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 발로…”, 남편의 큰 감사함 깨달아
“아! 저 발로…”, 남편의 큰 감사함 깨달아
  • 박원자 작가
  • 승인 2017.10.27 10: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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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과 가족사랑

백련암의 3000배   

해인사 백련암은 절수행의 종가집이다. 삼천배를 하기 위해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그 종가집을 탄생하게 한 주인공은, 생전에 일체 중생의 행복을 위해 3000배를 하라고 가르쳤던 성철스님이다. 스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올해로 24년째이지만 그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첫째 주만 빼고 매주 주말마다 전국에서 3000배를 하러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둘째 주는 수미산팀, 셋째 주는 아비라팀, 넷째 주는 3000배 팀이 철야정진을 하고 있다. 많게는 300여 명 에서 100명 미만의 사람들도 참석한다.

백련암에서만 절을 하는 게 아니다. 성철 스님의 상좌 스님들이 계신 곳엔 영락없이 절 수행을 하고 있고, 절수행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매달 3000배 정진을 하는 팀들이 수두룩하다.

매년 11월 성철 스님의 열반주기 때는 조를 짜서 전국 각 지역에서 모인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쉼 없이 절을 한다. 일주일 동안 백련암은 전국에서 올라와 정진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나는 그 광경을 볼 때마다 한 선지식이 남긴 수행이라는 이름의 유산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느끼곤 한다. 아마도 성철 스님은 온 마음과 몸을 다한 수행 만이 고통 속에서 윤회하는 삶을 온전히 변화시킬 수 있으며 건강한 종교생활을 지속하게 한다는 것을 아셨을 것이다.

나는 오래 전 큰스님 열반주기를 맞아 매년 실시되는 3000배 철야정진에 큰딸아이와 함께 올라가 정진한 적이 있고, 책 한 권을 탈고하고 올라가 3000배를 한 적이 있다. 매번 좋았고 감동적이었다. 딸과 함께 한 3000배는 딸아이와 도반이 되는 계기가 되었고, 홀로 올라가 낯모르는 분들과  섞여 했던 3000배는 죽을 것처럼 힘들었지만 탈고를 하고 난 감사 회향을 한 3000배여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절수행의 고수들에게 묻다

지난 주 토요일, 백련암에서 매달 넷째 주 토요일에 3000배 철야정진을 하고 있는 3000배 팀을 부산 자운사(53사단 사령부내 군법당)에서 만났다. 마침 부산에 볼 일이 있어 백련암으로 가는 대신 그곳을 찾은 것이다. 매달 세 번째 주에 자운사에 모여 3천배를 하고 있는 분들이다. 10여 년 전 인터넷 사이버 도량인 ‘3000천배 카페’를 만들어 매주 첫째 주는 부산 옥천사에서 능엄주 기도를 하고, 셋째 주는 자운사에서, 넷째 주는 백련암에서 3000배를 하고 있는 맹렬 정진팀이다. 이 팀에 속해 있는 분들은 하루에 1천배는 기본이고, 한 달에 한두 차례 3000배, 일 년에 몇 차례 1만배를 한다.

오후 6시 절에서 정갈하면서도 푸짐했던 저녁을 먹고, 7시 정진이 시작되기 전 이 팀의 도반들을 이끌며 정진하고 있는 원공 거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방 신문사의 제작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중년의 이 분은 13년째 절을 하고 있는 절수행의 베테랑이다.

“절을 하고 나서 가장 큰 변화한 무엇인가요?”

도대체 그토록 오래 쉬지 않고 절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포함한 질문이기도 했다.

“예전엔 성격이 엄청 날카로웠어요. 규정에서 어긋난 꼴을 보지 못해 항상 뿔 달린 도깨비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함부로 접근을 못할 정도였는데 절을 하고 둥글게 바뀌었죠. 마음이 차분해지고요.”

무공해의 친절한 미소가 잔뜩 묻어있는 사람 좋은 얼굴 어디에 뿔 달린 도깨비가 숨어 있었을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다음은 오십대 초반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커리어우먼 경일장보살님이 여러 사람을 대표해 자기 경험을 털어놓았다. 날씬하고 경쾌한 몸매로 보아 나이가 실감나지 않는다. 십여 년을 모시고 있던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가눌 길 없는 마음으로 모든 걸 다 잃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설상가상으로 오빠가 산재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백련암의 한 스님이 21일 동안 천배를 해보라고 했다. 절에 가면 3배 정도만 하던 생짜배기였지만 21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절을 했다. 얼마나 절박했는지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에서 매트를 깔고 절을 했다. 창피하거나 누구한테 미안할 것도 없었다. 21일 회향하는 날 잠시 좋아졌던 오빠는 다음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돌아간 오빠를 위해서 다시 천배 백일기도를 했다.

