왔습니다. 먼저 길러준 아버지 무외왕자를 찾아가 뵙고, 빔비사라라왕을 치료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빔비사라왕은 종기가 나서 낫지 않고 있었습니다. 지바카는 종기를 칼로 자르고 물에 씻은 다음, 약을 발라 금방 낫게 했습니다.

빔비사라왕이 지바카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치료를 할 수 있겠느냐?”

지바카가 대답했습니다. “벌써 치료가 끝났습니다.”

“어째서 아프던 자국이 없느냐?”

“벌써 다 아물었습니다.”

이것이 지바카의 두 번째 치료였습니다. 왕을 치료한 지바카는 이제 이름난 의사가 되었습니다. 빔비사라왕은 지바카에게 부처님의 교단과 왕궁을 전담하는 의사가 되라고 했습니다.

지바카는 머리가 쑤시고 있다는 왕사성 어느 장자에게 마취되는 술을 먹인 다음 머리뼈를 열고, 그 속에 가득 있는 벌레를 잡아내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치료였습니다.  교상미 나라 장자의 아들의 뒤틀린 창자를 고쳐 준 것은 네 번째 치료였습니다.        

어느 때 악왕으로 알려진 위선(尉禪) 나라 바라수제(婆羅殊提)왕으로부터 12년 앓고 있는 두통을 고쳐달리는 부탁이 왔습니다. 자세히 물어보니 그 병에는 우유를 삭여서 만든 타락으로 약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악왕은 우유를 몹시 싫어하는 식성이었습니다.

“바라수제왕은 독충 전갈의 자손이다. 아주 잔인한 사람이니 조심해라.”

빔비사라왕이 일러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름난 의사 지바카는 우선 잘 달리는 말 한 필을 구해서 타고 가서, 위선나라 바라수제왕을 만났습니다.

“이 지바카가 고쳐드리지요.” 지바카의 자신 있는 말에 왕이 말했습니다.

“나는 우유를 못 먹소. 타락으로 만든 음식을 권하는 많은 사람에게 벌을 주었소.”

“예, 그 소식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한 지바카는 타락으로 만들었지만 물맛이 나는 약을 왕의 어머니에게 주며 말했습니다.

“대왕이 잠에서 깨시면 물을 찾으실 겁니다. 병에 담긴 이 물을 드리세요.”

약을 전한 지바카는 빠른 말을 타고 왕사성으로 달아났습니다. 바라수제왕이 잠에서 깨어 물을 찾았습니다. 어머니가 물병을 주었습니다. 벌컥벌컥 물을 마시던 왕이 이맛살을 찌푸렸습니다.

“이거, 타락 냄새가 나네. 그 젊은 의사가 한 짓이로군. 불러들여라!”

그러나 지바카는 벌써, 위선 나라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12년을 앓던 머리가 꽹하게 맑아졌어. 아이 좋아라!”

두통이 사라지자 바라수제왕은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의사의 왕 지바카가 그 이름을 얻기까지에는 이처럼 곡절이 많았대요.

〈사분률 39권〉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