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수행에 있어서 화두를 들고 참구할 때에 오매일여(寤寐一如)라는 말이 있다. 잠을 잘 때와 깨어 있을 때가 똑같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같은 뜻을 가진 말로 몽여교일(夢與覺一)이라는 말도 있다 깨달을 각 자를 이때는 잠깰 교자로 읽는다. 대혜종고(大慧宗?:1089~1163) 선사의 〈서장(書狀)〉에 자주 나오는 말이다.

향시랑(向侍郞)에게 답해 준 편지에 “보내주신 편지에 ‘깨달음과 깨닫지 못한 것, 꿈을 꿀 때와 깨어 있을 때가 하나’라고 하셨는데, 부처님께서 ‘그대가 인연에 얽매인 마음으로써 법을 들으면 이 법 또한 인연에 얽매이게 된다’ 하셨습니다.(능엄경 경문을 인용한 말) 지극한 경지에 이른 사람은 꿈이 없다는 뜻이니, 있느냐 없느냐 하는 상대적인 ‘없음’이 아니며, 꿈과 생시가 하나일 뿐이라는 뜻입니다.(示諭 悟與未悟 夢與覺一 一段因緣 黃面老子云 汝以緣心 聽法 此法亦緣 謂至人無夢 非有無之無 謂夢與非夢 一而已)”라고 하였다.

또 유보학(劉寶學)에게 답해준 편지에 “찌는 듯한 무더위에 편안한 곳에서 유유자적하시며 걸리지 않는 마음으로 온각 마군의 어지럽힘은 없으십니까? 일상생활의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네 가지 위의 가운데서 ‘개도 불성이 있는가?’라는 화두를 한결같이 들고 있는지요? 시끄러운 환경이거나 고요한 환경이거나를 가리지 않고 화두가 항상 성성하십니까? 꿈을 꿀 때나 깨어 있을 때도 화두에 대한 의심이 똑 같으십니까? 근본적 이치와 구체적 현실에서 화두가 통일이 되십니까? 주관적인 마음과 객관적인 경계가 모두 똑같아 차이가 없는 상태가 되십니까?(卽日蒸? 不審 燕處悠然 放曠自如 無諸魔撓否 日用四威儀內 與狗子無佛性話一如否 於動靜二邊能不分別否 夢與覺合否 理與事會否 心與境皆如否)”라고 물었다.

위의 두 편지에서 대혜선사가 강조한 한 것이 간화선의 공부가 익숙해지면 꿈속에서도 화두가 들려져 선공부가 된다는 것이다. 꿈속에서도 공부가 된다? 꿈은 잠속에서 꾸어지는 것이므로 바꾸어 말하면 잠속에서도 공부가 된다는 이야기다. 선정을 이루는 것이 공부이므로 실은 선정 안에서는 밤낮이 없고 깨고 잠듦이 없다는 말이다. 의식의 활동은 식심(識心)에서 일어나는 분별이므로 이 식심의 영역을 넘어서 깊은 심층에 이르러야 선정이 이루어짐을 말하는 것이다.

〈대품반야경〉에는 ‘몽행반야(夢行般若)’라는 말이 나온다. 꿈에 반야바라밀을 행한다는 뜻이다. 꿈은 거짓이고 반야는 진실한 것이라고 보는 분별심을 물리치기 위해 설해진 말이다.

사리불과 수보리의 대화가 전개되는 대목이 있다. “그때 사리불이 수보리에게 물었다. ‘만약 보살이 꿈속에서 세 가지 삼매인 공삼매, 무상삼매, 무작삼매에 들어가면 반야바라밀에 이익이 있습니까?’ 수보리가 대답했다. ‘ 만약 보살이 낮에 세 가지 삼매에 들어서 반야바라밀에 이익이 있다면, 밤의 꿈속에서도 또한 그렇게 할 경우 이익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낮과 밤의 꿈속은 평등하여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리불님, 만약 보살이 낮에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이익이 얻는다면 이 보살은 꿈속에서 반야바라밀을 행하여도 또한 이익이 있어야 합니다.”

이 이야기는 꿈에서도 선(善), 악(惡), 무기(無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흔히 꿈은 실체가 없는 헛된 것을 비유하여 나타낼 때 곧잘 쓰는 말이다. 그리고 꿈은 현실이 아닌 것, 곧 거짓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가 하면 현실을 꿈으로 보는 예도 있다. 중생의 생사를 몽경으로 보는 비유도 있다. 생사대몽(生死大夢)이라 하여 나고 죽는 것을 큰 꿈이라 하였다.       

서산대사의 유명한 삼몽사(三夢詞)라는 시가 있다. 금강산에서 내려와 한양으로 들어오던 길에 어느 주막에서 주인과 객이 서로 꿈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엿듣고 지었다는 즉흥시다.

主人夢說客(주인몽설객)
주인은 꿈을 나그네에게 말하고
客夢說主人(객몽설주인)
나그네는 꿈을 주인에게 말하네.
今說二夢客(금설이몽객)
지금 꿈 이야기 나누는 두 나그네여!
亦是夢中人(역시몽중인)
꿈속에서 꿈 이야기 하고 있구나.


마지막 4구는 꿈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 자체가 꿈인 줄 왜 모르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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