“기도가 끝나고 많은 것을 깨달았죠. 가장 먼저, 오빠를 위해서 매일 천배를 했지만 나를 위한 기도였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또 모든 게 시간이 필요하구나, 세상일은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죠. 힘든 삼천배도 처음 한 번의 절부터 시작해 힘든 과정을 거쳐 3000배로 마무리되듯 세상일도 그렇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성격도 많이 바뀌었죠. 조용히 앉아서 하는 바느질 같은 것은 속에서 천불이 올라와 엄두도 못냈는데, 지금은 차분히 앉아 끝까지 할 수 있게 됐죠.”

그뿐만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채 직설적으로 내뱉었던 말도 미리 거두어들일 줄 아는 힘도 생겼다. 경우없는 고객을 대할 때 화가 올라오는 것을 문득 알아차리고 입을 다물어버리는 힘이 생긴 것이다. 늘 싸움닭처럼 덤벼들었던 일은 과거가 되어 버렸다. 지금 그녀는 매일 천배를 하고 매달 한 차례 삼천배를 하며 일 년에 한두 번씩 만배를 하는 절수행자가 되었다. 정진하는 동안 뒤에서 절을 하는 그녀를 지켜보니 가뿐가뿐하게 일어서며 3000배를 거뜬히 해냈다.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이 시작되면 ‘아이구 힘들다!’하는 소리를 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3000배를 완주하고, 다음 달이면 다시 3000배를 하는 이유는 지속적인 수행만이 삶을 완성시키는 공덕이 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의 발을 붙들고 통곡하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된 3천배 정진엔 나를 포함해 15명이 참석했다. 10명이 여성, 5명이 남성이었다. 대략 사십대에서 육십대까지의 연령 분포를 이루었는데, 사오십대가 주를 이루었다. 처음 1000배를 하고 30분 쉰 다음 800배, 700배, 500배를 하는데, 그 중간에 30분씩 쉬면서 정진했다. 108배를 하는 시간은 12분, 그러니까 천배를 하려면 정확히 두 시간 걸리는 것이다. 시간을 정확히 지키면서 절도 있게 절을 했는데, 가장 힘든 시간은 700배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함께 정진하면 80프로는 저절로 하게 돼요!’, 참석자 한 분의 말처럼 나도 첫 시간 힘들지 않게 1000배를 마쳤다. 날렵하고 가볍게, 우아하고 조용히 화두를 든 것처럼 한 배 한 배 절을 하고 나비처럼 가볍게 일어서는 동작이 똑같은 게 인상적이었다. 한 분이 ‘지심귀명례’를 선창하면 나머지 분들이 부처님의 이름을 호명하는 ‘108참회문’을 보고 절을 하는데, 선창하는 거사님의 목소리와 부처님의 이름을 호명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끝날 때까지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한결같은 것도 오랜 수행에서 나온 결과처럼 보였다. 깊은 우울증을 매달 한 번씩 하는 3000배를 통해 극복했다는 한 거사님의 등이 시간이 흐르면서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첫 번째 시간이 끝나고 한 달에 한번 3000배를 한다는 혜안성보살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48세, 직장인으로 아들 셋을 둔 엄마다. 남편과 함께 왔다. 눈빛이 또랑또랑하고 맨 앞에서 경쾌한 모습으로 절을 했던 분이다. 1년 정도 매일 아침에 아이들을 데리고 108배를 했다는 그녀. 남편이 해외로 6개월 동안 출장을 가 있는 사이, 아이들을 데리고 한 달에 한번씩 3천배를 하러 다녔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3천배를 거뜬히 해냈다. 자신도 절하는 게 너무 재미있고 좋았다. 6개월 후 남편이 돌아오면서 합류했다. 처음 온 식구가 백련암에서 3000배를 하던 날, 바로 뒤에서 어린 아들이 지켜본다고 생각해서인지 남편은 다리를 파르르 떨면서도 끝까지 해내었다.

그렇게 온 가족이 도반이 된 이후 2년 동안 매일 1080배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500배를 하고 나머지 500배는 점심시간에 직장에서 했다. 한 사무실의 직원들 부인이 마침 불자라서 힘들이지 않고 양해를 얻어 사무실에 방석을 가져다 놓고 절을 했다.

