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가을 정취 물씬 전시회 4선 소개

박병일 작가는 조선 중기 사대부들의 주거지이자 서인(西人)학문과 예술의 발상지였던 인왕산에 주목한다. 간결하고도 부드러운 선의 미학이 여실히 드러나는 수묵화 작품이다. ‘인왕산에서 노닐다’ 150x345cm, 화선지에 수묵.

 

로터스갤러리, 민중미술 작가 ‘참 맑은 꽃’ 展
필갤러리, 박병일 작가 ‘인왕산에서 노닐다’ 展
갤러리다온, 불교미술 작가 최가영 개인전 ‘如法’
코모다호텔, 수안 스님 선서화전 ‘행복주머니’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가을 캐롤’이라고도 불리는 노래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작곡 김민기)의 한 구절이다. 열매와 이삭, 단풍잎도 가장 성숙되는 계절이라고 하는데 사람 마음은 왜 싱숭생숭한지, 추억의 노래를 꺼내 듣고 그리운 이에게 글 몇 자 적어 보내고 싶은 ‘가을’이다.

여기, 가을하면 떠오르는 불문율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전시회’다. 평소 잘 찾지 않던 전시회도 찬바람 불 때면 꼭 생각이 난다. 가을이 끝나기 전, 전시회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가을 정취 물씬 나는 전시회 몇 선을 소개한다.

이준석 작가는 만방에 핀 ‘들꽃’을 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 작가는 아름답고 화려한 꽃 보단 길섶에서 흔히 보고 지나치는 들꽃 무리에 주목한다. 이준석 作 ‘푸르른 날’

그림 속 소국에서 피어오르는 향기
가을하면 ‘꽃’ 싱그러운 봄꽃과는 다른, 가을꽃은 따뜻하고도 완연한 매력이 있다. 급히 추워진 날씨 탓에 가을꽃을 미처 만나지 못했다면 광주 로터스갤러리로 가자. 그림 속 꽃들이 풍겨내는 가을꽃 향기가 저 멀리 걸어오는 겨울마저 잠시 멈추게 할 테니.

민중미술 1세대 작가 이준석의 ‘참 맑은 꽃’ 전시가 11월 1~29일 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열린다.

이중석 작가는 광주 지역에서 민중미술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학 시절 교생실습 기간에 겪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영향이 컸다. 작가는 그 후 30여 년 동안 안온한 삶을 뒤로하고, 거리와 광장에 자신의 신념을 담은 작품들을 걸어두고 있다.

이 때문에 ‘꽃’도 작가에게는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작가는 만방에 핀 ‘들꽃’을 보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을 떠올린다. 그래서 이 작가는 아름답고 화려한 꽃 보단 길섶에서 흔히 보고 지나치는 들꽃 무리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푸르른 날’(2014) ‘늘 저만큼 거리에서’(2017) 등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작가는 민중의 애환을 담은 작품들을 다시 민중들에게 돌려준다. “나의 변화된 모습이 자연으로부터 너무 멀어진 삶을 살아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가을입니다. 삶이 버걱거려도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마음의 붉은 꽃 한 송이를 드리고 싶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 69cm x 39cm 비단에 천연재료 2014

조선 사대부처럼 인왕산 멋에 취해볼까
필갤러리는 지난 2월 2017 신진작가 공모를 시행, 박병일ㆍ조이경ㆍ정미정ㆍ안혜림 4명의 작가를 선정했다. 이에 첫 번째 전시로 박병일 작가의 ‘인왕산에서 노닐다’ 展을 10월 30일~11월 11일 연다.

박병일 작가는 조선 중기 사대부들의 주거지이자 서인(西人)학문과 예술의 발상지였던 인왕산에 주목, 일대의 청풍계ㆍ청휘각ㆍ자하동ㆍ필운대ㆍ창의문ㆍ수성동을 비롯해 인왕산 둘레길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왕산의 풍성을 재구성하거나 특정 장소에 대한 기억을 부각시키는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박 작가는 “사라지는 것과 변하는 것, 새로 생성되는 것들이 끊임없이 반복 교차하는 이 공간은 어쩌면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면서 “인왕산 외에도 도시 곳곳의 풍경과 스쳐가는 대상을 관찰하며 내가 만들어낸 상상적 공간들과 공간 속 그들이 들려주는 여러 이야기를 다원적 시점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박병일 작가는 동국대 예술대학 미술학부 및 동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바라보다’ 展을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을 연 바 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미술은행, 정부미술은행, 경기도미술관, 강남구청, 동국대 중앙도서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미로 같은 ‘인생길’서 부처를 좇다
한 치 앞 모르는 ‘인생길’을 비유하는 미로의 형상에 생의 기쁨과 고난을 담고, 궁극적으로는 부처를 닮아가는 삶을 추구한다는 주제로 최가영 작가의 불교미술 개인전이 열린다.

불교미술 작가 최가영은 11월 7~17일 서울 강남 갤러리다온에서 ‘여법(如法)전’을 연다. 최 작가는 천연재료를 사용해 전통 불교회화 기법을 따라가면서도 현대적 변화를 꾀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로-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 ‘미로-걷다3’ 등 작품들이 공개된다.

최 작가는 2011년 조계사 소설법전 ‘극락아미타여래후불탱화’를 조성하고, 2016년 붓다아트페스티벌 ‘청년불교작가전’에 선정된 바 있다. 무료 관람. (02)555-9429

<화엄경> 가르침이 선서화로 태어나다
선시와 선서화가 가득한 수안 스님의 책 <행복주머니>를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수안 스님은 선서화집 <행복주머니> 출판을 기념하며 출판기념법회 및 선서화전을 11월 1~5일 부산 코모도호텔 희락정에서 개최한다.

선서화전은 책 <행복주머니>에 담긴 선화를 주제로 전시한다. <행복주머니>는 경전<화엄경>의 가르침을 선의 안목으로 풀어낸 선서화집이다. 이 책은 통도사 사보 ‘등불과 생명나눔실천본부 소식지 인 ‘행복한 빈손’에 실렸던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작품은 100여점이며 수록 작품 외 추가로 그린 새로운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시 수익금은 통도사 요양원 자비원에 회향한다.

수안 스님은 석정 스님을 은사로 월하 스님을 계사로 수계를 받았다. 1979년 ‘이리역 폭발사고 이재민 돕기 선묵전’으로 대중에 알려졌으며, 현재 한국 불교 선화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영축산 문수원에 주석 중이다. (051)244-0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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