“정말 3년 동안 미친 듯이 절을 했어요. 남편이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숨어서 했을 만큼 열정적으로 했죠. 함께 정진하는 도반들이 큰 힘이 되었어요. 처음 만 배에 도전해 절을 할 때를 잊을 수 없어요. 힘들 것 같았는데 오히려 몸이 가벼웠고 환희심에 눈물을 많이 흘렸죠. 세상에 감사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더군요. 부모님이 저를 건강하게 낳아 키워주신 것, 남편이 절을 하러 가는 나를 차로 데려다 준 것,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는 것, 이 모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만 번 몸을 숙이고 보니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매일 1000배씩을 하던 어느 날 새벽, 절을 끝내고 침대 밖으로 삐죽하게 나온 남편의 발 한 짝을 보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 저 발로 걸어 다니면서 열심히 일해 가족들을 먹여 살렸구나. 맞벌이를 하다 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너무 큰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남편의 발을 붙들고 대성통곡을 하면서, 여태 이렇게 고마운지 몰랐다고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그 이후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소리를 많이 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살다보니 어려운 일이 생겨도 잘 이겨내게 되었다. 자식을 키우면서 기다릴 줄 아는 것도 배웠다. 완벽주의자인 자신 때문에 곁의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 깊은 참회가 되었다. 모 아니면 도일만큼 곧은 성격으로 인해 대인관계가 힘들었던 남편도 절을 하고 인간관계가 원만해졌다. 시어머니는 아들이 변화하는 걸 보면서 지금은 며느리가 만 배를 하러간다고 하면 도반들과 함께 먹을 죽을 쑤어준다고 한다. 4학년 때부터 엄마와 함께 절을 해온 막내아들은 지금 고1인데, 모든 것을 제가 알아서 하고 어른처럼 느껴지는 도반이 되었다.  

처음 절을 시작할 때 가족 모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염원이 아이들과 남편은 물론 친정식구들까지 절을 하게 되는 것으로 이뤄졌다. 결혼을 앞둔 조카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거라면서 예비신부와 함께 3000배를 권했더니, 조카가 절을 하고 나서 이모가 왜 둘이 함께 3000배를 권했는지 알게 되면서 고마워했다. 절을 하고 난 사람들에게 방석을 선물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남편과 언니네 부부, 조카들과 함께 했던 스무 걸음을 걷고 한 번 절하며 설악산 봉정암에도 올랐다. 세 번을 계획했는데 두 번을 끝냈다고 한다. 절을 하면서 깨달은 소중한 가치를 이웃과 함께 하고 싶은 사명감이 생기는 것도 수행이 주는 보너스인 것이다.

3000배를 끝내고 서로 마주보고 3배를
정확히 다음 날 새벽 2시 40분에 삼천배가 끝났다. 부처님께 3배를 올리고 나서 다시 “성철종사께 삼배를 올리겠습니다”하는 소리에 맞추어 3배를 올리던 모습에 깊이 마음에 남았다. 그렇게 한 사람의 도인이 영원한 생명으로, 스승으로 존재하는 것이 실감되었다. 다시 20여 분 동안 간단한 예식을 마치고 서로를 바라보면 삼배를 올리고 나서 완전히 끝난 후 혜안성보살님이 남편에게 다가가 두 손을 모으고 활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남편이 쑥스러운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리던 것이 백 마디의 어떤 화려한 말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절을 끝내고 먹은 떡 국 한 그릇은 어느 고급 한정식당 음식보다 맛있었다. 그 떡국을 끓여낸 분은 3000배를 매일 12년 동안 하고, 현재 1000배를 하고 있다는 59세의 종현월보살님. 도반들이 잘 정진할 수 있도록 쉴 때마다 간식을 차려내고 뜨끈한 떡국 한 그릇으로 피로를 날려 보내게 한 보살님의 보살행이 밤새 3000배를 한 분들만큼이나 값져보였다. 떡국을 먹으며 ‘지심귀명례’를 고른 음으로 선창했던 젊은 거사에게 물었다.

“많은 젊은 분들이 절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그가 대답했다.
“글쎄요, 저희들이 이렇게 끊이지 않고 하고 있으면 한 사람 한 사람 다가오지 않을까요?”
우문에 현답, 현재를 사는 수행자다운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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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다 2017-10-28 20:23:19
삶이 별거있습니까
삶을 수행으로 가족을 도반으로
영화배우보다 만배는 더 멋지게 사시네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분들이네요
곧고 바른 생각과 인내심으로...
휼륭하신 절불자님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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